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베스트 보고 생각난 어렸을 때 일

아미 조회수 : 1,933
작성일 : 2013-09-06 14:23:05
베스트에 오늘 시어머니의 글이 있네요
그 글을 읽으니 사실 여부를 떠나서 저 어렸을 때 일이 생각나요

제가 국민학교 3~5학년 때 일이예요
당시에 저희 집이 새로 지은 빌라 2층으로 이사를 갔어요
곧 지하 B01호엔 50대 후반의 부부가 이사를 오셨구요
그 댁 아저씨는 평소엔 깔끔하고 멀쩡하시고 주변 청소도 솔선수범하시다가도 술만 드시면 인성이 바뀌어서 소리지르고 때려부수고 난리가 났어요
막 신나를 뿌리네 낫을 드네 이 정도였으니까요;;
그 댁 아주머니는 좀 심술 맞아보인달까?(아님 앞으로 일어난 일 때문에 그리 보인 것인지..) 퉁퉁한 인상에 아저씨처럼 술 좋아하시고 할 말 안할 말 안 가리고 다 하고 다니고 욕도 동네에서 젤 잘 했지요
그래서 일주일에 한두번은 그 집에서 사단이 나는 게 동네 일상이었어요

그러다 그 집에 노부부가 오셨어요 머리도 하얀 말 그대로 할머니 할아버지요
아저씨의 부모님이셨어요 그 때 이미 80대 후반? 90대 초반 이셨을 거예요
아들 결혼 시켜야하는데 모아놓은 돈이 없어서 부모님을 모셔온 후 부모님 집을 팔아 아들 집을 사준 거예요
이 사연을 국민학생이었던 제가 어찌 알았나? 하하... 아주머니가 동네방네 떠들고 다녔어요
이 년의 팔짜가 돈이 없으니 다 늙어서 시집살이 한다면서....
한 두달은 괜찮았어요...
그런데 점점 아저씨네 부부싸움이 잦아지더니 빌라 현관에 두 노인분이 나와있으실 때가 늘어났어요
전 학교 다녀올 때마다 두 분이 나와계시니까 매일 인사드렸지요
두 분이 하얀 모시 옷을 입고 손을 꼭 잡고 빌라의 현관 돌계단에 앉아 계셨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해요
점점 아저씨네서 들리는 악다구니가 늘어났어요
가만 듣고 있으니 아저씨한테 하는 게 아니라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소리지르는 아주머니 소리예요
매일 매일 좀 나가라는 둥, 밥 벌레라는 둥...
동네에서도 아주머니를 엄청 욕하고 아저씨에게 귀뜸도 했지만
그 날 저녁엔 부부싸움이 크게 나고 다음날 아저씨 일하러 나가면 그 이상으로 노인들에게 악을 써대는 소리가 들려왔어요
겨울이 되어서도 두 노인분은 밖에 앉아계셨어요
전 너무 어려서.. 아님 철이 없었던 건지 눈치가 없었던건지..
"추운데 왜 나와계세요? 들어가세요"라고 말씀 드렸던 기억이 나요
지금에서야 깨달은 건데 그 때도 두 노인분은 겉 옷도 제대로 못 입고 나와계셨네요...하아...

결국 겨울 못 지나서 할머니가 치매에 걸리셨어요
아주머니는 그 추운 겨울에 환기를 시킨다며 노인분들 창문을 활짝 열어놨어요
학교 다녀올 때면 방 안에서 떠는 노인분들이랑 눈이 마주칠 때도 있었어요
매일매일 아주머니는 고래고래 악을 쓰며 욕했어요
빨리 죽으라며 똥칠하지 말고 가라며
어차피 할머니 수발은 할아버지 혼자 다 하시는데...
동네 사람들은 저거 정말 신고해야하지 않냐고 수근댔어요
하지만 아저씨가 또 신나라도 뿌리고 낫 들고 그럴까봐 못 그랬죠
아주머니 천벌 받을 거라고 뒤에서 욕만 했어요

그러던 어느날, 초상이 났어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동시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저씨 아주머니 말로는 할머니가 변을 보셔서 할아버지가 목욕시키시다가 할머니가 먼저 욕조에서 돌아가시고 할아버지가 바로 뇌출혈 일어나서 돌아가셨다나??
그래도 몇년 같이 산 이웃이라고, 노부부가 안 된 마음도 있어서 초상집에 다녀온 아버지 어머니는 아주 얼굴이 흙빛이 되서 돌아오셨어요
갔더니 아주머니가 전혀 표정을 안 숨기더라고
깔깔깔 웃으며 술쳐마시며 헤벌죽거리며 웃는데 너무 역겹다고
솔직히 그리 돌아가시는 게 말이나 되느냐고...
할아버지가 절망하셔서 할머니 먼저 보내시고 본인도 따라가버리신 건데 지들 욕 먹을까봐 저리 말하는 것 같다면서...
상놈 양반 따로 있겠냐만 저게 바로 상놈이 아니고 무엇이겠냐면서
앞으론 저 집이랑 절대 상종 말자고 두 분이 말씀하셨어요
저한테도 사람같지도 않은 것들에게 인사도 말라고요
전 어린 마음에도 너무 무섭고 또 겨울에 현관에 앉아서 멍하니 손만 붙잡고 있던 모습이 떠올라서 그 날밤 이불 속에서 한참 울었어요
바보 멍충이 왜 몰랐을까 하구요

