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지는 한 10년 된거 같고요.
신랑은 누나가 셋에 형님이 한분 .. 우리가 막내입니다.
저는 아들하나 딸하나 있는 집 큰딸이고요.
저랑 신랑이랑은 맞벌이고 애는 친정 엄마가 가까이 사셔서 둘다 키워주셨고요..
각설하고..
첨에 시집가니까 울 큰형님이 본인은 살림은 안하기로 하고 시집 오셨답니다...(그거 꼭 말하고 왔어야 하는데)
울 큰형님이랑 아주버님이랑 나이차이도 많이 나고 울 아주버님이 큰형님이라면 꺼뻑 죽으시죠.
그래서 갔더니 첫 명절에 저보고 다 하라는 듯이 말씀하시더군요(시어머니 포함 모두가)..
솔직히 저는 설겆이나 하고 시키는거 하면 될 줄 알고 갔다가 기가 좀 막혔습니다.. 저도 계란 후라이하고 라면 밖에 못끓였는데 말씀입니다. 시댁 식구들이 먹는걸 워낙 좋아합니다. 집에서 한것만이요.
울 시아주버님이 음식 하는거에 관심이 많으시더라고요. 그래서 살림은 안하기로 하고 시집은 형님은 빼고 저하고 시아주버님하고 둘이 명절이면 제가 신랑도 없이 먼저 버스타고 애 하나는 업고 하나는 걸리고 해서 가서 시장 보고 음식 했습니다. 여태까지... (물론 형님이 뭐 그렇게 나쁘다거나 뺀질거리는 건 아니에요. 기냥 살림은 안하시는 거죠.)
그리고 대형마트에서 가게를 하시는 바람에 명절 당일이나 전날에는 항상 일하시니까 거의 집에 안계시고요.
하여간 여차저차하기도 하고 뭐 일년에 몇번인데 싶어서 별 생각 없이 명절 치루고 살았습니다.
근데 저번 설에 어머님이 아주버님이 음식하는게 보기가 싫었던지 저한테 이번 추석은 너희 집에서 해라 그러시더라고요.
그러다 전 바빠서 잊어 버리고 살다가 그저께 시누들 하고 다른 일로 통화하다가 보니 이번 추석은 아예 우리집에서 하는걸로 다 말씀을 해 놓으셨더라고요.
근데 우리 형님은 일하시느라 못오신다는 겁니다...
그래서 신랑한테 그냥 간단히 우리 먹는거에 전이나 몇개 붙이고 코스트코에서 불고기 좀 사고 해서 먹자고했습니다.
표정이 안좋더라고요. 생각다 못해서 어제는 제가 사람 하나 부르자고 했습니다. 어차피 나도 시장볼 시간도 없고 도우미 아주머니 하루만 써서 음식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이래도 저래도 성질만 내더니 어제 오후에 저한테 이번 추석 안하기로 했더고 말하고 전화 뚝 끊더니 아직까지 냉전 중입니다.
전 그냥 로또 맞았다고 생각하고 아무것도 안할려고요. 아예 전화기도 꺼놓고 저도 이젠 호구짓 그만 하려고요.
정말 지겹습니다.
명절하고 그놈의 음식때문에 아주 결혼 접고 싶을때가 한두번이 아니에요.
긴 글 읽어 주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