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부터 부산스런 옆집 아줌마...
자기 집 뒤꼍에 고양이 사체가 있다고 어찌해야 하냐며 하소연한다.
일단 비닐봉지에 담아 골목 어귀에 놓고 처리 좀 해달라고...
워낙 동네에서 한 성격하는 아줌마라 동네 시끄러울까 엄마가 냉큼 접수한다.
결국 나한테 떠넘기는 엄마...
일단 119에 전화했더니 서울시 콜센터 연결...
너무도 친절하게 처리반 보내겠다고 한다.
신고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나도 곧바로 나가는 길이었고 문을 열자 얼핏 보이는 고양이 꼬리..
애써 고개 돌리고 종종거리며 골목 빠져나갔다.
일을 보는 내내 맘이 이상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자꾸 신경이 쓰인다.
나중에야 그 사실을 알았지만...
아침에 있었던 일을 얘기했더니 사람들 왈..
뭐하러 그러느냐고, 쓰레기 분리수거할 때 청소부 아저씨들이 정리한다고.
화들짝!1
그럼 그동안 길고양이들 사체가 그런 식으로 처리되었다는 건가...
하긴 법으로도 고양이나 기타 애완 동물의 훼손 가치가 재물손괴죄라니 그런 취급이 이상하지도 않다.
그 와중에 문자 하나가 뜬다.
서울시 처리반이 깨끗이 수거하고 소독도 끝냈다며,
고양이 사체의 사진을 전송해주신 거다...
아..그렇게 친절하지 않으셔도 되는데...
그런데 그때 알았다.
그 고양이... 가끔 내가 밥도 주고 친해지려 고양이 눈인사까지 해가며 맘 얻으려 노력했던 그 녀석임을...
어느 한 날 우리 집 담벼락에 노곤히 대자로 뻗어 낮잠 자는 거 보고 반했던 그 녀석...
알게 모르게 정들고 했는데..ㅠ
그래도 다행은 그나마 쓰레기차에 실려가지 않았다는 것,
어떤 방법으로 훨훨 연기가 됐을지는 모르지만 친절한 콜센터의 행정 처리를 믿고 싶다.
여러분들도 혹시 길고양이 사체 보시면 신고해주세요.
그나마 사람인 우리가 해 줄수 있는 마지막 존엄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