그런데... 정말 신이 있긴 있나봐요
그 아주머니 갑자기 당뇨가 심해지더니 초상치루고 4개월만에 오른쪽 다리가 썩어들어가 절단..
그러고나서도 계속 썩어들어가서 또 다리 자른지 3달만에 죽었어요 패혈증이라나?

개 돼지만도 못한 인간이 죽었다며 동네에서 아무도 불쌍히 여기지 않았어요

원래 당뇨가 있었는데 하필 그 때 악화가 된 건지도 모르지만, 전 그게 하늘의 뜻이라고 지금도 굳게 믿고 살아요
만약 그게 아니라면 두 노인분의 혼이 편히 가셨을까 싶어서요
저 일 때문에 지금도 전 모든지 다 자기에게 돌아오는 거라고 생각하고 삽니다
자작이나 소설이라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제가 결혼 전까지 살았던 친정집 빌라에서 일어난 일이예요
믿지 않으셔도 어쩔 수 없죠
전 지금도 친정에 가면 빌라 지하 창문 볼 적마다 생각이 납니다
IP : 113.199.xxx.164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02382 저녁 8~9시, 한시간만 초등여아 봐주는 알바 하실 분 계실까요.. 10 dd 2013/09/30 2,360
    302381 美 전작권 연기 발언…주둔비 또는 F35 선물되나 2 io 2013/09/30 698
    302380 며칠전 벤츠 샀다는글 올리고 약간 태클받은분 성격 4 2013/09/30 2,197
    302379 인터넷 댓글캡처........ 8 고소 2013/09/30 1,356
    302378 욕망이 들끓는 시대, 해방 후와 지금은 무척 닮았다 1 미생작가 2013/09/30 418
    302377 이이제이 경제특집(부동산,자영업) 김광수 2013/09/30 704
    302376 너무도 뻔한,,그렇고 그런 8 그냥 2013/09/30 1,139
    302375 채동욱 퇴임 “부끄럽지 않은 남편, 아빠” 강조 (퇴임사 전문).. 2 세우실 2013/09/30 1,525
    302374 朴 복지공약, 득표에 영향 미쳤다 4 두배 가까이.. 2013/09/30 534
    302373 7살 여아가 오늘 아침에 뜬금없이 한말 9 유딩맘 2013/09/30 2,222
    302372 웜 바디스란 좀비에 관한 책 보신 분 계신가요? 4 ... 2013/09/30 478
    302371 서귀포 칼호텔 어떤가요? 11 갑작스런여행.. 2013/09/30 2,027
    302370 지구본 고급스런거 1 고숙영 2013/09/30 613
    302369 미국인 남친과 국제연애.. 고민이네요... 12 //// 2013/09/30 6,428
    302368 시골에 집있고 논밭에 농사지으면서 매달 130정도 국민연금 나오.. 8 연금 2013/09/30 2,870
    302367 업체에 전화걸면 바로 핸드폰에 문자 오는거 핸드폰 문자.. 2013/09/30 458
    302366 사법연수원 간통남 11 prisca.. 2013/09/30 5,613
    302365 더 테러라이브 어디서 상영해요? 1 ㅇㅇㅇ 2013/09/30 409
    302364 저 재정상태는 어떤가요? 6 저요 2013/09/30 1,554
    302363 맥심 모카골드가 맛있나요? 화이트골드가 맛있나요. 차이점은 뭔가.. 9 커피고르기 2013/09/30 4,583
    302362 초등학교 고학년 애들 기초화장품 뭐 쓰나요? 4 초등학교 2013/09/30 3,440
    302361 10년전 주사맞은 엉덩이 풀 수 있을까요? 좋은날 2013/09/30 1,368
    302360 바이브 미워도 다시한번.. 뮤비에 나온 남자 주인공 누구인가요?.. 3 ... 2013/09/30 1,254
    302359 죽어버리길 바라는 사람이 있으신가요? 30 레베카 드모.. 2013/09/30 5,835
    302358 전동식 연필깎이 좋은가요? 살까요? 9 ㅇㅇ 2013/09/30 3,0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