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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한글을 지킨 이유

스윗길 조회수 : 1,262
작성일 : 2013-09-11 05:31:15

그들이 한글을 지킨 이유

 

한글은 친숙하다. 우리글이니까. 너무 친숙한 나머지 한글을 제멋대로 쓰고 있다. 인터넷이 대중화되면서 맞춤법을 지르밟고, 줄임말을 개의치 않고 쓰는 시대까지 이르렀다. 학자와 깨어있는 국민은 우리글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며 목소리를 내지만 알파벳이 각광받는 사회에서 한글은 우리글이라는 자리를 겨우 지키고 있다. 이즈음 암흑과도 같았던 일제강점기에 한글을 지켜냈던 인물을 정리하고자 한다. 목숨처럼 지킨 한글을 우리가 얼마나 홀대하고 있는지 반성하며···.

 

나라를 빼앗긴 설움은 그리 먼 곳에 있지 않다. 당장 내 나라말을 할 수 없으니 그 답답함이 오죽하랴. 일본은 대한제국의 민족혼을 짓밟기 위해 ‘민족말살정책’을 펼쳤다. 일제의 통치하에 우리 민족은 성과 이름을 일본식으로 바꾸고 한글 대신 히라가나와 가타카나를 써야 했다. 어린 학생들은 조선어를 쓰지 않도록 서로 감시해야 했다. 살벌한 상황 가운데 우리글을 지키고자 한 이들은 누가 있을까.

 

인물을 말하기 전, 역사상 빼놓을 수 없는 신문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바로 ‘독립신문’이다. 독립신문은 한글로 나라를 지키고자 했던 주시경, 서재필 등 계몽가·지식인들의 산물이다. 민족의 얼을 지키기 위해 말과 글을 지켜야 한다는 게 당대 지식인들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다시 말해 언문(言文)은 단순히 의사소통의 도구가 아닌 우리네 의식을 담당하고 있는 중요한 문화로 인지했다.

 

 

한글로 나라를 지킨 독립신문

 

1896년 7월 서재필, 이상재, 윤치호를 중심으로 지식인들이 뭉쳤다. 이들은 우리나라의 광복과 개혁을 주장하는 ‘독립협회’를 조직해 독립문을 건립하고 1898년 만민공동회를 개최했다. 1896년 4월 7일, 서재필은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신문이자 한글전용 신문인 독립신문을 창간했다. 신문은 총 4면 중 1~3면은 순 한글로 작성됐고, 마지막 한 면엔 영문기사를 실었다. 단순 언론지 역할을 넘어 당시 우리 국민을 계몽시키고 자주 광복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독립은 선전만으로 될 수 없고 허장성세만으로 될 수 없다. 독립의 가장 근본적 요소는 각성한 민중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민중교양에 총력을 집중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2천만 민중이 총궐기하여 독립을 부르짖게 되면 한국의 독립은 반드시 성취될 것이다.”

 

서재필 선생의 신조였다. 위험을 무릅쓰고 한글신문을 발행했던 이유이기도 했다. 지식인들이 그토록 한글을 지키려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언어에 우리네 혼과 얼이 고스란히 담겨 백성을 일깨우기 위해 만들어진 쉬운 글자는 453년 후 위급한 상황에서 제 역할을 해냈다. 서재필 박사는 한글의 위력을 익히 알고 있었고 이를 충분히 활용했다. 민족말살정책이 한창인 암흑 속에서 한글 신문을 펴내는 것은 우리 민족에게 한 줄기의 빛과도 같았다.

 

독립신문이 발행하기 전후 우리나라 상황은 어떠했는가. 급물살을 타듯 개화가 급진적으로 이뤄지고, 열강 사이에 끼어있던 당시 우리나라는 혼란스럽기 그지없었다. 마음만 앞섰던 청년 서재필은 3일천하로 유명한 갑신정변에 참여했다가 미국으로 망명했고, 고국을 위한 개혁을 틈틈이 준비했다. 수직적 개혁이 아닌 아래로부터 개혁을 꿈꿨다. 마치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에서 다른 세상을 이룩하기 위해 혁명을 도모하는 청년들처럼 말이다. 이처럼 독립신문은 민중을 위한 지팡이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특히 서재필 박사는 논설을 통해 ‘백성마다 얼만큼 하나님이 주신 권리가 있는데 그 권리는 아무라도 빼앗지 못하는 권리요, 그 원리를 가지고 백성 노릇을 잘해야 그 나라 임금의 권리가 높아지고 전부 지체가 높아지는 법(천부인권설: 天賦人權說)이라고 하는 서구 민권사상을 소개했다. 그리고 나라의 모든 일은 법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근대적 법치주의의 실천을 강조하면서 민중의 의식을 깨우쳤다.

