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시간에도 기억의 저장고는 쉴 틈이 없다.
시시때때 치밀어 전복시키거나, 화석처럼 꿈쩍을 안 하거나...
만나는 사람마다 자신의 기억을 말한다.
눈과 입을 통해 마음은 재빠르게 당시의 상황을 백업하고 다시 또 리셋..
십수 년 전 위안부 후유증으로 정신분열을 겪고 계신 할머니...
한데 취재진이 당시의 상황을 말해주는 단어 하나에
초점 없던 눈가에서 눈물이 주르륵...
살가죽은 늘어지다 못해 진이 다 빠진 나무 껍질처럼 거칠다.
그런데도 당시의 수치스런 느낌에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리신다.
가끔 어떤 상황, 사람 ,분위기에 쓸려 내 맘에 불협화음이 날 때가 있다.
이유 없이 짜증 나고 컨디션이 영 아니라 하지만,
그건 변명임을 알았다.
사람은 온 감각으로 기억한다고 한다.
누구에게나 봉인된 기억 하나쯤은 있다.
애써 마주하기 싫은 그것.
묵은 기둥 하나가 떡하니 가슴 한가운데 자리하고는 몸을 뚫고 나올 기회만 호시탐탐 노린다.
그 위안부 할머니...
돌아가는 취재진을 향해 아쉬운 인사를 건네신다.
자신의 아픔을 들춰 못마땅한 기색이 아닌 환한 웃음...
왠지 그날 밤은 맘 편히 단잠에 드셨을 것 같다.
허리 펴고 꼿꼿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