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접니다.
개천용 + 애 없는 부부 = 저희 부부 네요.
남편은 전문직이라 불리는 직종이에요.
고시공부 4년 하고 합격해서 소위 말하는 고액연봉자가 됐습니다.
연봉은 1억 중반대구요.
영업직이라 연봉을 다 갖는 것은 아니고 일부 영업비로 씁니다.
그리고 개천용입니다. 시댁 노후보장 안되어있고 연세가 있으셔서 일도 못하세요.
한 달에 시부모님 생활비로 60만원 씩 드려요. 그나마 다른 형제가 있어서 부담이 좀 덜하다고 생각합니다.
공부 시작하기 전에는 H중공업에서 일을 했는데
미리 벌어두었던 돈은 고시생활로 다 써서 결혼할 때 집 얻으면서 마이너스로 시작했죠.
중간에 회사에 출자하면서 또 억 대 빚을 얻고..
그렇게 대출받아서 1달에 대출이자로 내는 돈도 꽤 됩니다.
그래서 연봉 1억 중반대인데 차도 12년된 차 타고, 아직 집도 없습니다.
돈은 많이 버는데 재산은 정말 0원이에요. 가진 차 하나가 다네요.
저는 건강문제로 수술을 하고 관절장애로 장애 4급 판정을 받았어요.
그렇지만 고액연봉자니까 아무런 혜택을 못받아요.
그래도 괜찮아요. 나보다 몸이 더 불편하고 더 힘들게 사는 분들 도와주면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혜택 못받아도 별 생각 안했어요.
아. 혜택받는 거 딱 하나 있네요. 소득공제 때 과세표준에서 장애인 공제 해주는 거.
뭐 그것도 감사하죠. 워낙 소득세율이 높은 구간이라서요.
그런데 결혼한지 꽤 됐는데도 아기도 안생기더라구요.
난임판정을 받았는데 시술을 하려고 보니 정부지원금 제도가 있다는 걸 알게됐어요.
그치만 역시 소득제한에 걸려 아무런 혜택도 못받아요.
시술 한 번 할 때마다 몇 십 만원 ~ 몇 백 만원 씩 내면서 아이 낳겠다는데 아무 지원도 못받으니까 좀 속상하긴 했어요.
매달 시술할 때마다 그만큼씩 지출하고 나면 정말 가계가 휘청거려요.
0세부터 양육비 보육비 주고 무상교육이네 뭐네 하는 마당에
나는 둘도 아니고 셋도 아니고 애 한 명만 낳겠다는데 그 것도 지원 못받는구나... 싶었어요.
그러고나니까 우리 부부가 낸 세금으로 도대체 복지혜택 받는 게 뭐가 있나 싶어서 좀 속상하기도 했구요.
소득공제 받으려고 아이 낳겠다고 하는 건 아니지만, 소득공제 때 자녀 공제, 교육비 공제도 많이 되잖아요.
솔직히 그런 것도 하나도 공제 못받으니까 내는 세금이 더 많기도 하고... 기분이 썩 좋지는 않죠.
이번에 고등학교 무상교육 실시한다는 기사 나오고 다음날 세금증세 얘기 나오니까
아.. 세금 뜯어서 고등학생 무상교육한다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좀 씁쓸했어요.
아기 안낳고 싶어서 안낳는 것도 아닌데.. 내 돈 내서 다 누구 도와주나 싶은 생각이 든 것도 사실이구요.
남편이랑 얘기하면서 그렇게 0세부터 19세까지 돈 대줄꺼면
차라리 애 낳으면 0세부터 애들 다 걷어가서 19세까지 키워서 돌려주지 뭐하는 거냐면서 우스갯소리 하기도 했어요.
요 며칠 세금 증대 얘기 나오는데 정말 세금 낼 돈 생각하니 깝깝하네요.
집 한 칸도 없고. 지금 사는 전셋집도 80%가 대출인데.
이 돈은 언제 갚고. 또 돈은 언제 모아서 집은 언제 사나. 집도 50%이상 대출받아야할텐데.
이런 생각에 밤잠이 안와요. 돈 걱정에....
온국민이 모여서 제비뽑기해서 가진 직업인데 운좋게 걸려서 고액연봉자가 됐다 그러면 진짜 세금 왕창 내라고 해도 할 말 없겠죠.
그런데 그런 건 아니잖아요.
피눈물 흘리며 버티고 노력해서 얻은 결과인데
왜 돈 많이 버니까 니 돈은 더 뜯어도 돼. 라고 뉘앙스의 정책을 제시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래, 고액연봉자도 내고, 재산많은 사람도 내고, 비과세였던 사람도 내고, 다 같이 조금씩 더 내서 잘살아보자 라고 하면 좀 덜 서운할 것 같은데
그냥 너희가 돈 많이 버니까 너희가 더 내. 라고 하니까 반발심만 생기네요.
그렇게 세금 많이 내면 혜택이라도 주든가.
돈 많이 번다고 복지혜택에서는 다 제외되면서, 돈 많이 번다고 세금 더 내라고 하니까 그냥 한숨만 나와요.
이렇게 하소연한다고 해도 정책 바뀌기는 힘들겠지만
그냥... 고액연봉자라고 해서 모두다 여유있게 사는 건 아니라고 하소연하고 싶었어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