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작년에 고3이었던 딸이 고3후배에게 보낸 편지

만두부인 조회수 : 3,152
작성일 : 2013-09-08 13:09:21

우연히 얼마전 딸래미 페이스북을 보다가 발견한 글이예요

어렵게 공부하고 있는 수험생들 생각하니 다시 마음이 짠하네요

 

 

OO야 나는 고등학교 때 많이 외로웠어.
중학교 때 만큼 깊이 사귄 친구가 없다고 느꼈던 까닭에...
쉬는 시간만 되면 같이 놀 친구가 없다고 느꼈고, 쓸쓸했고, ㅎㅎㅎ
모르겠어. 내 옆엔 친구들이 많았는데 내가 그냥 혼자서 외로움을 자초한건지도 ㅎㅎㅎ 이런 글 보면 내 친구들이 서운해 할지도 모르겠당ㅎㅎ (완전 서운해 하는 거 아님??;;; 걱정되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난 말이야 고등학교 2학년 1학기 때 까지만 해도 공부 안 하는 척 하기에 바빴던 것 같아. 열심히 했는데 결과가 잘 안나오면 비참해지잖아. 사람들한테 보이기에도 뭔가 머리 좋은 애로 보이고 싶었나봨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 그러다 보니까 진짜 안하게 되더랔ㅋㅋㅋㅋㅋㅋ ㅠㅠㅠㅠ 그러다가 2학년 2학기 때부터 결심했땅 ㅎㅎㅎ '그냥 앞으로 1년은... 내 인생에서 버리는 날들로 생각해야겠다. 집에서는 어떻게 할지 몰라도 사람들 앞에서만은 엄청 열심히 하는 애로 누구보다 열심히 하는 애로 보여야겠다. 최선을 다하는 1년을 만들자. 그러고나서도 내 목표를 이루지 못했을 땐 그건 진짜 어쩔 수 없는 거니까 깨끗하게 운명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괜히 결과가 열심히 했어도 안좋을 수 있는 결과가 두려워 열심히 안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자. 결과가 안좋았을 때, 내가 열심히 안해서 그래, 좀만 했어봐 훨씬 잘했지 이런 변명거리를 만들려고하지 말자. 머리 안 좋은 애로 보이더라도 괜찮다.' 그리고 나서 쉬는 시간에도 공부를 하기 시작했어. 맨날 그러니까 애들이 대단하게 보더라ㅋㅋㅋ 그리고 애들은 나를 공부만 하는 애로 인식하기 시작 ㅋㅋㅋㅋㅋ 전에 내가 그렇지 않았다는 사실은 다 까먹었나봐 ㅎㅎㅎㅎ 그냥 공부... ㅇㅇ;; 공부를 하니까 난 절대 외로워보이진 않을 거라고 그냥 열심히 하는 애로 보일거라고 생각했어. 오히려 안외로웠지. 좋았어. 공부를 하고 있으면 애들이 날 외롭게 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거든 ㅎㅎ 많이 힘들지? 외롭지? 그런데 나에겐 외로움이 공부를 하는 동력을 제공해주었나봐. 집중 안할 때도 공부하는 척을 했어. 애들은 아무도 모를거야. 내가 얼마나 외로웠는지. 나는 열심히 하는게 아니라 외로워 보이지 않으려고 열심히 하는 척을 했었다는 사실을, 실제로는 다른 사람들 생각만큼 열심히 하지도 않았었는데;;. 난 그렇게 사는게 더 안 외로웠단다. ㅎㅎ 공부는 나에게 다른 걱정거리를 잊을 기회를 제공해주었지. 나에게 가장 힘든 건 외로움이었나봐. 공부를 할 때 난 그 크나큰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내가 왜 이런 얘기를 하냐면....음???? 글쎄.... ㅋㅋㅋ 이런 얘기가 도움이 될지 모르겠엌ㅋㅋㅋㅋ 그냥 지금 힘들고 외로울 수 있는 너에게 나 또한 그랬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다.
그 종류는 살짝 다를 수 있겠지만 사람은 누구나 힘든 법이지 ㅎㅎㅎ 그럼에도 항상 내가 가장 힘든 것 같이 느껴. ㅠㅠ 누가 달래줘도 안괜찮은데 ㅠㅠㅠㅠㅠㅠㅠㅠ 이 언니가 해줄 수 있는 건 없구나.....으힝 ㅠㅠㅠㅠ
어짜피 고3.... 뒤로 물러설 곳은 없어. 그냥 앞만 보고 가시덤불을 헤쳐나가야 할 시기이지. 부정적인 결과를 계속 상상하면 정말 끝도 없당. 열심히 하면 넌 그 가시덤불에서 조금이라도 바깥 세상으로 나가는 길에 다가설 수 있겠지. 하지만 포기하면 그저 가시덤불 안에 그대로 있을 뿐이야. 다른 학년이라면 돌아갈 길을 찾을 수도, 길을 뚫을 다른 방법을 찾아낼 수도 있을 거야. 하지만 고3 시기란 자기에게 이미 주어지 길과 도구만을 이용해서 장애물을 헤쳐나가는 시간 밖에는 주어지지 않은 것 같다. 이판사판이지. ㅎㅎ 이왕 이렇게 된거 결과는 생각하지 마렴. 너에게 주어진 건 단 하나의 길 밖에는 없단다. 그냥 앞만 보고 나아가는 거야. OO야, 지금 스트레스 많이 받고 있겠지만 너와 같은 처지에 있는 수험생들 중에 그 수험생 모두가 원하는 △△대를 꿈이라도 꿀 수 있고, 그 꿈에 가까이 다가와 있기까지한(그게 다른 사람들이 볼 때만 그럴 뿐일지라도) 너는 정말 행복한 경우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난 그렇게 위로했었음ㅋㅋㅋ). 조금만 더 노력하렴. 넌 나보다 훨배 훌륭한뎅 이 모자란 언니가 위로해주는 꼴이라닝@.@ 화이팅♡
-절대 과제가 하기 싫어서 이러는게 아니라 후배를 생각하는 마음으로ㅋㅋㅋㅋㅋㅋㅋㅋ-