 

 

국어사전을 만들어가며 한글 지킴이가 되다

 

다양한 방법으로 광복을 이끌어냈다. 힘이 있는 자는 힘으로, 돈이 있는 자는 돈으로, 머리가 있는 자는 머리로, 지식이 있는 자는 지식으로! 유관순 열사와 2천만 동포가 태극기를 휘날리며 광복을 외치고 체감할 수 있도록 계몽가들은 불을 지폈다. 1945년 8월 15일 역사적인 순간은 그냥 이뤄지지 않았다.

 

한글 지킴이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주시경 선생이다. 문명 강대국은 자기 나라의 문자를 사용한다는 말을 듣고 선생은 자국어의 중요성을 강하게 느꼈다고 한다. 풍전등화와도 같았던 당시 우리나라를 지키고, 더 나아가 강대국으로 만들기 위해 주시경 선생은 ‘한글’을 택했다. 한글과 운명적인 만남을 통해 우리말과 글을 연구하면서 국어문법을 정리했다.

 

일제강점기엔 반식민화운동과 나라를 되찾자는 운동 즉, 민족주의적인 분위기가 형성됐다. 주시경 선생 역시 ‘나라를 보존하고 나라를 일으키는 길은 나라의 말과 글을 존중하고 쓰는 것’이라는 어문 민족주의적인 성향을 띠었다.

 

주시경 선생은 배재학당엘 다니면서 강사 서재필 박사를 만났다. 둘의 만남은 운명이었다. 주시경 선생은 국문법을 연구하는 유일한 국문전용론자였고, 서재필 박사는 민중과 아녀자들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국문전용 신문 창간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1896년 4월 7일 독립신문이 창간되면서 주시경 선생은 신문사의 회계 사무 겸 교보원으로 서재필 박사와 함께했다. 이후 총무 겸 교보원으로, 국문담당 조필을 맡으면서 서재필을 돕는 동시에 국문전용, 국문 띄어쓰기, 쉬운 국어쓰기를 실천했다.

 

주시경 선생은 독립신문을 통해 맞춤법과 같은 국어 문법을 정리해 나갔다. 이같은 노력은 지석영 중심의 국문연구회(1907), 국문연구소(1907), 국문연구회(1908), 조선어연구회, 조선어학회(1931)를 거쳐 지금의 한글학회에 이르기까지 지속되고 있다.

 

을사늑약으로 주시경 선생은 더욱 동분서주했다. 우리말과 글, 더 나아가 우리 얼이 사라지지 않기 위한 그의 노력은 더욱 뜨거웠다. 특히 국어교육을 강조했던 그는 청소년들이 있는 곳이라면 보따리를 들고 한걸음에 달려갔다. 이 학교 저 학교 왔다갔다하는 바람에 ‘주보따리’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

 

“눈물을 머금은 ‘주보따리’는 언제나 동대문 연지동에서 서대문 정동으로, 정동에서 박동으로, 박동에서 동관으로 돌아다녔다.

 

스승은 교단에 서시대, 언제든지 용사가 전장에 다다른 것과 같은 태도로써 참되게, 정성스럽게, 뜨겁게, 두 눈을 부릅뜨고 학생을 응시하고, 거품을 날리면서 강설을 하셨다. 스승의 교수는 말 가운데 겨레의 혼이 들었고, 또 말 밖에도 나라의 생각이 넘치었다.“ - 제자 최현배의 회고

 

국어연구에 있어서 그는 개척자였다. 불모지 국어계를 일구며, 광복을 꿈꿨던 주시경 선생이었다. 국권이 강제로 빼앗긴 경술국치 이후에도 국어사전 편찬 작업에 매진하고, <말의 소리(1914)>를 간행하는 등 국어 문법을 체계화해 나갔다.

