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가서 너도 그렇게 하여라

준준 조회수 : 894
작성일 : 2013-08-26 01:16:22

천주교 서울대교구 신부님 262분의 시국선언 전문입니다.

짧지 않지만 '명문'이라 같이 읽고 싶어 가져왔습니다.

괄호 속의 인용 출처 표시들은 천주교 신자가 아닌 분은 낯설게 여길 수도 있으나 문맥상 그냥 건너뛰고 읽으셔도 상관 없습니다.

 

왠지 마음이 찡하네요...

 

 

“가서 너도 그렇게 하여라”(루카 10,37)

교회는 민주주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민주주의가 “시민들에게 정치적 결정에 참여할 중요한 권한을 부여하며, 피지배자들에게는 지배자들을 선택하거나 통제하고 필요할 경우에는 평화적으로 대치할 가능성을 보장”해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진정한 민주주의는 법치 국가에서만 존재할 수 있으며, 올바른 인간관의 기초 위해 성립한다고 교회는 가르친다.(요한 바오로 2세, 회칙 백주년 46항 참조)

“진정한 민주주의는... 모든 인간의 존엄, 인권존중, 정치생활의 목적이며 통치 기준인 공동선에 대한 투신과 같은 .... 가치들을 확신 있게 수용한 열매이다.” 국가권력(공권력)의 존재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류역사는 ‘개인들의 독단적 의사’로 권력을 행사하는 것을 ‘법치주의’로 극복하고, 국가권력의 집중과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권력분립’(입법, 사법, 행정의 공권력)으로 균형과 견제를 발전시켜왔다.(「간추린 사회교리」, 407항, 408항 참조) 마침내 우리는 이를 ‘민주공화(民主共和)’라고 이름 한다.

그러나 교회는 현실에서 어떤 정치체제도 완전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바로 ‘죄의 구조들’ 의 존재 때문이다.

하느님의 뜻과 이웃의 선익에 반하는 태도와 행동들, 그리고 그것들로 구축된 “죄의 구조들”, 그 안에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모든 이익을 집어삼키려는 욕망과 “무슨 수를 써서라도” 쟁취하려는 권력에의 욕망이 강렬하게 꿈틀거리고 있다.(요한 바오로 2세, 회칙 「사회적 관심」 37항 참조) 가히 경제독재와 정치독재라 할만하다.(요한 바오로 2세, 회칙 「사회적 관심」 37항 참조)

사실 우리의 근현대사는 이를 극복하고 진정한 ‘민주공화’를 실현하려는 힘겨운 과정이었다. 인간의 존엄을 확인하고, 인권을 발전시키며, 공동선을 실현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분들이 십자가를 짊어졌는지 우리는 그 분들의 희생에 빚을 졌다.

그러나 우리는 쉽게 망각한다. “사적 이익이나 이념적 목적을 위해 국가권력을 독점한 폐쇄적 지배집단”(「백주년」, 46항)이 ‘민주공화’를 얼마나 심각하게, 얼마나 끈질기게 왜곡했으며, 깊은 상흔을 남겼는지를... 일제강점부터 시작해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이 “폐쇄적 지배집단”은 우리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은밀하게, 때로는 노골적으로 ‘민주공화’를 부정한다.

부끄럽게도 우리는 ‘죄의 구조들’에 대해 때로는 강압에 의해 침묵하거나, 때로는 무감각과 무관심으로, 때로는 적극적으로 그 확장을 돕는다.

‘정보’도 그 한 몫을 한다. 교회는 '정보‘가 민주적 참여를 위한 주요한 도구 가운데 하나라고 본다. 그러면서 “정보의 객관성에 대한 (시민의) 권리를 온전히 행사하지 못하게 하는 장애물 가운데 특별히 주목해야 하는 것은 소수의 사람이나 집단들이 조종하고 있는 뉴스 미디어 현상이다. 이러한 현상에, 정치 활동, 금융기관, 정보기관들의 유착까지 더해지면, 이는 전체 민주주의 제도에 위험한 결과를 미친다.”(「간추린 사회교리」 414항) 고 경계한다.

이른바 ‘국가정보원’과 관련된 일련의 ‘새로운 사태’는 “죄의 구조들”이 ‘민주공화’를 노골적으로 부정하고, 이에 우리의 무감각과 “정보의 비윤리성”(「간추린 사회교리」 416항 참조)이 가세한 것이다.

첫째, 국민이 “국가안보수호와 국익증진의 사명”을 부여한 ‘국가최고의 정보기관’이 ‘자유와 진리를 향한 무명의 헌신’을 포기하면서까지, 국가안보와 국익의 토대인 ‘민주’의 가치를 허물어뜨렸다.

둘째, 대통령 직속의 국가기관의 이 권력남용 행위에 대해 아무도 책임을 지려하지 않으며, 오히려 침묵으로써 방치하거나, 왜곡으로써 혼란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이를 정쟁으로 희석함으로써 공동선을 무너뜨렸다.

셋째, 국민을 위한 봉사의 목적에서 일탈한 행정부를 바로잡아야 할 입법부의 무능함과 사법부의 수수방관은 ‘법치’를 적극적으로 포기한 것이다. 그렇게 ‘삼권’이 협력함으로써 “폐쇄적 지배집단”은 강화되어 절대 권력화를 도모했다. 모든 인간의 존엄과 인권은 위기에 내몰린다.

