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학교 우등생은 사회 우등생이 못 된다고?

차이를 인정하는 조회수 : 1,912
작성일 : 2013-08-30 16:33:09

유정식]학교 우등생은 사회 우등생이 못 된다고?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 민주주의

 

어떤 사람은 단호한데 반해, 어떤 사람은 그렇지 못하다. 어떤 사람은 감성적인데 반해, 어떤 사람은 논리에 의존한다. 각 성격은 모두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가진다. 그러나 우리는 이 간단한 사실을 자주 망각한 채 잘못된 '인생 공식'과 편견의 지배를 받는다.

내가 어렸을 때 가장 듣기 싫었던, '학교 우등생은 사회 우등생이 못된다'는 말. 이 말을 바꿔 표현하면 '학교 우등생이라고 해서 사회 우등생이 되는 것을 보장하지 않는다'라는 의미다. 옳은 말이다. 공부 잘해서 성공한 자보다 공부 못해도 성공한 자들이 훨씬 많아 보이긴 하다.

이런 말을 자주 하던 그는 '내성적인 네가 할 줄 아는 건 공부 뿐이겠지. 사회에 나가면 외향적이고 활동적인 사람이 성공해.'라며 비아냥거렸다. 지금 생각하면 무시하고 넘어갈 말인데, 어린 나는 그 때마다 상처를 받았다. '정말 그렇게 되면 어쩌지?'라며.

우리는 성공의 조건에 이런 식의 선입견을 드러내곤 한다. '외향적이고 단호해야 하며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릴 줄 알아야 한다'며 강조한다. 그러나 성격이 외향적이냐, 내성적이냐가 성공을 결정짓는 요소는 아니다. 절대 그렇지 않다.

성격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연습하면 조금 바뀔지 모르지만 유효기간이 짧다. 성공하려면 자신의 성격을 바꾸려 노력하기보다는, 내가 어떤 스타일의 사람인지, 내 스타일의 장단점은 무엇인지, 다른 사람과 어떻게 하면 조화롭게 살아갈지 깨달아야 한다. 자신의 내성적인 성격을 보이지 않는 ‘사회적 장애’로 생각하는, 이런 자기비하에 가까운 이러한 인식은 스스로 팔다리를 잘라 행동반경을 억압하는 자해행위와 다를 바 없다.

앞서 말했듯, 절대 우위의 성격이란 없다. 가위가 보를 이기고, 보가 바위를 이기듯 사람들의 성격은 서로 상보적이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의 성격을 내 성격의 잣대로 판단할 일이 아니고, 위인이나 성공한 자들의 성격과 비교해 위축될 일도 아니다.

살다보면 우리는 다른 사람과 크고 작은 갈등을 일으키고 상처 받거나 서로 등을 돌리는 경험을 적어도 한번쯤 한다. 갈등은 많은 고통을 야기하는데, '차이'를 나쁘게만 보려는 습성 때문이다. '네가 나에게 맞춰야 한다'와 '나만이 오로지 옳다'라는 독단으로 상대방의 성격을 재단한다.

사람들 사이의 성격 차이는 당연한 일이다. 똑같은 유전자를 물려 받은 쌍둥이도 환경의 영향으로 성격이 다르게 변한다. 그러므로 이혼 사유로 성격차를 들먹이는 부부는 사실 솔직하지 못한 것이다. 다른 사람끼리 만났으면서 다르다는 이유로 헤어지니 얼마나 우스꽝스러운가?

학교나 직장에서 야기되는 대부분의 갈등과 나쁜 인간관계의 주범은 '나와 너의 차이'를 긍정적으로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편협한 마음으로 성격의 상(像)을 미리 재단해 놓은 탓이다. '향수'의 저자, 파트리크 쥐스킨트처럼 혼자 산골에 박혀 살지 않는 한 사람들 사이의 갈등은 필연적이므로 피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잘 관리해야 할 일이다.

그러려면 사람들 간의 공통점보다 차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내가 네 위에 군림한다'는 독선을 버리고 '나와 너의 차이'를 인정하며 상대방의 능력으로 내 능력을 보완해야 지혜로운 사람이다. '학교 우등생은 사회 우등생이 못된다'는 명제 따위는 잊어버리자. 차이를 인정하는 일, 우리 생활 속에 민주주의를 뿌리 내리기 위한 작은 실천이다.

IP : 115.126.xxx.33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92456 나이들수록 어른들 말씀들을걸~~ 5 // 2013/09/02 2,203
292455 따끈한 비빔면 4 대다나다 2013/09/02 1,439
292454 종로구의 문제 무엇일까요? garitz.. 2013/09/02 1,251
292453 국공립 초등교사 되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요? 6 초등교원 2013/09/02 4,184
292452 갤럭시 s4, 90여만원에 살까 하거든요. 12 ? 2013/09/02 2,152
292451 아동심리 전공하신분 계세요? 2 dkekfk.. 2013/09/02 1,032
292450 세우실 2013/09/02 1,117
292449 회사 퇴직할때 절차가 어떻게 되는지요? (이유는 뭐라고 하세요?.. 4 곧백수 2013/09/02 2,655
292448 지금 다음 쓰시는분 홈페이지 괜찮으세요? 2 인터넷 2013/09/02 1,127
292447 하와이 자유여행으로 하면 영어가 많이 필요할까요 10 하와이 2013/09/02 3,109
292446 중학생인데 학습지 하는분 계세요? 3 학습지 2013/09/02 3,174
292445 공부방 쌤 명절선물 골라주세요. 8 매번고민일쎄.. 2013/09/02 1,651
292444 우울증이 잇는데 둘째 낳으신 분들? 2 ㅎㅎㄴ 2013/09/02 1,527
292443 집에서 만든 토마트소스, 냉장실에서 몇일까지 보관가능할까요..... 질문드려요 2013/09/02 1,031
292442 고들빼기를 소금물에 담가 놓았는데 색깔이 변하지를 않네요... 2 고들빼기 2013/09/02 1,238
292441 바디로션이 많이 남았는데요- 3 2013/09/02 1,756
292440 홍로사과 영글었을까요? 3 ........ 2013/09/02 1,345
292439 강아지 질문이에요(약간 더러우니 싫으신분 패스) 3 걱정 2013/09/02 1,167
292438 냉동 츄러스 넘넘 맛나요 ㅜㅜ 2 행복 2013/09/02 3,702
292437 이런 생각드는 제가 속이 좁은건지 좀 봐주세요 4 맘이 2013/09/02 1,214
292436 개구리는 정말 올챙이 적을 생각 못하는 걸까요? 2 ㅎㅎ 2013/09/02 1,182
292435 민주당, 사즉생의 결기 맞나? 3 sa 2013/09/02 1,409
292434 아이허브 추천인 3 진심... 2013/09/02 1,128
292433 박원순 “무상보육, 다른데는 5대5인데 서울시만 8대2” 1 국정원 사태.. 2013/09/02 1,851
292432 집계약금 넣으려고 하는데, 계약서와 다른 계좌로 넣어달라고 하시.. 3 요가쟁이 2013/09/02 2,0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