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4이고 교육열 극성인 동네에서 여지껏 학습지 하나 안 시키고 제가 가르쳐 왔어요.
다행히 제가 외국에서 학교 다녀서 영어도 가르칠 수 있고, 수학도 고등학교 전까지는 제가 가르칠 수 있을것 같아서
괴외시킨다 생각하고 제가 직접 가르쳤습니다. 나름 교육에 대해 소신도 있었구요. 아...영어학원은 제 발음이 원어민 같지는 않아서 보내고 있습니다.
수학 같은 경우 틀린걸 정확하게 하나씩 해결하고 나가는게 중요한데...학원에서는 채점도 선생님이 안하는 곳도 있으니 애가 뭘 모르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고 진도 나가는데만 급급하고...아무래도 애들이 많으니 관리가 제대로 될 것 같지 않았어요. 한 학기 이상은 선행도 반대하는 주의라 미친듯이 뽑아대는 학원 진도도 맘에 안 들었어요. 거기다 저도 학교때는 과외로 회사원보다 돈을 더 벌었었기 때문에...아이한테 너 엄마 과외 비싼 과외다...이러면서 가르쳤네요.
그런데 애가 머리 크고...이렇게 제가 계속 가르치다가는 뭔일 내지 싶어서 학원 보내기로 결정했습니다.
공부 가르치기가 아니라 무슨 전쟁 같아요. 애랑 신경전에...사이까지 나빠지는거죠.
공부를 가르친다고 해봐야 하루 한 시간도 안되는 학습량인데...인생에 회의가 들 정도로 자식에게 실망이고
말은 험하게 나가고 제 자신에게도 너무 실망입니다. 공부를 부모가 달래가면서 시켜야 하는건지.
일단 책상에 앉으면 15분이면 다 풀고 나오는데...책상에 앉기까지의 과정이 너무 힘듭니다.
더구나 제가 직접 채점하다 보니...아무렇게나 계산한거...약게 찍은거...모른다고 안 플었지만 사실은 단순하고 시간 걸리는 문제만 뛰어 넘은거. 부주의하게 문제도 안 읽고 풀은거...눈에 다 보입니다. 아...최소한의 공부에도 이렇게 성의가 없고 약은 꾀만 부리는구나...싶으니 아이에게도 실망스럽고. 공부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우직하게 공부하지 못하는 성격에 실망입니다.
전 형제가 셋이라 그런지 공부 하라는 말 안 듣고 자라서 도무지 이해가 안 됩니다. 공부 안해서 점수 엉망이면 창피하고 내 욕심에 좀 더 해가고 그러다 싫증나면 또 안 했다가...아주 어려서부터 제가 알아서 하기도 하고 안하기도 했어요.
공부가 능동적이 되어야 하는데 자꾸 수동적이 되니 그게 제일 큰 문제입니다. 부모가 하라고 하기 전에는 책 펼 생각을 안하는거. 제가 눈으로 보고 있는게 너무 힘들어서 그냥 학원에 보내려구요.
자식 인생도 중요하지만...제 생활의 질이 너무 떨어지네요. 안 보고 관여를 아예 안하면 좀 나으려는지.
제 성격이 연연하다가도 딱 정리하고 나면 언제 그랬냐 싶게 정리를 또 잘 합니다.
아이 학원 보내고 죽을 쑤든 말든 그 결과대로 만족하고 엄마는 선생님이 아니라 엄마 역할을 하는게 낫지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