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어제 내란음모 혐의를 받고 있는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체포동의안을 가결시켰습니다. 재석의원 289명 중 258명이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이 의원은 오늘 수원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습니다. 이 의원의 구속여부는 밤 늦게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하더라도 이 의원의 혐의가 확정되는 건 아닙니다. 이 의원의 유무죄는 법원이 법리에 따라 판단할 것입니다.
민주당 등 야당이 이 의원 체포동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것도 국가정보원이 제기한 혐의에 대해 수사와 재판을 받아보라는 뜻일 것입니다. 이제 민주당이 남은 숙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은 민주당이 스스로에게 낸 숙제입니다. 민주당은 국정원 대선개입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국정원 개혁과 남재준 원장 해임,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며 8월 1일 서울광장에 천막을 쳤습니다.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절대 국회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다짐도 했습니다. ‘국정원 개혁은 이것대로, 이석기 의원 사건은 그것대로 민주당은 흔들림 없이 대한민국과 민주주의를 지켜낼 것이다’라고도 했습니다. 그런데 민주당이 과연 그럴 의지와 힘이 있는지 의문입니다.
민주당은 어제 이석기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 직후 서울광장에서 ‘국정원개혁 촉구 결의대회’를 열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9월 7일 오후 5시30분에는 대전역 광장에서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 촉구’ 제6차 국민결의대회를 연다는 계획입니다. 민주당이 서울을 떠나 국민결의대회를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대전이라는 지리적 여건을 고려해 전국적으로 당원을 모아보겠다는 게 민주당의 설명입니다.
같은 날 비슷한 시각 서울 청계광장에서는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시국회의’가 주최하는 제11차 촛불집회가 열립니다. 민주당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국정원 규탄 촛불’이 이번 주말에는 둘로 나뉘게 됩니다. ‘촛불’의 분리는 사실상 지난 주말 서울역광장에서 이미 감지됐습니다. 민주당 깃발은 제5차 국민결의대회를 마친 뒤 반가운 소나기라도 만난 듯 현장을 썰물처럼 빠져나갔습니다. 민주당 깃발이 빠져나간 빈 자리는 국정원 앞 집회를 마치고 이동해온 통합진보당 깃발이 메웠습니다. 촛불마저 함께 들지 못한다면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이라는 시민들의 희망도 민주당의 요구도 함께 꺼지고 말 것입니다. 민주당의 바른 정세 판단이 절실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