 

 

푸른 눈의 사내 한글에 빠지다

 

서울 마포 양화진 외국인 묘원에 한 묘비에 눈길이 닿는다. “나는 웨스트민스터 사원보다 한국 땅에 묻히기를 원하노라.” 바로 지난달 독립운동가로 뽑힌 호머 헐버트(Homer Hulbert, 1863~1949)의 묘다.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사랑한, 한국의 영원한 벗’이라는 말이 따라다니는 그는 우리나라에 헌신적인 사랑을 쏟았다.

 

미국인인 그는 1886년 대한제국 때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세워진 서양식 교육기관 ‘육영공원’ 교사로 그 땅을 밟았다. 이후 세계에서 가장 처음으로 한글로 만든 세계사회·지리 교과서 ‘사민필지’를 냈다. 또한 세계에 한글의 우수성을 영문으로 알렸으며, 일본 침략에 맞서 고종을 도와 헤이그밀사 파견을 도왔다. 더 나아가 미국에서 항일 독립운동을 한, 대한제국을 사랑한 그였다. 또 눈여겨 볼만한 점은 독립신문의 창간에 헐버트가 함께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민중을 계몽시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이가 독립신문과 함께했는지 짐작할 만하다.

 

한글의 우수성을 인지하고 널리 알리려 했다. 헐버트는 저서 <대한제국 멸망사>를 통해 “중국인들이 세계 어떤 문자보다도 간단하고 음운을 폭넓게 표기할 수 있는 한글을 채택해야 한다고 나는 감히 주장해왔다”고 말한다. 그는 한글 교육이 대한제국을 강국으로 만드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한글의 유용성을 한눈에 알아봤던 헐버트, 그는 겉모습은 이방인일지라도 정신은 우리를 지지하고 함께했던 동지였다.

 

 

우리글 문화로 지킨다

 

일제강점기를 겪은 후, 우리 국어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일제의 잔재를 없애기 위해 국어순화운동이 지속되고 있으며, 최근엔 영어와 온라인상 신조어가 대거 등장하면서 이에 대한 해결책을 관련기관을 중심으로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거센 영어 알파벳 바랍은 식을 줄 몰라 한글의 자리가 위태롭다. 늘 영어교육으로 고민하는 학부모, 오죽하면 영여를 우리나라 공용어로 삼자는 웃지못할 이야기까지 나올까.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도 한글을 지키는 이들이 있다.

 

서재필, 주시경 등과 같이 20세기엔 민족주의적으로 한글을 지켜나갔다면 21세기엔 문화적으로 한글의 멋과 우수성을 알리고 있다.

 

이상봉 디자이너의 한글 의상, 한한국 세계평화작가의 한글로 만든 지도, 개발되는 폰트 등 다양한 콘텐츠에 한글이 녹아들어 예술성으로도 인정을 받고 있다. 더군다나 훈민정음 해례본이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고, 세계 곳곳의 언어학자들이 한글의 과학성과 우수성을 인정하면서 한글의 진면모가 널리 알려졌다.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에서 한글을 채택해 부족언어와 문화를 지키는 으뜸 소리문자로 각광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한국 작가는 “한글은 평화의 문자”라고 추켜세운다.

 

“세종대왕께서 한글을 창제한 의미는 ‘화합’입니다. 자음과 모음이 만나서 만들어지는 유일한 소리 문자죠. 화합 역시 혼자만 있어서 되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두셋 이상이 모여 만들어지는 것이 화합입니다. 이때 각자의 목소리만 내면 안 됩니다. 자음과 모음이 만나서 문자를 만드는 것처럼 조화를 이뤄야 합니다.”

 

그러고 보면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창제 목적이 20세기에 이어 21세기에도 꼭 들어맞는다. 20세기엔 계몽이, 21세기엔 계몽과 더불어 평화, 결국 홍익인간을 말하고 있으니 말이다. 문자를 포함한 언어는 그 나라의 민족성을 드러낸다고 했을 때 한글은 과연 우리를 어떻게 알리고 있을까. 한글으 ㄹ지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은 아닐까.

 

출처: 역사와 문화를 깨우는 글마루 9월호

 

IP : 61.102.xxx.164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좋은글
    '13.9.11 8:14 AM (150.183.xxx.252)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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