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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회사 배불리고 전력거래소 먹여살려 비싼 전기

서화숙 조회수 : 865
작성일 : 2013-08-16 19:10:52

 

 

며칠 전력난 속에 찜통 더위로 고생하고 나니까 슬슬 흘러나오는 이야기가 전기요금이 싸다는 것입니다. 전기생산이나 판매, 또는 요금산정에 관여하면서 입장은 약간씩 다른 한전 직원이나 산업자원부 공무원들이 똑같이 말하는 소리이기도 합니다. ‘전기요금이 너무 싸다.’전기요금, 올리겠다는 말입니다.

너무 싸다면 올려야겠지요. 그러나 진짜로 너무 싼지, 왜 싼지는 따져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소비자들이 가격인상을 부담해야 한다면 부담할 용의도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전력생산에서 판매에 이르는 구조를 보면 소비자들만 가격인상을 떠맡기엔 억울한 점이 있습니다. 중간에서 돈이 줄줄이 새는데 왜 소비자가 봉이 되어야 한다는 겁니까?

일단 전기가 어떻게 생산되어서 소비자들에게 가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전기는 한전의 6개 자회사와 민간발전회사가 주로 생산합니다. 태양광이나 조력 풍력 같은 대안발전은 신문에만 크게 나올 뿐 생산량이 미미하니 따지지 않겠습니다.

 

한전의 6개 자회사는 수력발전소와 원자력발전소를 총괄하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화력발전소를 지역에 따라 5개로 나눈 한국동서발전 한국남동발전, 한국중부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서부발전이 있습니다. 민자발전회사들은 대기업에서 하는데 천연액화가스(LNG)를 이용해서 가장 비싸게 전기를 생산합니다.

전국 전력의 90% 정도를 한전의 6개 자회사가 맡고 민자발전이 나머지를 맡고 있습니다. 한수원의 잇딴 부품 비리에 따른 원자력발전소(원전) 가동 중단으로 민자발전 비율이 올해는 15% 정도로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지요. 전국에 원자력발전기는 23기가 있는데 올 5월에는 무려 11기가 가동을 중단했고 지금은 5기가 쉬고 있습니다. 21.7%가 쉬는 겁니다.

원전이 가동을 멈추면 전력이 모자랍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민자회사에서 만드는 가장 비싼 전기를 더 많이 써야 하기 때문에 전기 원가가 더 올라갑니다. 우리나라의 전기구매 방식은 독특해서 가장 싼 값으로 생산한 전기부터 사오되 가장 비싸게 생산한 가격을 쳐줍니다. 민자발전소가 생산비용을 올리면 올릴수록 전반적인 전기단가는 높아진다는 말입니다. 한전의 발전 자회사들이 사고를 쳐서 싼 전기를 못 만들수록 전기 생산원가는 올라갑니다.

옛날에는 한전이 전기를 생산도 하고 판매도 했습니다. 수익이 나는 걸로 손해를 메울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2001년 ‘전력산업의 경쟁력을 도모한다’는 빌미로 이 체제를 무너뜨렸습니다. 한전의 발전소들을 자회사로 쪼개서 전력생산은 한전자회사와 민자발전이 하고 그걸 한국전력거래소를 통해 한전이 사서 판매, 즉 일반소비자에게 공급을 하게 했습니다.

그러면 한전자회사와 민자발전은 전기를 손해보고 팔까요? 아닙니다. 수익을 톡톡히 내면서 팝니다. 한수원의 2011년 순익이 622억원이었습니다. 한전 자회사들은 공기업이라 순익을 많이 내면 직원들이 성과급까지 받지요. 민자발전의 수익은 상상 이상입니다. 금융감독원이 올 5월에 공시한 내용에 따르면 에스케이이앤에스는 작년 순익이 무려 6,097억원이나 됩니다. 포스코에너지는 1,818억원, 지에스파워도 797억원이나 이익을 냈습니다. 민자발전의 이런 순익은 대부분 주주들에게 배당으로 돌아갑니다. 전력산업에 재투자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산업에 재투자되지 않는 돈이 그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까요? 당연히 아닙니다. 그런데도 전기요금을 올려야 한다면 발전회사들의 수익을 채워주려고 소비자들더러 돈을 더 내라는 말이나 똑같습니다.

게다가 중간에 있는 한국전력거래소 문제도 있습니다. 정부는 전력을 사고 팔기 위해서는 시장이 필요해서 전력거래소를 만들었다고 주장합니다. 없앨 수도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전력거래소가 없어도 문제는 없습니다. 유일한 공급선인 한전이 맡으면 되니까요. 정부 말대로 모든 거래에 시장이 존재해야 한다면 통신이나 전파거래소는 왜 없습니까? 사실 전력생산업체를 분리하고 전력거래소를 통해 전기를 사고 팔게 한 것은 전력산업 민영화를 대비해 구조를 바꾼 것입니다. 그러나 전력산업 민영화는 되지 않았고 어정쩡하게 중간형태로 비효율적인 옥상옥 형태의 유통망만 남은 것이지요.

한국전력거래소는 직원이 300명쯤 됩니다. 이들의 평균연봉이 작년 기준 8,945만원이었습니다. 한 해 인건비만 해도 268억원이 든다는 말입니다.

원전에 대한 인식이 낮은 1992년에 원전의 안전성을 홍보하기 위해 만든 한국원자력문화재단도 있습니다. 이들이 홍보에 쓰는 돈만도 매년 100억원대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 돈 역시 전기요금에서 추렴한 전력산업기반기금에서 나옵니다.

전기요금에 대해서는 가정용이 비싸다, 산업용이 싸다, 농업용은 너무 싸다, 가정용은 누진제가 있는데 산업용은 없다, 대기업이 주로 쓰는 산업용 전기비를 보전하느라 주택용 전기만 너무 비싸다, 이런 말을 많이 합니다. 이 말도 맞습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전기가 한전에 도달하기까지 생산업체와 거래소, 원자력문화재단 같은 불필요한 방계기구에 들어가는 돈이 너무 많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 놓고 소비자들에게는 한전이 사들인 비용과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비용 차이만 강조하면서 전기요금이 너무 싸다고 말을 합니다.

한전 자회사들의 비리 때문에 원전 발전이 확 줄어도 생산업체가 국가적 손해를 책임지는 법도 없습니다. 원전이 멈추면 민자회사만 신이 나는데 막을 길도 없습니다. 이런 게 요즘 찜통 더위를 억지로 이겨야 하는 전력난의 근본원인인데 전기가 싸니까 막 쓴다고 애꿎은 소비자만 들들 볶습니다.

전력난만 터지면 자동으로 붙는 전기요금 인상안, 생산에서 공급까지 낭비되는 비용부터 근본적으로 없앤 후 소비자에게 요구하기 바랍니다.  

☞ 2013-8-16 서화숙의 3분칼럼 팟캐스트로 듣기

IP : 115.126.xxx.33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서화숙
    '13.8.16 7:11 PM (115.126.xxx.33)

    http://news.kukmin.tv/news/articleView.html?idxno=630

  • 2. 또..
    '13.8.17 7:44 AM (119.67.xxx.55)

    팩트들 중 하나를 어디서 엿가락처럼 직직 늘려 쳑 갖고와 붙여놓고는 떼기 힘들게 만들어
    이럴 수 밖에 없다! 도 아니고
    어쩔껀데? 이런 방법 말고 뭐가 있냐? 며 결국 팩트를 꼬아논 정책을 지그들만의 방송에 샥 내보내고.
    대놓고 국민 우습게 본지 꽤 됐음
    투표까지 지그들 것이니

    원글님 올리신 글 잘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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