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이석기 압수수색’ 역사상 최악의 악수
또 NLL식 마구잡이 공표…과잉충성 칼 빼들어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을 비롯해서 통합진보당 관계자에 대한 압수수색이 오늘 오전에 있었다. 특히 이석기 의원의 경우에는 국회의원회관실에서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약 한 시간 동안 이석기 의원의 보좌진이 압수수색을 막았지만 역부족이었다고 한다. 압수수색의 주체는 국정원과 수원지검이었는데 압수수색을 하다 보니 검찰이 동원되기는 했지만 이번 압수수색의 주체는 국정원이었다고 한다.
통합진보당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압수수색 영장이 나왔다는 것은 판사를 설득시킬 만한 근거가 있었다고 볼 수 있는데 최근 박근혜 정권이 들어서고 나서 검찰이나 법원의 동향을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일일 수도 있겠다.
국정원이 이번 사건을 주도하면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등에 대해서 내란예비음모라든지 국가보안법 이적 동조 혐의를 적용한다든지 이런 식의 행태는 그야말로 NLL 대화록 유출과 관련해서 남재준 국정원장이 나서서 마구잡이로 공표하던 그런 행위와 비슷한 행위다. 지금 자숙하고 뭔가 반성의 태도를 보여도 시원치 않을 국정원이 또다시 공안사건을 만들어서 압수수색을 자행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자기들 눈앞에는 국민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그런 의미다. 국정원 정말 돌아갈 수 없는 다리를 자꾸 스스로 건너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또 웃기는 것은 요즘 보는 사람 거의 없는 종합편성채널 종편, 특히 뉴스 같은 것은 거의 안 본다. KBS, SBS, 하다 못해 MBC 뉴스를 보지 누가 종편 뉴스를 보겠나. 시청률이 여전히 바닥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 TV조선은 뉴스특보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압수수색을 아예 생중계하다시피 하고 있다고 한다. 내란예비음모 혐의를 적용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은 채 아주 자극적인 제목만 내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압수수색을 실시간으로 전했던 TV조선의 유명한 엄성섭 앵커의 목소리는 격앙돼 있었다고 한다. 마치 군사정권 하에서 간첩사건 연루자의 명단을 읽듯이 압수수색을 당한 통합진보당 간부들의 명단을 읽기도 했다고 미디어오늘 트위터가 전하고 있다. 참 한심한 방송이다.
물론 시청률이 떨어지니까 이런 몸부림을 치는 것이다라고 해석은 되지만 이해하기는, 용납하기는 어려운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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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에 대한 국정원과 검찰의 압수수색은 제가 보기에는 국정원의 역사상 가장 최악의 악수가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통합진보당에 설혹 무슨 문제가 있다손 치더라도 국정원이 주최가 되선 안된다. 국정원은 지금 범죄의 온상으로 온 국민의 그야말로 비난의 시선을 받고 있는 곳이다. 거기서 한참 논란이 진행되고 있는 이 마당에 내란예비음모?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내란예비음모라는 게 말이 되냐?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라.
그런 음모를 꾸며서. 이건 음모다. 이걸 한다는 것 자체가 국정원이 정상적인 머리인지 의심이 간다.
또 검찰이 주도한 것이 아니고 국정원이 주도한 것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최태원 수원지검 공안부장이 다음과 같은 재미있는 말을 했다.
“오늘 압수수색 영장 집행에 수원지검 수사진은 한 명도 참여하지 않았다. 어젯밤 수원지법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았고 국정원이 주도해 집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말하자면 영장을 발부받고 영장을 집행하고 결국 나중에 기소를 하기 위해서는 검찰의 손을 거쳐야 한다. 그래서 이런 국가보안법 사건의 경우는 국정원이 주도를 하더라도 검찰과 공조를 할 수밖에 없다. 결국 이번 통합진보당 내란예비음모 운운하는 사건은 국정원이 주도한 사건이다.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보라. 국정원이 지금 이 시점에 그 딴 일을 하고 있다는 게 말이나 되는 것이냐.
이번 이른바 통합진보당 내린예비음모 사건을 국정원이 주도하고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오얏나무 아래에서는 갓끈을 매지 말라고 했다. 설사 문제가 있다손 치더라도 이석기 의원이 북한으로 도망갈 것도 아니고 최소한 지금 국정원에 대한 국민적인 비판과 국정원 개혁이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이 사건을 표면화해서는 안된다.
지금 이 시점에 국정원에 대한 온 국민의 비난여론이 일고 있고 국정원의 댓글 공작 사건이 이번 재판과정을 통해서 국민들에게 만천하에 알려지고 있는 이런 시점에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한 일종의 공안 사건을 일으킨다는 것은 명백하게 물타기를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사건이 그렇듯이 국정원이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았다는 것은 그럴듯한 이유를 들이댔을 것이다. 옛날 박정희 시대때 공안사건 얘기 들을 때마다 저런 간첩들이 어디 있나 생각을 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럴듯한 제목을 들이대면 통합진보당, 그렇지 않아도 주사파 운운하는 그런 비난에 시달리고 있었던 정당 아니냐. 경기동부, 주사파 이런 선입견이 있는 국민들에게는 ‘제들 진짜 북한과 뭐 하려고 한 것 아니야’ 이런 식으로 될지는 모르겠다.
그래서 지금 TV조선이 ‘헌정사상 첫 현역의원 내란음모 혐의 압수수색’ 이딴 자극적인 제목을 달면서 압수수색 현장을 생중계하다시피 했다고 하는데 심지어는 박정희 시대때의 그런 사건들도 세월이 지나면서 거짓으로, 조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건도 예외는 아니다. 어떻게 통합진보당을 얽어 넣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래서 발표 시점에 가서는 뭔가 의심의 시선이 잠시 머무를지는 모르겠지만 국정원이 자기 자신의 곤경을 벗어나기 위해서 억지로 꾸민 사태라는 것은 대한민국 온 천하가 다 알 것이다.
정말 분노를 참을 수가 없다. 국정원 안에는 단 한명의 의인도 없나. ‘이런 일 있으면 지금 밝히면 오해 받는다. 나중에 해야 된다’고 할 사람이 단 한명도 없다는 것 아니냐. 국정원 이러다간 정말 없어질 수도 있겠다. 이건 그야말로 국민의 인내력을 테스트하고 우리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우리가 얼마나 뻔뻔해질 수 있는지 국민들에게 테스트를 하는 사건인 것 같다.
물론 여기에는 이런 것도 있다. 아마도 박근혜 대통령이 ‘나는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다’고 말한 데 대해 국정원이 위기감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결국 ‘우리를 희생양 삼을 것 아니냐’ 해서 그런 과잉 충성의 칼을 빼들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국정원의 이런 과잉 충성은, 그 충성의 대상자인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공멸로 갈 공산이 더 크다.
※ 팟캐스트로 더 자세한 내용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 2013-8-28 서영석의 라디오비평 팟캐스트로 듣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