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번에 남편이 아는 부부가 저희 사는 곳에 들린다고 해서 남편이 우리 집에 그분들을 묵게 하면 어떨까 말을 꺼냈는데 제가 거절했네요.
이 부부는 70~80대 이구요. 작년에도 저희집에서 잠깐 지내다 가셨어요. 지금은 제가 여러 가지 문제로 머리가 터질 것 같이 복잡하고, 요즘 수업도 듣고 있어서 남는 시간에는 공부해야 되고, 자원봉사도 나가고, 알바도 하고 너무 바쁩니다. 게다가 그분들 미국으로 떠나려면 적어도 3주는 걸릴 것 같고... (부가적으로 설명드리자면, 여기가 공군부대여서 현직 군인이나 은퇴한 군인들은 적은 비용(거의 공짜)만 내고 미국들어가는 비행기를 탈 수가 있는데요. 지금은 군인들이 다른 곳으로 발령받아 떠나고 들어오는 기간이라 근무지 이동하는 사람들이 아니고 그냥 휴가차 비행기를 타려면 몇날몇일을 기다려야 자리가 겨우 납니다.)
그분들은 좋으신 분들인데요. 나이드신 분들이다 보니 지적, 간섭 비슷하게 그런건 있어요. 예를 들면 애는 왜 안가지냐 그런거... 남편분은 외국사람인데도 좀 이것저것 시키는 타입이고... 그런거야 이해할 수 있습니다만.. 작년에도 (내가 오라고 한건 아니지만) 손님이 와 있는데 집에 방치해둘 수가 없어 여기저기 데리고 다녀야 하고 언제 비행기가 뜰지 모르니 그때마다 계속 라이드 해줘야 하고, 올해는 안그래도 힘든데 그렇게 할 생각을 하니 스트레스를 너무 받았습니다.
그런데 저희 남편(외국인)이 왜 빈방이 있는데 손님이 못 지내다 가냐고 좀 서운해 하는거예요. 그래서 제가 그럼 손님 불러놓고 나는 새벽에 나갔다 저녁에 들어오고 그 동안에 손님들 방치해 두냐고 그랬더니 그러래요. -_-;; 자기가 다 알아서 한다고. 그동안 겪어봐서 알지만 남편은 일을 벌여놓고 제가 치워야 하는 타입이라 (예를 들면 동네 파티가 있는데 나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자기가 스프링롤 만들어간다고 얘기해놓고 혼자 한다고 큰소리만 땅땅. 제가 거의 다 했습니다. ;;;) 당근 그 말을 안 믿었죠. 손님오면 집청소도 신경써야 되고 식사도 신경써야 되고, 거기 남편분은 입맛이 까다로우셔서 아무거나 할 수도 없거든요. 제가 이분들을 잘 아는것도 아니고 (작년에 첨 봤음) 평소에 연락을 하고 지내는 것도 아니니 왜 이런 상황에서 나한테 시집살이를 시키려고 하는지 남편이 너무 미워서 정말 집을 나가고 싶더라구요. ;;;
결국엔 남편한테 부인이 이렇게 힘들어 죽겠는데 가족도 아니고 친한 친구도 아닌 지인들 모시겠다면 그렇게 하라고, 대신 난 그 동안 나가있겠다고 했더니 결국은 오시란 말을 안하더라구요. 그래서 그분들은 호텔에 가셨다네요. 제 예상이 맞았던게 온지 2주가 다돼가는데 아직도 비행기 못타셨더라구요. 이렇게 안하면 내가 죽을 것 같아서 야박하게 그랬는데 마음은 참 불편하네요... 이런 일 있으면 남편이 나서서 이러이러하니 안된다 딱 거절하면 좋겠는데 남편은 그런게 안되나봐요.
아까 더운데 집에 손님 온다는 글 보고 저도 공감돼서 글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