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어머, 먹는 글 왜 지우셨어요. ㅜㅜ

누구세요? 조회수 : 1,721
작성일 : 2013-08-28 20:35:59

정말 신나서 댓글 달았는데...

 

손가락이 아프게 다다다다 친 댓글이 아까워서 여기 올려요.

그 글 원글님! 저 완전 반가웠거든요.

이런 익명 게시판에서나마 만나서 반가웠어요~!

 

------------댓글---

 

어머, 누구세요? 저보다 더 중증인 분은 처음 보는데요!
아예 다 외우고 계시네요!

음식 얘기 나오는 책, 영화 얘기 계속 눈팅하다가 이 글 때문에 참을 수 없어 로그인했어요.
방랑의 고아 라스무스를 아는 사람은 오늘 아까 글에서 처음 보고,
솔로몬의 보물을 아는 사람도 처음 봅니다.
그거 쓴 작가가 '동굴의 여왕' 쓴 거 아시죠? 이 충격적인(어린 아이 마음에) 책이 더 인기 많았던 것도...??

본론으로 돌아와서
먹는 얘기, 묘사, 저 그런 거 진짜 좋아했는데
그래서 원글님처럼 무지하게 읽고 또 읽었어요.
그리고 우리는 ㅋㅋ(막 우리래) 음식 묘사 뿐만이 아니라 주인공이 열악한 환경에서 뭔가를 만드는 장면 같은 것에서 알 수 없는 쾌감을 느꼈던 것 같은데, 아닌가요?
로빈슨 크루소가 돌을 쌓아 화덕을 만들어 빵 굽기에 성공하는 장면은 괜히 뿌듯하고!
몬테 크리스토 백작에서 파리아 신부의 물건들, 정말 매력적이었죠.

그리고 혹시 보셨는지, 기억나시는지 모르겠는데
소공녀, 소공자 시리즈처럼 집 없는 소녀, 집 없는 소년 시리즈도 있었어요.
집 없는 소녀에서 그 주인공 소녀가 정말 집 없이 떠돌게 되는 장면이 있는데
어느 늪 가에서인지 골풀을 채취해서 그걸로 신발을 만들어 신어요. 제 기억에는 리본도 넣어 만들어서 꽤 그럴싸하게 만들었던 것 같아요.
그 신발을 보고 사람들이 가지고 싶어하고... 그런 스토리가 있었어요.
그 대목이 어찌나 좋았는지!

이게 부작용이 있었어요, 저에게는 ㅋㅋ 그런 야생의 생활을 해 보고 싶은 욕구가 늘 있었던 거예요.
심지어 아주 어릴 때 꿈이 방랑의 고아 라스무스였다는 거... -_-;;; 헤르만 헤세의 크눌프 봐도
크눌프가 라스무스랑 비슷한 직업(?)이잖아요. ㅋㅋ 노래하는 떠돌이!
물론 크눌프는 일종의 철학자 비슷한 것이었지만, 그래도, 노래와 휘파람 등 잔재주가 많고
아름다운 계절에 이 지방 저 지방 떠돌아다니며 사람들(친구들)을 만나고 다니는 점이 공통적이었죠.
저 어릴 때, 커서 이런 떠돌이 생활을 해야겠다... 정말 진지하게 다짐했었어요.
커서 보니 이것은 헛 꿈.

대신에 그 꿈의 일종의 변형으로, 다른 고생길을 자처해서 시골 구석에 들어간 적이 있었는데
아... 제가 한 고생은 이루 말로 다 못합니다. 여기서 그 썰을 풀 수는 없지만, 고생 바가지 바가지 정말 많이 했어요.
도시에서 나고 자란 제가 그런 거친 곳에 가서 그런 말도 안 되는 고생을 하게 한 주 원인이, 저는,
집 없는 소녀, 로빈슨 크루소, 라스무스, 크눌프, 몬테 크리스토 백작... 등등 어릴 때 읽은 책들에 크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로망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사실은... 그렇게 고생 바가지로 하고도 그 때 추억이 즐거워요. ㅋㅋ 고생하던 그 순간에도 은근 즐기던, 그런 심리가 있었고요.

참, 크눌프에서 크눌프가 친구에게서 다리미를 빌려 모자를 말쑥하게 다리고,
친구가 옷을 수선해 주는 장면 같은 것도 마음에 들지 않으셨나요?

