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어의 죽음
활어가 빽빽하게 들어가 있는 수족관에 일식집 주방장의 손이 들어가면 평화가 깨진다.. 모두 자기만은 잡히지 않겠다고 죽기살기로 도망친다.. 그러나 도망쳐봐야 좁은 수족관 안이다... 뛰어야 벼룩이다..
결국 주방장은 처음에 점찍어둔 놈을 잡아올린다.. 필사적으로 살려고 발버둥치는 활어대가리를 도마 위에 두어번 세게 내리치면 그 버둥거림이 사뭇 줄어들고 거의 포기지경에 이른다...
그러면 일순간의 긴장모드는 해제되고 주방장은 휘파람을 불어제끼며 여유로이 사시미칼을 가져와 도마 위에 얌전히 누워 가쁜 숨만 헐떡이며 죽음의 공포에 떠는 활어를 살아있는 체로 포를 뜨기 시작한다...
수족관 안에서 이를 쳐다보는 동료 물고기들은 벗어날 수 없는 공간에서 압도적인 공포감에 전율하며 동료의 잔혹한 죽음을 바라본다... 이 다음번에 자신이 주방장에게 낙점을 받지 않을 갖은 방법을 강구한다... 아픈 척도 해보고, 주방장이 주로 오는 쪽 반대쪽으로 숨어있기도 하고, 자신의 동료들을 주방장 손이 오는 쪽으로 밀어내보기도 한다... 그래봐야 순서의 차이일 뿐.. 결국은 다 산 채로 칼로 난도질당하여 인간들의 배속에 들어가게 되는 살육의 현장을 벗어날 수 없다... 압도적인 힘 앞에서 굴복 이외의 단어는 떠오르지조차 않는다..
동료가 주방장 손에 잡혀 올라갈 때... 동료를 구하겠다는 놈 하나도 없다... 동료가 당할 모진 살육.. 그것이 자기가 아니라서 다행이라며 오히려 기쁘기까지 하다... 가장 기쁜 것은 한끗차이로 자신옆의 동료가 잡힘으로써 자신의 무사가 결정된 순간이다... 막상 동료와 함께 수족관의 물보라가 가라앉고 수족관엔 평화가 찾아들면 한치앞의 동료의 살육 따위는 관심도 안 갖고 언제 그랬냐는 듯 유유히 유영을 즐기며 무뇌를 뽐내는 활어들이 사실상 대부분이다...
비좁던 수족관이 넓어져서 좋다고 환호작약하는 놈도 있다.. 그놈이 괜히 팔팔하게 돌아다니고, 생생하게 헤엄도 요리조리 잘 치며 돌아다녀서 '모난 돌이 정맞은 것'이라며 자승자박한 것이라며 횟감이 되어 죽어가는 동료의 치부를 드러내며 난도질하며 '힘이 곧 정의이니 까불고 나설 생각하지 마라' '물지도 못할 거면 뭐하러 짖나... 그냥 쥐죽은 듯 침묵하고 순종하라' 며 설교질을 시작하는 지도자급 활어들의 발언권이 높아진다..
그들이 주방장의 압도적인 힘에 도전할 생각없이 그저 운명이려니 하고 순응하는 한, 그들의 유유자적도, 환호작약도 일순간이다... 다음은 그들 차례다..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활어의 죽음
진시리. 조회수 : 1,459
작성일 : 2013-09-05 16:55:34
IP : 119.71.xxx.36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ㅇ
'13.9.5 5:01 PM (175.223.xxx.55)도전해도 이길수없잖아요
계란으로 바위치기인데..
더 싱싱한척 해야 늦게 죽임당하죠
아픈척하면 먼저 횟감..2. 흠...
'13.9.5 5:03 PM (180.233.xxx.229)작금의 정치판에서 우유부단한 처신을 보이고 있는 민주당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글이네요.
3. dd
'13.9.5 5:13 PM (39.119.xxx.125)시의적절하고 무서운 글 ㅠㅠ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N
번호 | 제목 | 작성자 | 날짜 | 조회 |
---|---|---|---|---|
310058 | 꽃바구니직접만들면 훨씬 쌀까요? 5 | 처음 | 2013/10/21 | 938 |
310057 | 고추씨는 어디에 파나요? 6 | 어디 | 2013/10/21 | 1,928 |
310056 | 배부른 고민을 하고 있는 걸까요? | 월요병 | 2013/10/21 | 439 |
310055 | 병원 개원장소 추천 해주세요 6 | 이비인후과 | 2013/10/21 | 1,181 |
310054 | 전기장판에서만 자면 여드름이 나는데요.. 2 | 전기장판네이.. | 2013/10/21 | 3,115 |
310053 | ”한국어 못해 국적포기한 유영익 아들, 입사지원서엔 '능통'” 5 | 세우실 | 2013/10/21 | 1,286 |
310052 | 한겨레 그림판..'일베보다 더한 도배' 2 | 국정충 | 2013/10/21 | 602 |
310051 | 조선일보 오늘 웬일, 국정원 선거개입 톱으로 3 | 원세훈 공소.. | 2013/10/21 | 967 |
310050 | "메께라"라는 말을 들어본적 있나요? 이 말.. 2 | 제주도1 | 2013/10/21 | 1,380 |
310049 | 침대 프레임 없이 매트리스만 깔면 어떨까요? 9 | 매트리스만 | 2013/10/21 | 48,488 |
310048 | 급-시내 중심가 커트 잘하는 미장원 추천 | 해외동포 | 2013/10/21 | 781 |
310047 | 산본에 사시는 분 보시면 추천 좀 부탁드려요 4 | 임플란트 | 2013/10/21 | 1,470 |
310046 | 아이 치아 실란트한것 속으로 썩었다는데요.. 3 | chicmo.. | 2013/10/21 | 8,165 |
310045 | 결혼의 여신 결말 궁금하네요.. 9 | 살아살아내살.. | 2013/10/21 | 4,456 |
310044 | 김밥만들때 밥물 궁금해요.. 5 | ㅌ | 2013/10/21 | 1,537 |
310043 | 이해안되는 남편 2 | 111111.. | 2013/10/21 | 907 |
310042 | 파김치 담았는데 짜요 구제방법좀 6 | 호호아줌마 | 2013/10/21 | 2,057 |
310041 | 엑스트라버진 오일로 메이컵지운 3 | 그후 | 2013/10/21 | 1,197 |
310040 | 스페인 여행 다녀오신 분들~질문있어요. 10 | 여행 | 2013/10/21 | 1,778 |
310039 | 구스다운 이불 갖고계신 분 관리 어떻게 하세요? 6 | 구스다운 | 2013/10/21 | 7,063 |
310038 | 초등학생 피아노 진도가 너무 안나가는데 그만 둘까요? 5 | 11 | 2013/10/21 | 6,815 |
310037 | 호주 어학연수 ... 5 | ..... | 2013/10/21 | 1,241 |
310036 | 중2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영화나 책, 있을까요? 9 | 중2 | 2013/10/21 | 874 |
310035 | 내용은 펑했습니다. 103 | 빈이엄마 | 2013/10/21 | 11,440 |
310034 | 잠실. 강남쪽 한정식 괜찮은 곳 추천해주세요 5 | 한정식 | 2013/10/21 | 1,58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