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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과 양아치들의 전쟁

작성일 : 2013-09-10 12:45:46

[강기석]조폭과 양아치들의 전쟁

거대조폭 ‘음지파’와 조폭언론이 꾸미는 꿍꿍이

강기석 /경향신문 전 편집국장  |  kks54223@hanmail.net
 
 

한국은 ‘조직’ 세상이다. 깡패들도 조직이 있어야 제맘대로 활개칠 수 있고, 넥타이 맨 이들이 제대로 된 자리 하나씩 꿰차고 직위와 권력을 마음껏 향유하는 것도 든든한 조직이 있어야 가능한 세상이다. 조직에 속한 깡패들에게는 당연히 조직폭력패란 딱지를 붙이지만, 양지쪽 조직들로도 각각 전문분야에 따라 모피아(재무부관료들의 조직), 핵마피아, 토건마피아 등등이 열심히 뭉치고 있다. 

저마다 관료집단, 기술자 및 과학자집단, 사업가집단에 왜 조폭이라는 의미의 마피아를 갖다 붙일까. 하는 행태들이 조폭과 전혀 다를 것이 없기 때문이다. 나와바리(구역)를 철저히 챙기고, 보스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외부로부터의 공격에 결사항전하고, 이익을 챙기는 일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일단 이익이 생기면 상하 위계에 따라 분배하고, 조직을 배신하는 자는 철저히 보복하고…
 
무엇보다 이들 조직은,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사회적 손실이 아무리 크다한들 눈도 꿈쩍하지 않는다. 체르노빌, 후쿠시마의 재앙을 목격하고도 제 나라 원전을 불량부품으로 떡칠하고도 끄떡하지 않는 핵마피아가 다른 조직들과 특별히 다르지 않다.
 
점잖은 것 같은, 그러나 더 나쁜 마피아들
 
정연주 전 KBS 사장이 한겨레 논설위원 시절, 조중동을 조폭언론이라 지칭한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조중동이 조폭처럼 인정사정 보지 않고 (언어)폭력을 휘두르며 지키고자 하는 그네들의 ‘이익’은 친일 또는 군부독재 정권과의 유착 등을 통해 얻은 기득권을 유지 확대하는 것, 이를 위해 수구정당의 권력장악과 장기집권을 적극 도모하는 것, 그 속에서 자신들의 정치적 권력과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정연주씨가 KBS 사장 재임 때 이들 조중동으로부터 무자비하게 보복당한 것 역시, 이들의 조폭성을 여실히 보여 주는 것이다.
 
법조마피아, 혹은 검찰마피아는 어떤가(나는 이를 로피아라 부른다). 전관예우가 시퍼렇게 살아 있고, 법조항은 바뀌었어도 검사동일체라는 조직원리가 면면히 전통으로 남아 있는 조직. 정치권력이 바뀔 때마다 ‘죽은 권력’을 향해 표적수사를 일삼고 기소독점권이란 막강한 주먹을 휘두르는 모습이 여지없이 또 하나의 조폭이다. 오죽하면 검찰이 조폭수사에 열을 올리는 이유가 “하늘 아래 두 개의 조직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라는 농담이 진담보다 더 호소력 있게 다가올까.
 
이런 ‘조직’이 국정원과 조선일보라는 또다른 ‘조직’들로부터 양면공격을 받고 있다. 통합진보당은 국정원이 이석기 의원을 강제구인한 것을 두고 “깡패집단과 다를 바 없다”고 비난한 바 있는데, 폭력적으로 이 의원을 잡아가기 전에도 국정원의 ‘조폭성’은 이미 만천하에 드러났다.
 
부정과 불법을 일삼으면서도 조직에 충성하는 직원들에게는 무한한 격려와 보호를, 배신자(예를 들어 김만복 전 원장이나 댓글사건 내부제보자)에게는 집요한 보복을 꾀하는 행태들이 조폭과 전혀 다를 것이 없다. 자기 조직 살리는 일이라면 나라 망가지는 것에는 전혀 상관 안한다. 조직의 명예를 위해 국가기밀쯤은 언제든지 누설할 수 있다는 남재준 원장은 그런 조직의 보스로서 손색이 없고…
 
채동욱 검찰총장에 대한 공격은, 미지근하나마 진짜 ‘셀프개혁’의 길을 가는 검찰에 대해 내곡동파, 혹은 음지파라 불릴만한 거대조폭 국정원이 조폭언론 조선일보와 합세해 벌이는 또 하나의 공작이라는 것이 세간의 여론이다. 조선일보가 7일 1면에 ‘채 총장에게 혼외 아들이 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예전에 박정희 전 대통령이 “남자들끼리 허리띠 아래의 일은 논하지 말라”고 왜색짙은 발언을 했다는데 그것은 옳지 않다. 공직자의 경우 사생활, 특히 부정한 남녀문제는 공직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마땅히 언론이 보도도 해야 한다. 하지만 이때에도 보도하는 매체의 성격, 취재의 동기, 보도의 시기와 방식이 납득할 만해야 한다.
 
보도에는 그에 맞는 동기와 때와 방식이 있다
 
그 어느 것 하나도 설명되지 않기에 이번 조선일보 보도의 배경에는 국정원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고 보는 것이 언론계에서 조금이라도 제대로 법 먹은 이들의 일반적 견해인 듯 하다. 검증시기도 아니고, 채 총장의 공직수행에 별 문제가 발생한 것도 아닌 때에, 스스로 할 말을 하는 정통 1등신문이라는 조선일보가, 그것도 1면에 대문짝만하게 취재하고 보도할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 사안에 대한 취재는 국정원의 전문분야일 것이고, 아마도 국정원은 숱한 여야 정치인, 유명인사들에 대한 그런 류의 정보를 비축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국익을 위한 필요가 아니라, 자기 조직의 안위를 위해 그런 정보들을 써 먹을 것이고(아니 터뜨리겠다고 위협만 해도 족하다), 그때마다 조폭언론이 공범으로 등장할 것이다.
 
국정원이 조선일보와 한통속이 되어 검찰수장을 공격함으로써 어떤 은밀한 이익을 도모하려 하는지 전혀 짐작이 가지 않는 바는 아니지만, 도모하는 이익이 작고 특히 라이벌 조직을 공격할 때 사용하는 수법이 야비할 경우 우리는 이를 조폭이 아니라 양아치라고 더욱 경멸해 부른다.
 
IP : 115.126.xxx.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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