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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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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엄마와 아이 팬티 여섯장...

플라나리아 조회수 : 3,531
작성일 : 2013-08-26 10:34:04

저는 딸둘을 가진 30대 중반 직장맘 입니다.

같은 회사에서 남편을 만나 결혼을 했고

정말 모범적인 시부모님과, 자식에게 헌신적인 친부모님이 있지요.

 

시부모님은 정말 좋으십니다. 경상도 분이시라서  별말씀은 없으시지만

항상 각종 해산물이며 쌀들을 택배로 부쳐주시며. 자식에게 원하는 것 없이 퍼주시기만 하시는 부모님이시지요,

항상 저를 먼저챙기시고, 결혼해서 6년동안 저한테 싫은 소리 한번 없으시고

명절때도 요리를 거의 해본적이 없어요. 항상 시어머니가  다 준비하고, 쉬라고만 하시지요.

첫아이 낳았을때는 1년간 정말 성심성의껏 키워주셨구요.

 

친부모님 역시, 자식만 보고 사신 분들이시죠.

없는 살림에 자싯 셋다, 지방에서 서울로 대학보내고, 그러느라고 본인들 노후준비는 하나도 하지 못하신...

 

역시나 친정엄마와의 사이는 애증의 사이인지.

만날때마다 서로 짠하고 애달프면서도, 때로는 서로에게 독설을 퍼붓고,

다시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화해하곤 하지요.

 

그런데 요새 시어머니와 친정엄마를 보면서 부쩍 생각이 많아지네요.

 

60평생 회사원의 아내로 곱게 사신 시어머니는 .. 친구도 많고 모임도 많고

좋은옷도 많고, 명품백도 많고, 속썩이는 자식들 하나 없이, 아주 우아하게 사십니다.

 

반면. 평생 돈 못버는 아빠 옆에서 산전수전 고생 다하며 엄청난 교육열을  돈없이 몸으로 실천하며

(엄마가 엄청 애들을 닥달하며 키우셨지요) 애들을 위해 올인한 친정엄마는

가진 것도 없고, 명품이 뭔지도 모르고, 어느덧 장성한 자식들에게 노후에 대한 걱정거리가 되어 버리셧네요.

 

 

시어머니는 오실때마다, 아이들 옷을 백화점에서 사오십니다.

딸들은 이쁘게 커야한다며, 남의 옷 얻어다 입히는 제가 못마땅 하신지

백화점 원피스 같은걸 3~4벌씩 사주십니다.

 

물론 고맙지요.

 

하시만 애들 옷 한벌 사오지 않는 친정엄마.

 

지난 주말 제가 잠시 애들을 맞긴 사이에. 근처 마트에 가서.

큰아이의 꽃무늬 팬티 6장을 사다 주셨네요.

 

친정엄마가 친정으로 돌아가고, 애들 옷장을 보고 있느라니.

괜시리 눈물이 납니다.

 

백화점에서 산 브랜드 원피스 여러벌과.

중저가 브랜드의  조그만 꽃무늬 팬티 여섯장.

 

우리 시어머니와 친정엄마의 처지 같기도 하고.

 

자식한테 못퍼줘서 안달이 났던 엄마인데.. 자식욕심과 자존심만은 하늘을 찔렀는데.

그래서 노후도 불안해진 것인데..

 

브랜드 원피스 `3~4벌이 아니라,  수십벌은 사줘야 직성이 풀릴 엄마인데..

팬티 여섯장 사면서 속상했을 마음을 생각하니

눈물이 납니다.

 

간만에 집으로 가는 친정엄맘에게. 생활비 생각안하고 두둑히 용돈을 챙겨드렸습니다.

 

아..자식에게 모든걸 헌신한 엄마가 노년이 힘들니..너무 안스럽네요.

 

 

IP : 116.127.xxx.139
1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3.8.26 10:42 AM (163.152.xxx.246)

    저도 친정엄마가 제 애들 봐주고 계신데...
    친정아부지 사고치신 것(그것도 본인은 잘해보려고 하신것이지만)때문에 집하나 있는거 날려버리고
    진짜 속상하네요. 미련 버리실 만도 한데, 아직도 그거 되면 보상한다하시니...