...우리는 어쩔 수 없는 도구의 인간인지도 몰라요. ㅎㅎ 우리 모두 말이에요.
요리 나오는 장면도, 음식 그 자체의 묘사도 있지만 만드는 장면 장면에서 그 현란하고 부지런한 손길에
넋을 잃고 보게 되는 게 있잖아요. 카모메 식당도 그렇고. 바베트의 만찬도요.
썰고 다지고 굽고 튀기고... 결국 접시에 그득히 담아 내는 그 감각의 향연.
뭔가를 만들고 그걸로 결과물을 내놓는 것, 감각을 자극하는 것, 그런 것들에 사람들이 약한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을 해 봐요.

아참 그리고, 꼭 하고 싶던 말.
그 책들을 쓴 작가들은 모두 천재였던 것 같기도 해요! 묘사에 정말로 탁월했던 거죠...
물론 우리같이 ㅋㅋ 상상력 뛰어난 독자들과 합이 딱딱 맞은 것도 있겠지만,
제가 이런 말을 왜 하냐면요,
메이플 시럽도 그렇고 스튜도 그렇고 두꺼운 검은 빵이니 하는 것들... 책 읽으면서 상상했잖아요.
신기하게도, 커서 만나고 맛본 그것들은 제 상상의 것들과 딱, 일치했어요.
이걸 어떻게 증명할 방법이 없어 답답한데, 메이플 시럽의 냄새를 맡는 그 순간 저는 그게
책에서 그토록 읽어 오던 단풍나무 시럽인 것을... 한 번에 알았다니까요. 낯설지 않았어요. 마치 전생의 기억처럼.
캐비어도, 보는 순간 아, 이건 캐비어야, 알았고요.
그걸 그렇게 묘사한 작가들 정말 대단하고...
다 큰 지금도 살면서, 책 속에서만 읽고 아직 못 만나 봤던 것들을 하나씩 더 만나게 되면 저는 그걸 은근 확인하면서 기뻐요.
마치 어린 시절의 어떤 순간을 다시 만난 것처럼.
그것이 아직 이 세상에 있고(시럽이든, 빵이든) 제가 다 커서 어른이 되어 그걸 맛보고 있다는 게,
산다는 게, 참 재미있어요.

IP : 112.152.xxx.168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3.8.28 8:39 PM (39.118.xxx.210)

    밥상 으로 검색해보면 있을텐데요?

  • 2. 저도
    '13.8.28 8:39 PM (115.140.xxx.9)

    댓글 다시볼려고 왔드만 ㅠㅠ
    실수로 삭제누르시고 멘붕온건 아닐까요 글에서 열정이 보였는디 ..

  • 3. 저도 지금 놀라서
    '13.8.28 8:40 PM (121.131.xxx.126)

    늘어나는 댓글들을 정말 흐뭇하게 읽고 있었는데,
    화장실 다녀와서 다시 보니 없는 거 같은 거에요!

    지우셨네요... -_-; 왜... ㅜㅜ

    이 글은 지우지 말아주세요!
    지금 다시 읽으려고 해요! 너무 좋아요!

  • 4. 먹거리로 검색
    '13.8.28 8:42 PM (124.5.xxx.140)

    있는데요.http://www.82cook.com/entiz/read.php?bn=15&num=1639850&page=3&searchType=&sea...

  • 5. ....
    '13.8.28 8:42 PM (221.152.xxx.47)

    먹는 거 나오는 책말고 딴 글도 있었나보네요ㅎㅎ
    님 글 읽으니 옛 기억이 나요
    크눌프,라스무스,오스칼 예전에 읽었던 글이 다시 생각나요
    전혜린,릴케,살로메,니체,헤르만헷세 사춘기 소녀였던 그 시절로 가고싶어요

  • 6. 원글
    '13.8.28 8:45 PM (112.152.xxx.168)

    윗님들 ㅎㅎ 제가 왜 지웠냐고 묻는 건 방금 이 페이지 거의 맨 꼭대기에 있다가 사라진 글이에요.
    제가 댓글 달고 확인을 누르니 없는 게시물이라고 떴거든요. ㅜㅜ
    바로 요기 요 1페이지 맨 꼭대기 쯤에 막 새로 쓴 글이었어요. 허엉...