IP : 116.34.xxx.109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제제
    '13.9.8 1:22 PM (119.71.xxx.20)

    힘들때 진실한 위로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아이곁에 있을까? 그런 생각 늘 한답니다..
    좋은 선배네요.

  • 2. 그쵸
    '13.9.8 1:56 PM (116.34.xxx.109)

    제딸이 그런 역할을 하니 대견하기도 하고 고3시절 그렇게 외롭고 힘들게 잘 이겨낸 것도 대견하고 지금 수험생들도 생각해보면 안타깝고.. 그러내요

  • 3. ᆞᆞ
    '13.9.8 2:10 PM (218.38.xxx.86)

    저장해두었다가 딸에게 보여줄래요

  • 4. ..
    '13.9.11 11:07 PM (110.4.xxx.81)

    따님이 참 기특하고 대견스럽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95815 추석때 정말 즐거운 며느리 있나요 28 .. 2013/09/08 5,876
295814 아빠어디가 때문에 도미노 피자,미스터피자 홈피 마비 9 ..... 2013/09/08 5,830
295813 전복죽맛있게 끊이는법좀 알려주세요~ 2 2013/09/08 3,443
295812 중1아들 약해먹이라는 시어머니ᆞᆢ 5 중1 2013/09/08 1,796
295811 루이비통 페이보릿 VS 에바클러치 3 ,,,..... 2013/09/08 6,747
295810 도쿄 올림픽... 생각보다 방사능에 신경 안쓰는 사람들 많은가봐.. 9 soss 2013/09/08 2,931
295809 형근이 너~무 예뻐요 5 보나마나 2013/09/08 3,374
295808 승객 가슴 만진 지하철 직원 해고사유 될까 샬랄라 2013/09/08 1,554
295807 신랑이랑 밥 먹으면서 무슨 얘기하세요? 10 그냥 2013/09/08 3,324
295806 많은 조언과 질책 감사합니다 47 제발도와주세.. 2013/09/08 11,822
295805 ㄱ자 구조(4.3m) 싱크대를 ㅡ자형 구조(2.4m)로 바꿀까 .. 5 soss 2013/09/08 4,196
295804 오래된 임테기 ㅋ 1 혹시?ㅋ 2013/09/08 6,059
295803 페투치네 넓은면 (한 3cm넓이였음) 어디사 팔아요? 2 급한질문 2013/09/08 1,428
295802 맨발의 친구의 전복 장아찌 쉽고 맛나 보여요 2 집밥 최고 2013/09/08 2,891
295801 형제자매 결혼할 때 축의금은 보통 얼마나 하나요?;; 3 동생 2013/09/08 4,296
295800 日 수입금지 지역 외에도 방사능 오염 지역 드러나 2 샬랄라 2013/09/08 1,866
295799 욕나오는 신랑 3 ᆞᆞ 2013/09/08 1,678
295798 카카오스토리에 사진 올릴 때 4 카카오 2013/09/08 2,508
295797 거제도 마티즈 남녀 미친거 아닙니까? 99 .. 2013/09/08 142,747
295796 퍼실 파워젤 원산지가 어디인가요? 2 퍼실 2013/09/08 2,684
295795 kbs 시청자 게시판 난리 났네요 ㅋㅋ 1 추적60분 2013/09/08 5,775
295794 시어머니가 되면 28 예비시어멈 2013/09/08 4,469
295793 전지현이 입은 코트 7 집밥 2013/09/08 4,415
295792 지금 아빠어디가 보시는 분 3 ... 2013/09/08 3,296
295791 경기도 변두리의 아파트 중에서 9 용상맘 2013/09/08 3,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