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들 조언에 따라 급조한 초간단 도시락을 싸들고 갔답니다.
집이 과천이라 서울랜드와 대공원을 묶은 둘모아 연간회원권을 끊었어요. 여름 휴가 여행을 안 간 대신
그 비용으로 1년치의 놀이비(?)를 선불했죠.
집에서 리프트 타는 곳까지 걸어가서(처음엔 애들이 이정도 걷는 것도 힘들다 하더니 이제 두말 않고 갑니다.
한여름 땡볕에는 이 거리도 무리였어요) 리프트 타고 호수를 건넙니다.
처음엔 리프트 타는 것도 너무너무 긴장됐었는데
이제는 아래 안전 그물 위에 떨어진 모자며 슬리퍼 등을 세어보기도 하고
(전에 없던거 새로 생겼네, 저 슬리퍼 흘린 사람은 집까지 어떻게 갔을까 얘기도 하고)
오리가 잠수하고 몇 초 뒤에 올라오나 재보기도 하고 서울랜드 바이킹이 흔들리면 대신 비명도 질러줘가며 건너지요.
저번에 왔을때 볼 수 없었던 홍학(플라밍고)들이 제일 먼저 보입니다.
어쩜 저렇게 색이 곱고 독특하게 생겼는지, 아이들이 눈을 못 떼고 보았어요.
고개를 저어가며 내는 구애의 울음소리를 아이가 개구리소리 같다고 하네요.
오래전에 왔을 때보다 동물들이 생활하는 환경이 많이 개선된 것 같아요.
획일적인 시멘트바닥과 철창 대신 그 동물의 특징에 맞춰주려는 노력이 보였습니다.
그래서인가 동물들도 예전보다는 많이 편안해 보였고요.(그래봤자 좁은 동물원과 고향의 초원이 같을 수는 없겠지만...)
인공포육실은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있는 곳이었어요. 귀여운 아기 동물들이 있는 곳이죠.
아직 생후 7개월 남짓 된 아기 오랑우탄은 유리벽 밖에서 까꿍놀이를 해줬더니 눈을 반짝이며 손을 뻗더군요
원래 미소짓는 듯한 표정이지만 까꿍놀이를 재미있어 하는 것 같았어요.
유인원이니까 사람 아기들이 하는 놀이에 반응할 것 같아서 해본건데 오랑우탄 아기도 좋아하는 듯 보였습니다.
흰손 기번원숭이는 완전 갓난아기 하나, 좀 큰 녀석 하나 있었는데
갓난아기 기번원숭이가 타월에 싸여 눈을 반짝이며 사람들을 보는데 참 귀여웠어요.
아기 침팬지는 아기 미어캣과 한 방을 쓰는데 너무 심심한지
수시로 담요에 엎드려 몸을 좌우로 흔드는 걸 보니 안타깝더군요.
(놀이도구는 제일 많지만 엄마와 가족들품만 할까요)
사육사가 우유 주니까 품에 앉아 젖병 기울이며 먹고 사육사와 떨어지기 싫어 매달리다가 기어코 떨어지게 되니
막 화내며 소리지르는 모습이 짠했어요.
원숭이류 아기들이 사람처럼 손가락을 쪽쪽 빠는 모습을 보니 귀엽기도 하고 안돼보이기도 하고...
아기호랑이 셋은 주로 잠을 자다가 가끔 고개 들고 어슬렁 걸어다니는데 몸 크기는 큼직한 고양이만 하지만 발 크기가...
고양이 발이 물만두라면 호랑이 발은 찐빵만한 것이, 백수의 왕 싹수가 보이더군요.
어린 표범은 혼자여서 그런지 구석에 누워 잠만 자고 있었는데 처음에는 인형인 줄 알았어요.
눈을 움찔거려서 살아있는 줄 알았네요석.
어린 수달들은 개구쟁이 기질이 있어 관람객들 있는 유리창 난간 위로 뛰어올라 아이들이 놀라서 꺅 하다 깔깔 웃곤 했습니다.
사람으로 치면 보육원 같은 곳인데...귀여워서 보면서도 우리가 쟤들에게 스트레스일 수도 있는데 싶어 미안했어요.
하지만 사육사의 보살핌을 받는 아이들이라 그런지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나 거부감이 좀 덜한 듯 보이기는 했습니다.
어린 동물들이 건강하게 자라 얼른 가족들 품으로 돌아가기를 기원했습니다.
오래 전에는 공작새도 철망과 시멘트바닥인 곳에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의 공작사는 넓은 부지에(안에 나무도 많고 냇물이 흘러요) 높이 그물망 지붕을 덮어 놓고
그 안에 공작들을 풀어놨어요.
관람객이 들어가서 길을 따라 다니며 바로 가까이에서 공작들을 볼 수 있답니다. 사람과 공작 사이에 가림막이 없어요.
좁은 철망 사육장에 비하면 정말 잘 돼있구나 싶었어요.
남미관에서 본 피칸새 한 마리는 처음에는 움직임이 로봇새 같아서 그런 줄만 알았다가
갑자기 후드득 날아가서 깜짝 놀랐지요.
남미관은 전에 자세히 못 봤던 곳인데 큰 개미핥기 실물을 보니 어찌나 신기하던지...
얼굴은 얄상 길쭉하고 꼬리는 거대한 빗자루 같고. 오직 개미를 잡아먹기 위한 기능에 충실한 생김새.
저희는 운좋게 사자 먹이주는 시간에 사자들을 볼 수 있었는데 통닭이며 고깃덩이들을 앞발로 탁 잡아 먹더군요.
사자 우리도 넓은 부지에 아프리카 초원 느낌이 나노록 꾸며져 있었습니다.
관람객이 많은 성수기에는 안전을 위해 운행하지 않는다 하던데
지금은 무료 셔틀이 1오전 10시~오후5시까지 대공원 안을 돕니다.
11시에서 1시 사이 점심 시간에는 30분 간격, 이외에는 15분 간격으로 도니까 많이 걷기 힘든 분들은 이용하시면 좋겠어요.
몇몇 동물들은 먹이주기 체험 시간에 맞춰 일부러 갔는데 아무것도 안해서 좀 실망도 했지요.
입구가 따로 있는 어린이 동물원은 양이나 염소에게 먹이주는 즐어움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코스에요.
가끔 아기양들이 우리를 빠져나와 강아지처럼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먹이를 얻어먹어요.
먹이는 그곳에서 판매하는 건초만 줘야 합니다.
양몰이견 프리스비 공연시간에 맞춰 가면 날쌘 양몰이견과 헥헥거리며 몰려다니는 양들을 볼 수 있어요.
가끔 떨어뜨리는 실수도 하지만 프리스비 공연도 재미있고요.
아이들이 동물을 좋아해서
리프트 타고 가다가 동물원 가까이 가서 동물 우리 냄새가 나면 (좋은 향기라고 할 수 없는데)
마음이 편안해진다네요.
다음에 또 가면 이번에 못가본 곳을 서너곳 찍어 자세히 보고 오려 합니다.
도서관에서 -동물원의 동물들은 행복할까?-라는 책도 아이들과 빌려 읽어보기로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