  • 7. ㅎㅎ
    '13.8.28 10:15 PM (36.39.xxx.182)

    아, 나중에 또 읽어야지 했는데 지워졌군요ㅜ 저도 아까 라스무스 안다고 했었는데 갑자기
    동굴의 여왕이 나오니 댓글을 안 달 수가 없군요 ㅋ 동굴의 여왕, 솔로몬의 동굴 정말 제
    어린 시절의 추억이예요. 2천년을 살아온 동굴의 여왕을 읽으면서 홀딱 반했던 시절이 있지요 ㅎㅎ

    여왕의 귀환이라고 할까 그 속편은 별로 재미있지는 않더군요. 다 커서 읽은 탓인지ㅜ
    동굴의 여왕에서 앗샤는 밀가루떡(?)이랑 과일 정도로만 식사를 했던 기억이...그리고 앗샤가
    지배하던 부족에선 핫팟인지 뭔지 식인의 관습이 있었던 기억이 나요. 크눌프는 안 읽어봤는데
    꼭 읽어봐야겠네요. 정말 라스무스 좋아했었거든요.

    감각이라고 하니까, 어린 마음에 참 좋아했던 것이 어린 아씨들 중에서 메그가 사촌 집에 가서 무도회에
    갔을 때 메그에게 화장을 해주는 장면이 나왔던 기억이 나요. 대단한 것은 아니고 분을 발라주고
    그런 정도였던 것 같은데 (머리도 컬을 넣었겠지만), 그 대목을 읽을 때마다 그 향기로운 분냄새를
    맡는 듯한 느낌이 들곤 했었어요. 그 대목이 아직도 기억이 나고요. 정말 인간이 감각에
    약한 것 같아요 ㅎㅎ

  • 8. 저장
    '13.9.12 8:24 AM (182.208.xxx.55)

    합니다^^

  • 9. ...
    '13.10.5 2:17 AM (182.214.xxx.81)

    책 좋아하시는 분들 모두 그러겠지만 저는 이렇게 화려한 글솜씨로 써 놓은걸 보면 그 어떤 맛익는 음식보다 더 배가 부른 느낌이라서 좋아요 익 아마 지식에의 욕구일지도...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05294 "김정은, 3년내 무력통일 하겠다 수시 공언".. 5 사초실종 2013/10/08 972
305293 직장상사가 사귀자고했었는데... 28 조언부탁드려.. 2013/10/08 7,745
305292 중학 영수 학원 수업시간이 다 이렇게 긴가요? 8 .. 2013/10/08 1,466
305291 제 나이 40인데요... 61 올리브74 2013/10/08 16,760
305290 급,생각을 주세요 2 장대비 2013/10/08 437
305289 3아이 키우면서 얼마나 아껴써야 할까요? 8 여행가고싶다.. 2013/10/08 1,696
305288 해피투게더 부기브레드 해보신분 5 .. 2013/10/08 1,564
305287 처음으로 집 장만해서 이사가요. ^^* 센스있으신분들 좀 봐주세.. 4 .. 2013/10/08 1,386
305286 핸드폰 요금제 잘아시는분요 5 핸폰 2013/10/08 2,007
305285 남재준 "北, 수도권·서해5도 겨냥 포병전력 증강&qu.. 3 참여정부 2013/10/08 676
305284 핸드폰으로 쇼핑몰 상품을 구경하는데요... 도대체 어떻.. 2013/10/08 527
305283 조의금은 얼마를 해야 할까요? 14 피오나 2013/10/08 4,645
305282 런지를 너무 했나봐요... 어떻게 풀죠? 6 ㅜㅜ 2013/10/08 1,644
305281 오로라공주에서 로람매니저가 임예진 딸이랑 선보면 싫어하겠죠?? 13 ... 2013/10/08 3,594
305280 동네병원갔는데 간호조무사가 성 빼고 모모씨라 부르던데요 4 ..... 2013/10/08 2,216
305279 긴급 속보 입니다. 17 신기 2013/10/08 16,151
305278 <판의 미로>,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20 영화 2013/10/08 1,683
305277 치킨 시켰는데 좀 미안네요.. 12 조심 2013/10/08 4,306
305276 자게 보고 했는데 정말 맛있어요 15 양념돼지 2013/10/08 4,740
305275 82 능력자 분들, 음악 좀 찾아 주세요~ 4 궁금궁금 2013/10/08 675
305274 경기도교육감, 김상곤 vs 이주호 가상대결 1%p차 초접전 2 각 당 1위.. 2013/10/08 787
305273 박원순 제압문건’은 국정원이 작성 2 국정원 2013/10/08 633
305272 로젠택배 휴일 as 2013/10/08 632
305271 컴잘아시는분? 1 스노피 2013/10/08 493
305270 애교쟁이 고양이 7 코랄 2013/10/08 1,5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