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남편은 뭐든지 버리는 것을 질색합니다.
언젠가 다시 쓸 수도 있다든가, 무슨 추억이 담겨있다든가 하는 이유도 없습니다.
'그냥' 버리지 말고 두라고 합니다.
더 웃긴 건 아무 말 없이 버려버리면 없어진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남편 물건(혹은 공동 물건)을 내 맘대로 버려버리기에는
께름칙해서 항상 물어보고 같은 대답을 듣곤합니다.
오늘도 20년 가까이 펼쳐 보지도 않고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텐트때문에 열 받습니다.
텐트 안 쓸 거면 동생네 주자고 했더니 너무 옛날 거라 펴고 개는거 불편하답니다.
쓰던지 말던지 동생네 알아서 하게 하쟀더니 대도 한갠가 부러졌답니다.
(절대로 동생 주는 거 아까와서 그러는거 아닙니다.)
그럼 쓰지도 못할 것 버리자니까 집도 넓은데 그냥 두잡니다.
그냥 그냥 그냥 그냥 그 놈의 그냥
그 말을 하는 그 입을 그냥 한대 패버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