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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재수생의 트라우마

레인아 조회수 : 2,489
작성일 : 2013-09-05 08:30:31
아침부터 마음이 참 시끄럽습니다

제 딸아이는 미대를 목표로 재수를 하고있어요
작년에 수능을 망쳐서 어이없는 상태였었죠
실기는 오래해왔기때문에 공부만 매진하다가
7월부터 주말에 4타임 실기를 해욌습니다
손 푼다는 수준으로요...
요즘 수시 원서 접수 기간이고 서울대 1차 실기는
24~27일인데 화실에서는 20일 남았으니
매일 오전9시~오후10시까지 (불가피 할 경우 적어도 오후1시~오후 10시까지)실기를 하자고 합니다
9월에 시험이 끝나자마자 다시 공부에 매진하구요

그런데 아이가 그 20일간 공부에 손을 뗀다는 것을 두려워해요. 작년에 당연히 서울대 될 줄 알고 차근차근 준비를 해왔는데 화실과 학교에서도 실기로나 성적으로도 합격 안정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1차 실기에서 떨어지고 난 뒤 딸은 크게 흔들려 결국 수능 성적까지 어이없는 결과가 나오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딸은 지금 20일 정도 서울대 실기에 올인했다가 또 성적 떨어지면 어떡하냐며 실기 준비를 주7타임만 하겠다고 합니다(학원에서 제시한 타임은 주16~21타임)

제 짧은 생각으로는 20일만이라도 실기 준비를 하며 혼자 과목별 정리를 하다가 실기 기험 끝난 후 다시 공부에만 전념하면 될 것 같은데 딸은 그랬다가 또 작년의 일이 반복되면 어떡하냐며 싫다고 합니다

입시 미술을 시작한 이후 공부와 실기를 병행하며 지쳐가는 아이를 보며 모든 아픔과 어려움을 대신 해주고 싶지만 그건 마음 뿐, 현실은 인생의 모든 것은 아이 몫이고 엄마는 그저 지켜볼 수 밖에 없더군요
여태 잘해왔으니 조금만 더 힘내보자고 할 수가 없어요
딸이지만 어떻게 내가 이런 아이를 낳았을까 생각할 정도로 성실해서 진심으로 저 보다 열 배는 낫다고 생각하고 있기때문에 충분히 열심히 해왔고 이번에도 많이 생각하고 고민했다는 거 알면서도 주춤거리는 아이 등을 두드려주며 앞으로 밀 수가 없습니다

아, 제가 서울대만 고집하는 건 아니고
서울대 미대는 수시 100%이라 도전 하지 않기에는 참으로 달게 보이는 포도이고,
미대 실기는 출제 경향이 있어서 그거에 맞춰 실기 준비를 하기때문에 실제로 길이 참 좁습니다
서울대만 경향이라는게 파악이 안돼서 그야말로 과학,문학, 사회, 철학..에서 미술을 바라보고 이미지화를 해야하기때문에 많은 시간을 들여 준비를 해야하구요

요 며칠 마음이 참 힘듭니다
이만큼 살아보니 실패하더라도 맨 땅에 헤딩이라도 해보자라는 도전 의식이 생기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막상 닥쳐보면
생각만큼 못견딜 일도 아니던데 아이는 그게 아닌가봅니다

모르겠어요
폰이라 제가 뭐라고 쓰는지도...앞 뒤가 맞는 말을 하고 있는지도...쓰면서 정리될 것 같았던 제 마음도요 ..
IP : 110.70.xxx.34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미대
    '13.9.5 9:10 AM (183.96.xxx.203)

    서울대 실기가 시간 투자해서 열심히 한다고 되고,
    안 하면 안 되고가 아닌 것이 문제더라구요.
    뽑는 인원도 적고...우리 애 때는 입체실기까지 있어서
    더 힘들었어요.

    울 큰딸이 예고 출신이라 서울대, 이대를 위주로 준비를
    했는데, 결과적으로 학교에서도 전혀 예상치 못한 아이가
    서울대 합격했어요.
    기대주였던 울 딸, 허탈해 하더군요.

    결국은
    건대에서 반수해서 홍대로...그것도 4년 장학생.
    (홍대 대학원 진학시에는 6년)
    투자는 서울대, 수익은 홍대.^^;;

    착실하고 생각이 있는 아이니까, 원하는대로 하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저도 둘째 딸이 수험생이라 수시 전쟁중입니다.
    힘 내시고 화이팅!
    좋은 결과 있으시길...

  • 2. 레인아
    '13.9.5 9:19 AM (110.70.xxx.34)

    미대..님
    감사합니다
    따님이 예고생이었군요
    저의 지난 1년을 보는 듯 해요

    사실 제 아이가 쌍둥이인데 다른 한 아이는 예고에 현역으로 들어갔거든요
    이 아이는 중학교 때 성적이 더 좋았음에도 소묘를 완성하지 못해 떨어졌어요
    그랬던 아이가 또 떨어진거예요
    사실 어느 학교가 중요하다라기 보다 쌍둥이라 그랬던 것들이 상처로 남을까봐 더 조심스럽구요
    이번 입시 같이 힘내보아요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랍니다

  • 3. 레인아
    '13.9.5 9:22 AM (110.70.xxx.34)

    음..님
    그렇죠
    어떤 길이 정답은 아니고 각자의 길을 걷는거겠죠
    상처든 영광이든 당사자가 업고 가는 것이니까요
    아이가 컸으니, 그리고 신중한 성격이니 믿고 응원해야겠죠

    기운 없고 머리 복잡했는데
    따뜻한 댓글에 기운 차리고 일과 시작합니다 ^^

  • 4. ........
    '13.9.5 9:33 AM (112.150.xxx.207)

    맘이 많이 힘드시죠?
    작년 저를 보는 것 같아 짠합니다~!!
    우선은 원글님이 서울대 입시를 잘 모르시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전 20여년동안 서울대 실기는 한번도 같은 패턴의 시험이 없었답니다.
    아이가 화실에서 그림을 연습한다고 해서 붙는 그런 시험이 아닙니다(특히 요즘 시험은요)
    작년 서울대 뽑힌 학생들은 어떤 학생들이냐 다니던 학원(나름 서울대 실적이 좋은 학원중 하나랍니다)에 물었더니 원장 쌤 왈 반은 정말 그림 잘그리는 친구들 반은 정말 그림 못그리는 친구들 이라고 하더군요.,
    서울대는 채점 교수 눈길을 끄는 그림이어야 1차는 뽑힌다는거죠.

    학원에서 준비하는 실기라 하니 기초소양인거 같은데... 큰학원에서는 요즘에도 그렇게 매일 기초소양을 하지는 않습니다(아이가 학원서 실기조교알바하거든요..)
    너무 겁먹지 말고 아이가 하자는 대로 해주세요. 생각보다 수능 등급 안돼서 잘리는 애들이 엄청 많다고 들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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