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작은 규모다 보니 제가 1인 8역을 합니다.
상품개발하고 제품 조사하고 상품페이지 만들고 상품등록하고 광고하고 픽업하고 배송업무에 고객CS까지,
그중에 기본적으로 거래처 관리까지도 하는데 얼마전 CJ몰에서 저희쪽 담당자가 반품건으로 연락이 왔습니다.
CJ에 판매중인 마사지기인데 다리에 피가 안통할정도로 쎄게 압박해서 사용이 불가하다며 환불 요청을 한다구요.
그래서 저희 회사 방침대로 (마사지기는 반품이 들어오면 다시 판매를 안합니다. 그냥 재고로 쌓아두게 되거든요.
나중에 AS용으로 울며 겨자먹기로 쓰다가 반품이 안된다는 규정을 만들게 되었다고 하네요) 사용여부 확인하고
기기 결함이 아닌이상은 반품이 안될것 같다고 정중하게 CS부탁드린다고요. CJ쪽 직원들이 대부분 싹싹해서
잘 끝났나 싶었는데 오늘 래퍼(거래처간에 코멘트 남기는 페이지가 따로 있습니다.)에 신규 메시지가 있어서
확인했더니 위에 거론한 손님이 CJ쪽 상담직원에게 폭풍같이 한바탕 쓸고 갔다는 내용이였습니다.
그러면서 슬며시 저에게 연락해서 설득을 시키던지 아님 반품을 받아주던지 택일하라는 내용이였습니다.
네 전화를 했습니다. 남자지만 나름 싹싹하고 주변에서 목소리 좋다는 말도 가끔 듣는터라 엄청 부드럽게
통화를 시도 했습니다. 근데 손님은 뭔가 이미 불만이 가득한 상태더라구요.
안녕하세요 000회사입니다. 반품요청이 들어와서 연락드렸습니다.라는 첫인사에 엄청 짜증섞인 말투로,
그런데요?!
뭐 이런일 허다하니까 서로 서로 기분안상하게 합의점을 찾기위해 말을 이어나갑니다.
상담내용 확인해보니 사용을 하신 상태인데 기기적인 결함이 아닌 상태에서 환불은 저희쪽 방침이 이러이러해서
힘들것같다는 내용을 설명해 나갔습니다.
사용을 해봐야 쓸만한지 아닌지 알것 아니냐는 말에 참.. 이분 말도 맞고 하지만 또 대부분 이런 안마기를 구매하는
사람들은 병원이나 한의원에서 한번쯤 사용해보고 구매를 하기때문에 입소문 또는 실제 사용해본 사람들이 많이 사는터라 이부분을 설명해도 별 소용이 없더라구요. 게다가 상품페이지에 큼지막하게 택손실 또는 제품사용시에는 부득이하게 환불이 불가능하니 이해해달라는 문구도 있습니다.
기분 상할만한 내용도 목소리에 악의도 다 뺀상태로 정말 정중하게 말을 이어나가는 중인데 이분께서 글쎄...
"이런식으로 나오면 소비자 고발원에 신고하겠습니다." "내가 지금 임신중인데 애한테 이상이 생기면 당신이 책임질껍니까?" 라고 하네요...
사실 저는 그분이 이 제품으 살때 한번도 대화를 나눈적도 없고... 그분은 자기 신념대로 제품 상세페이지도 꼼꼼히 살펴보고 구매를 하셨겠죠.. 싼것도 아니니..
임신을 하셨는지 안하셨는지는 더더욱 모를뿐더러... 애초에 압력을 0에서 부터 285mmHg까지 10mmHg단위로 조절할수 있는 상품인데 압력이 너무 세다고 컴플레인을 건다는게 이해가 안가더라구요..
0부터 100단위까지는 사실 초등학생이 조물딱 거리는 수준입니다. 피가안통할정도는 아니에요 ㅠㅠ
이분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상품이 마음에 안들고 환불을 받고싶은데 제품에 공지되있던 "사용시 반품불가"를
무시하면서 반품을 받겠다 라는 굳은 의지가 보였습니다. 그래서 나온말이 소비자 고발을 하겠단 말이겠죠..
이런경우 엄청많아요.. 소비자 고발.. 근데 아셔야할게 소비자 고발원에서는 저희한테 전화해서 환불해주라고 강압을 하는게 아니라 설득을 합니다. 제제를 가하거나 그러지 않아요.. 저희가 끝까지 환불을 못하겠다고 하면 몇개월이고 계속양쪽으로 연락을 하다가 결국 마지막엔 서로 5/5로 합의점을 찾아주는게 고작입니다. 인터넷에 소비자 고발로 환불받았다고 좋아하는 사람들 판매자들이 다 그냥 시간끌고 스트레스 받기 싫어서 어이없는 이유에도 해줘버리는것이 대부분입니다.
이유있는 환불 해드립니다. 저도 회사에 속해있긴하지만 때론 구매자가 되기도 하고 일반적인 보통 사람입니다.
어느날은 나이 많으신 할머님이 자식이 선물로 줬는데 해봤더니 효과가 없고 너무 비싸다고 사장님 사장님 하면서
이돈으로 애들 그냥 용돈으로 돌려줄려고 하는데 환불해주시면 안되냐는 전화에 윗사람에게 보고없이 반품잡은건도 있습니다..시골에 계신 어머니 생각도 났구요.. 제 판단으로 환불해주고 상황설명하면 위에서도 가끔 이해해 줄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혼날때가 더 많아요 ㅋㅋ 그래도 감정적인 기준으로 제 손에서 대부분 맞춰드릴려고 노력합니다.)
CS업무도 어짜피 사람이 하는건데 너무 막말하지 않았으면해요 ... 남자라 상처 안받을것 같아도 그렇게 몰아붙이시면.
하루종일 맥빠지고 그래요..
마치 제가 손님한테 사기라도 치고 뭔가 돈을 뜯기 위해서 엄청 머리굴리고 그럴것 같지만 회사에서도 물론이고
밖에 나가면 정말 당신들처럼 똑같은 사람이고 똑같이 법없이도 살고 싶은 사람입니다.
아직도 수화기 넘어로 들려오는 그 짜증섞인 말투가 생생합니다.
그리고 전 또 윗분들한테 굽신거리면서 "헤헤~ 사정이 좀 그런거 같은데 이거 환불 해드리면 안될까요?" 그러고 있겠죠...
요즘 혈압이 높아져서 병원에서 약도 타먹고 있습니다. 이제 나이가 30대 완전 초반인데 말이에요..
이제 윗분들께 말씀드리고 환불 어렵겠다고 통화를 시도해야 하는데 바보같이 혈압약을 안챙겨왔네요..
신나게 막말 들을 준비가 저는 아직 안됐는데.. ㅠㅠ 고객님과 통화해야 하는 시간은 점점 다가옵니다..
그러지마세요.. CS가 다 나쁜사람들만 있는건 아니에요..(그리고 전 CS 전문도 아니에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