넷째, 대중매체가 ‘상황과 사실들과 제시된 문제 해결책’을 객관적으로 제공함으로써 민주시민의 책임 있는 공공생활 참여에 기여하는지 강한 의구심이 든다. “이데올로기, 이익추구, 정치적 통제 욕심, 집단 간의 경쟁과 알력, 기타 사회악” 때문일 수도 있겠고, “특정 이익 집단을 위해 잘못 이용되는 돈벌이 사업”(「간추린 사회교리」 416항) 때문일 수 있을 것이다. 대중매체가 “공동선을 위해 진실과 자유와 정의와 연대에 근거한 정보를 제공”(「간추린 사회교리」 415항)하지 않는다면, 대중매체 역시 “폐쇄적 지배집단”에 부역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

다섯째, 오늘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익을 추구하는 욕망과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지배 권력을 쟁취하려는 욕망이 그렇게 강력하게 결탁한 ‘죄의 구조들’은 버젓이 시민의 “옷을 빼앗고 때려 초주검으로 만들어 놓고”도 태연하다.

“길 반대쪽으로 지나가 버리는” 사제가 될 수는 없다.(루카 10,29-37)

‘모든 인간의 존엄’, ‘인권존중’, ‘공동선에 대한 투신’을 내놓고 길을 떠날 착한 사마리아 사람이 되자.
 

2013년 8월 21일

IP : 59.24.xxx.159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존심
    '13.8.26 8:32 AM (175.210.xxx.133)

    예!!!!!!!!!!!!!!!!!!!!!!!!!!!!!!

  • 2. 명문이고
    '13.8.26 8:35 AM (211.234.xxx.151)

    마음을 울리네요.
    확실히 82가 변한게 이런 좋은 글이 올라오는데도
    반응이 없어요. 무슨 80만원짜리 가디건을 살까말까
    하는 글에는 베스트까지 갈 정도로 댓글 달더만.
    그런다고 그 옷 자기 옷 되는 것도 아니고 무슨 시녀병
    비슷한 증상만 목격.

  • 3. ...
    '13.8.26 8:45 AM (1.241.xxx.18)

    천주교 신자임이 자랑스럽네요
    신부님들 사랑합니다

  • 4. 망곰
    '13.8.26 11:07 AM (203.233.xxx.54)

    냉담중인 천주교 신자입니다. 고맙고 자랑스럽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37226 남편,아이들 두번째 변호인 보러 나갔어요 4 변호인 2013/12/28 1,319
337225 TV조선은 정말 문화적 정신적 충격이네요 27 .... 2013/12/28 4,185
337224 아들 옆으로 이사가면 안 된다는 말 들어보셨어요? 18 xcvb 2013/12/28 4,102
337223 초딩과외에 대해서 질문드려요 4 과외질문 2013/12/28 893
337222 영재고(과학고) 학비는 어떻게 되나요? 4 궁금합니다... 2013/12/28 6,027
337221 노예상태에서 벗어나는 법(펌) 2 아인스보리 2013/12/28 1,729
337220 리본즈 바이 클럽베닛 여기 정품파는데 맞나요? 1 고민 2013/12/28 3,305
337219 새해가 가기전에 정리정돈 도와주세요 1 새해엔 깔끔.. 2013/12/28 1,046
337218 아이들 수영 한달하면 어느정도하나요? 6 .... 2013/12/28 1,694
337217 우연히 발견한 노무현 미니 다큐... 6 이명박근혜처.. 2013/12/28 1,247
337216 여성동아 1월호 애독자엽서 당첨확인좀부탁드려요 미미 2013/12/28 760
337215 너무 가난한 환경은 사회생활 시작준비가 7 소스 2013/12/28 2,414
337214 개그감각 좋은 남자,이야기 잘하는 남자 어느쪽이 좋으세요? 5 칠봉 2013/12/28 1,174
337213 나정아 칠봉이한테 보증도 서달라고 해라 13 ........ 2013/12/28 4,098
337212 난방안해서 춥다는집은 남향집이 아닌가요? 18 ... 2013/12/28 3,007
337211 따뜻한말한마디한혜진집식탁 궁금해요 2013/12/28 1,635
337210 그네정권 경찰, 산부인과 내역까지 뒤져 수사 시도 1 돋네요 2013/12/28 1,110
337209 태종처럼 총대메고 매국노들 제거했다면 옛날 2013/12/28 545
337208 1994는 참 취향때문에 아쉬운 27 개인의취향 2013/12/28 4,149
337207 보일러가 오래 되면 난방비 많이 3 나오나요? 2013/12/28 1,704
337206 국민의 경찰인가 박근혜의 행동대원인가! 6 손전등 2013/12/28 981
337205 결국 편의점앞 길고양이 다른데로 보내버렸네요 ㅠㅠ 24 에휴 2013/12/28 2,049
337204 저에게 응사는 반쪽짜리 드라마네요. 10 지겨우시겠지.. 2013/12/28 2,504
337203 냉장고가격은 3 즐거운맘 2013/12/28 921
337202 태권도3단을 영어로 뭐라고 하나요? 2 고우 2013/12/28 7,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