  • 2. 나도 딸둘...
    '13.8.26 10:45 AM (14.43.xxx.25)

    님 글읽고 눈물이 울컥....얼마나 마음아프실까....직장인이시라면 비상금모아 용도이라도 잘 챙겨드리시길...저도 엄마만 보면 마음아파요....근데 또 만나면 자꾸 엉뚱한 말로 제가 엄마의 마음을 섭섭하게도 만듭니다.. 딸과 엄마는 언제나 이런관계인것이지....

  • 3. 짠하니
    '13.8.26 10:45 AM (117.111.xxx.45)

    눈물이 나네요....,

  • 4. 나는나
    '13.8.26 10:47 AM (218.55.xxx.61)

    저도 남 얘기가 아니라 눈물이 핑 도네요.

  • 5. 엄마
    '13.8.26 10:55 AM (121.168.xxx.210)

    눈물나네요...ㅠㅠ

  • 6. ...
    '13.8.26 11:07 AM (183.98.xxx.16)

    저도 공감돼서 눈물이....

  • 7. ...
    '13.8.26 11:14 AM (221.141.xxx.194)

    그래도 사정 헤아릴 줄 아는 따님을 두셨으니 친정어머니 복있으시네요. 부모님 덕에 잘 커서 그나마 산다는 것도 잊고 노후대비 안하신 것만 탓하는 자식들 많은데... 비교하지 않고 생각하면 작은 팬티라도 사다주시면서 기분 좋으셨을 수도 있을 거에요... 앞으로 형편껏 어머니 잘 챙겨드리면 되겠지요.

  • 8. 역시
    '13.8.26 11:29 AM (180.65.xxx.29)

    부모에게는 딸이 있어야겠네 싶었어요. 여기글 하도 읽다 보니 저게 시어머니면 친정이랑 비교하면서
    퍼주는 친정 운운하면서 시어머니 욕했겠다 싶고

  • 9. 진짜 49재에 포상휴가 간다는
    '13.8.26 11:31 AM (59.22.xxx.219)

    남자에 관한 글 읽고 놀라다가
    이런글 보니 아들 딸 그릇에 따라 다르겠지만 원글님 같은 따님 두신 어머님이 복 많으신거 같아요^^

  • 10. ㅇㄹ
    '13.8.26 11:41 AM (203.152.xxx.47)

    정말 시어머니랑 친정어머니 처지 바뀌었으면 팬티6장이 감동이 아닌 불화의씨앗이였을것 같네요.
    82글을 너무 많이 읽었나봐요 ㅠㅠ

  • 11. ckrgk
    '13.8.26 12:03 PM (222.102.xxx.109)

    정말 속깊고 착한 딸입니다.
    딸들은 친정엄마가 잘해줘도 그 속 잘 모르는 경우 많아요.
    복 많이 받겠네요~

  • 12. 82를 너무 많이 봤나봐요
    '13.8.26 12:09 PM (121.145.xxx.180)

    시어머니는 뭐하러 손녀 옷은 백화점에서 사다 나르시는지.
    쓸데 없는 행동 하셨다 싶네요.

    시어머니 친정어머니 바뀌었다면........ ?

  • 13. 그래도
    '13.8.26 12:13 PM (211.192.xxx.155)

    저런 양가 모두 좋은 부모님을 둔 원글님도 복받으신 분이고
    원글님 같은 며느리와 딸을 둔 양가 부모님도 복받으신 분이네요.
    저도 엄마생각에 맘이 짠하네요.

  • 14. 목이..
    '13.8.26 12:54 PM (211.246.xxx.136) - 삭제된댓글

    메입니다..가슴도 저미고..

  • 15. 흰둥이
    '13.8.26 1:33 PM (39.7.xxx.25)

    정말 정말 잘하셨어요 원글님께 감사하면 대박 오지랍인거죠 저^^;;;

  • 16. 제가
    '13.8.26 5:55 PM (121.88.xxx.89)

    그 친정엄마같은 엄마입니다.
    딸아인 결혼한지 얼마 안돼 아직 애가 없지만
    저 또한 딸아이에게 그런 엄마입니다. 슬프네요...

  • 17. 에효
    '13.8.26 6:02 PM (112.166.xxx.100)

    ..원글님 마음 알 것 같아요

    그냥 마음이 슬퍼져요

    그런데 원글님은 친정엄마께 아이라도 잠시 맡길 수 있잖아요
    우리 친정엄만 아이를 따로 한번도 안 봐주신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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