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전 강아지 두 마리를 키워요.
제가 처음부터 키우려고 했던 강아지는 아니고, 꽤 오래 사겼던 전 남자친구가 분양해온 강아지였어요.
강아지를 키울까? 라는 말이 잠시 나왔을때, 강아지를 좋아하던 저는 그냥 그럴까? 라고 말했지만 사실 자신 없었어요.
독립하기 전에 집에서 키운 강아지가 죽고 너무 힘들어서 다시는 강아지를 키우지 않으려고 했거든요.
사연은 길지만 어째튼 너무 이쁜 강아지 두 마리가 저에게 왔고, 강산이 절반은 넘게 바뀔 길고 긴 인연이 끊어진 뒤, 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제가 키우게 되었어요.
정도 너무 많이 들고, 또 내가 애기때부터 애지중지 키우던 강아지라서 절대로 중간에 다른 곳으로 보내거나 하지 않고 늙어서 죽을때까지 제가 책임지려고요.
근데 이 녀석들이 요즘 아파요.
처음엔 작은 강아지가 먼저 감기+기관지염에 걸리더니, 이젠 큰 강아지도 옮았나봐요.
코가 막히니까 밤에 잠도 못자고 헐떡거려요.
저도 비염과 축농증이 있어서 그게 얼마나 힘든지 알거든요. 그래서 가능한 큰 동물병원으로 가서 할 수 있는 치료는 돈 생각 안하고 다 해줬어요.
그게 몇 일 되었네요.
두 마리가 병원에 다니니까 돈이 정말 너무 많이 들더군요.
아픈 강아지들한테 돈을 아끼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정말 너무 많이 들어가요. 갈 때마다 10만원이 넘으니 이미 제가 사는 방 월세가격은 넘은지 오래고, 아직도 저렇게 낫지 않는걸 보니 400~500은 깨져야 나을 것 같아요.
제 옆에서 아프고 코막히고 더워서 고생하는 강아지 보면서 돈 계산하는 제가 너무 초라하고 한심해요.
내 능력이 이것밖에 안되는구나....
방금 먹지도 않으려는 강아지 쫓아다니면서 제발 고기 한 입만 먹어보라고 입에 넣어주고, 그것도 뱉어서 계란 삶아서 노른자에 꿀물 조금 섞어서 죽처럼 줬는데도 안 먹어요.
정말 너무 힘들어서 주저 앉고 엉엉 울었어요.
사람이었으면 제발 먹으라고 사정도 해보고 화라도 내볼텐데, 그러지도 못하고 정말 미치겠어요.
헤어진지 1년도 넘은 전 남자친구라도 있었으면 덜 힘들었을까... 그런 생각도 들어요.
몇 일 잠도 못자고 출퇴근 하다보니 저도 감기몸살에 걸려서 오늘 병원 갔다왔는데 제 몸도 아파서 미치겠는데 이 놈들이 밥도 안먹고 약도 영양제에 섞어서 주면 다 뱉어내서 더 미치겠어요.
정말 지금 너무 힘드네요.ㅠㅠ 오죽하면 전 남자친구 핸드폰 번호까지 눌러봤어요.
나 미친년이라고 생각하고 욕해도 좋고 때려도 좋은데 우리 강아지 너무 아프니까 네가 조금만 도와달라고 말하고 싶었어요.ㅠㅠ
결국 정신줄 붙잡고 전화는 안했지만 진짜 죽겠네요.
하아....ㅠㅠ
그냥 속풀이라도 해보면 맘이라도 가벼워질까 싶어서 한 번 적어봐요.
아픈거 다 낫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