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사무친 그리움

.... 조회수 : 1,902
작성일 : 2013-08-09 23:43:41
어릴 때 엄마가 집을 나갔어요. 

아빠가 늘 엄마를 때렸거든요. 초등학생 정도 되는 나이였는데.. 엄마가 문을 잠그고 머리를 빗겨주는 동안 바깥에서 아빠가 문들 두들기면서 소리를 질렀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와보니 집에는 아무도 없고
엄마가 근처 시장에 나갈 때면 입었던 가디건도 그대로 있었고
늘 들고 다니던 장바구니도 그대로 있었어요.

어디 멀리 가셨나 곧 돌아오시겠지 하고 기다리는데
어느새 아파트엔 밥짓는 냄새가 솔솔 나는데
엘레베이터는 계속 땡땡 거리면서 이곳 저곳에 멈추는데
엄마는 돌아오지 않더군요.

아빠가 집에 돌아온 후에도
밤 열두시가 지난 후에도
아빠가 무서워서 엄마가 보고 싶다는 이야기조차 하지 못했어요
숨죽이고 이불 속에서 울었죠.

엄마가 늘 입었던 잠옷을 가져와서 끌어안고
엄마 냄새를 맡으면서 하염없이 그리워했던 기억이 납니다
매일 집에 돌아올 때마다
혹시 엄마가 집에 있는 것은 아닐까 기대하면서
초인종을 눌러보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밥을 짓고 계시지는 않을까 그렇게 기대하면서
하루를 이틀을 억지로 가지 않는 시간을 꾸역꾸역 씹어 삼키면서..
점점 엄마 냄새가 희미해지는 옷을 붙들고

어느 날엔가는 엄마가 늘 입고 다니는 옷을 입은 사람을 길가다 마주쳤어요
뒷모습을 보고 혹시 엄마인가 싶어서
마구 쫓아갔는데 머리카락이 길더군요
어찌나 서러웠는지 눈물을 감출 수가 없었어요

그렇게 죽을 거 같은 시간을 보내고 한달인가 후에 엄마가 돌아왔고
엄마를 반기지도 못하고 어색하게 방으로 들어갔던 기억이 납니다.

아직도 그 때의 사무치던 기억이 남습니다
그립다고 너무나 보고 싶었다고
그런 말을 차라리 할 수 있었더람 좋았겠지요.

IP : 112.186.xxx.173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어머니가 원글님 생각나서
    '13.8.9 11:49 PM (116.41.xxx.245)

    돌어오신 거겠죠. 결말이 좋으니 감사한 일입니다

  • 2. ㅜㅜ
    '13.8.9 11:52 PM (121.169.xxx.20)

    어제 일 처럼 기억하고 계시네요. 그 속에 빠져들게 글도 잘 쓰시구요.

    엄마는 님 때문에 돌아오신거에요. 아시죠?

  • 3. ,,,
    '13.8.9 11:57 PM (211.44.xxx.244)

    절대 농담으로라도 집나간다 소리도 안해야될것같아요,,,글읽다가 울뻔했어요

  • 4. ..
    '13.8.10 9:00 AM (118.45.xxx.52)

    엄마가 돌아오셨군요. 다행입니다

  • 5.
    '13.8.12 11:34 AM (112.217.xxx.67)

    눈물 나서 혼났어요... 그게 트라우마 같이 님의 마음에 앉아 있군요.
    지금이라도 엄마께 말씀해 보세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84847 제가 미용사한테 사기당한건가요? 5 ㅇㅇ 2013/08/10 2,652
284846 아무리 봐도 괜찮은데... 2 공평한가 2013/08/10 1,236
284845 사람과 거리두고..불편해하는 성격은 어찌고치나요 10 2013/08/10 4,495
284844 여름철에 체력을 보충하는 조화로운 음식, 보양식 스윗길 2013/08/10 1,195
284843 입시점수 같은 걸 떠나, 예체능하는 여자들이 이런 경향은 좀 있.. 26 예체능 2013/08/10 8,204
284842 메실씨로 베게만드는거 6 .... 2013/08/10 1,308
284841 오늘 촛불집회 가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26 너누구야 2013/08/10 3,418
284840 알포인트 지금 하네요~ 8 공포영화 2013/08/10 2,139
284839 서귀포 부근 갈치조림 맛집 알려주세요 4 서귀포 2013/08/10 2,809
284838 증상 좀 봐주세요 ㅠㅠ 2 초등아이 피.. 2013/08/10 1,137
284837 옥수수 보관할때 어떻게 해야하나요? 11 보관질문 2013/08/10 3,232
284836 여행복장 1 5학년 0반.. 2013/08/10 1,517
284835 시골의사 책 보니까 6 2013/08/10 3,456
284834 싸이시청공연과 0810시청집회의 규모 비교.jpg 14 참맛 2013/08/10 3,412
284833 유기 국.밥그릇 하나씩만사고자하는데 1 어디서 2013/08/10 1,057
284832 콩국수 견과류나 깨 넣으세요? 3 개취 2013/08/10 1,367
284831 락테올대신할 약은 뭔가요? 5 우짜지 2013/08/10 983
284830 오늘 그것이 알고싶다.. 신분을 완벽히 속이고 결혼한 아내..... 11 ,,, 2013/08/10 11,763
284829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건지.. 3 황당 2013/08/10 1,330
284828 죽전.오리 근방 콩국수 맛집 아시는 분~ 2 .. 2013/08/10 1,207
284827 가족없이 홀로 여행하신다면 어떤계획을 가지시겠어요? 5 전업11년차.. 2013/08/10 1,104
284826 집을 나왔다 9 불꽃 2013/08/10 2,570
284825 군대 재검 두둥 2 ... 2013/08/10 1,981
284824 집에서 샤워가운 입고 욕실에서 나오시는 분... 31 어디 2013/08/10 32,158
284823 시청앞에 못 가신 님들을 위해 올립니다 4 손전등 2013/08/10 1,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