서화숙] 전두환, 추징금 내는 거 확실합니까?
어제 전두환 일가가 미납 추징금을 내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전두환의 맏아들인 전재국씨가 짧게 사과하고 기자회견까지 했습니다. 미납액은 1672억원인데 이들이 내겠다는 현물은 1703억원 상당어치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이들이 낸다는 주식 그림 건물 땅이 다 팔려봐야 아는 일입니다.
더군다나 추징금은 이자가 없어서 이들이 16년전에 즉각 냈다면 엄청난 돈일지 몰라도 그 돈으로 재산을 실컷 불리고 겨우 푼돈 떼어준다는 느낌마저 있습니다. 원래 선고된 추징금 2205억원을 민사소송 이자율 5%만 따져봐도 퇴임 이후 쌓인 이자만 2700억원이 넘는다고 합니다. 그런데1988년에는 보통 은행의 일반 예금이자가 11% 이상이었습니다. 1997년 국제금융기구의 구제금융을 받던 시절에는 이자가 25%를 넘은 적도 있습니다. 그 돈으로 불렸을 재산은 은행에 가만히 넣어두기만 해도 어마어마하다는 말입니다. 그러니 미납금 1672억원을 16년 뒤에 1672억원으로 낸다는 것 자체가 원래는 말이 안됩니다. 과태료나 세금도 이자가 꼬박꼬박 붙는데 불법 재산에 대한 추징금은 이자가 없으니 어쩔 수 없다 칩시다. 그러나 이번 기회를 빌어 반드시 고쳐야 할 것입니다.
이것과는 별개로 전두환 일가가 이번에 내겠다는 자산만 봐도 진짜 내겠다는 생각이 있는 것인지 의심이 갑니다.
먼저 이 중에 전두환 부부가 살고 있는 집이 들어있습니다. 맏아들 입을 빌어 ‘부모님이 현재 살고 계신 연희동 자택도 환수에 응하도록 하겠다’고 해놓고는 ‘다만 부모님께서 반평생 거주하셨던 자택에서 여생을 보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그 집에서 여생을 보내게 하고 싶으면 그 집값만큼 다른 재산을 내놓든지, 그 집이 공매될 때 자식들이나 전두환 부부가 응찰해서 재구매를 하면 됩니다. 그런데 그것도 아니고 집을 환수하되 거기서 살게 해달라가 무슨 수작입니까? 내놓는 척만 하게 해달라는 이야기입니까? 지금 당신들이 찢어진 입이라고 그 말이 나옵니까?
이런 식이라면 추징금 납부에 들어있는 선산도 의심스럽습니다. 선산이 뭡니까? 조상들 묘소가 있는 곳 아닙니까? 선산도 내겠다고 하고서 조상들 묘소는 그대로 두게 해달라, 여기에 전두환 이순자도 묻히게 해달라, 이런 뜻입니까? 살던 집에서 살고 선산에 묻히고 그러면서 당신들이 미납금을 내겠다는 뜻입니까? 내는 척만 하겠다는 뜻입니까?
시공사 사옥은 맏아들 전재국씨 몫 3필지와 둘째아들 전재용씨 몫 1필지를 내겠다고 했습니다. 미안하지만 이 사옥은 4필지로 구성되어 있습니까? 아니면 다른 공동소유주가 또 있습니까? 일부 필지만 내겠다고 할 경우 공매가 어려워집니다.
이것 저것 다 떠나 자택 문제만 봐도 발표만 요란하지 진심으로 낼 의사가 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그림이나 북플러스의 주식은 자산가치가 얼마나 될지 그 부분도 확실치 않습니다. 그러면서 자진납부라는 형식을 띄는 것이 어이가 없습니다.
전두환 부부와 자녀 여러분, 이 미납금은 국가에 진작에 냈어야 할 돈으로 16년 뒤에 그 수치의 금액으로 낸다는 것 자체가 여러분이 엄청난 특혜를 입은 것입니다. 더 이상 말장난하지 말고 진짜 빠른 시일내에 납부하든지 아니면 강제압류 절차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이 참에 추징금에 이자를 붙이는 규정을 서둘러 마련해서 이자까지 물려서 강제압류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도 전두환이 역사와 국민들에게 저지른 죄악은 씻어지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 점을 자녀분들도 알고 처신하기 바랍니다.
☞ 2013-9-11 서화숙의 3분칼럼 팟캐스트로 듣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