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산은 마을 어떤분 소유라고 하는데 묘가 4개 있었고 저 어릴적 언니들,동네언니랑 꽃도 꺾고 소나무사이 뛰어다니며
놀았지만 혼자는 그쪽은 무서워서 못지나갔어요.어둑해지면 산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뭔가 희끄무레한 게 자주 보이는데
그게 뭔지 확인해야 그쪽 길을 지나갈텐데 별게 아닌게 아니고 나 집에 못돌아가면 어쩌나,그런 두려움을 주는 산이었어요.
제가 어렸을때 남동생이 태어났고 안방 한쪽에서 엄마는 남동생이랑 자고, 저는 아버지랑 자고 있었어요.
동생이랑 다섯살 터울인데 학교 가기 전이었던 걸로 기억하니까 여섯살 초겨울이었나 봅니다.
새벽이고 방이 식어 서늘한데 아버지가 덮는 이불을 끌고 가서 제 몸이 이불 밖으로 좀 많이 나와 더 추워서 잠을 깼어요.
이불을 끌어오려는데 안끌려오고 힘들어서 잠깐 가만히 있는데 어둠이 눈에 익으니까 방안에 누군가 있네요.
흰옷을 입고 모자를 쓰고 얼굴이 화사해요.
처음 든 생각은 엄마는 아랫목에서 자고 있는데, 동생은 왜 혼자 두고 저기 앉아 있지?
울 엄마는 저런 흰 모자도 없고 머리도 안긴데.
엄마 아닌걸 알고 무서워지는데 저랑 눈이 마주쳤어요.절 보고 웃네요.
계속 절 쳐다보고 있고 전 무서운데 꼼짝할 수도 없어요.
다가오지 않는게 다행이라면 다행인데 절 보고 손짓을 하네요.자기에게 오라고,어서 오라고
소리없이 웃으면서 계속 손으로 절 불러요.
더욱 무서워 아버지 등쪽에 깔린 이불을 확 잡아당겼더니 아버지가 잠결에 뭐라시는 소리를 내시며 뒤척여서 이불이
내 손에 끌려 왔어요.
이불 속으로 파고 들어가 가장자리를 꼭꼭 누르며 있는데 답답하고 덥고 가슴은 두방망이 치느라 헐떡이는데
이불을 들출수도 거기 그여자가 아직 나를 보고 있는지 확인할수도 없었어요.
땀에 머리며 온몸이 젖어가며 내게 가까이 다가오지 않으니까 내가 잘못 본거라며,아마 아침에 일어나보면
남동생 기저귀가 거기 걸려있어서 하얀게 보인 것일거라며 억지로 생각했어요.
그때가 밤과 새벽으로 넘어가는 시간즈음 이었는데,아침에 일어나 그 자리부터 확인했는데 거긴 뒤꼍으로난 작은 쪽문이었어요.
할머니한테 말씀드렸더니 부른다고 가지 않아서 잘 했다고,엄마 라고 부르거나 누구냐고 말 붙이거나 안해서도
잘 했다고 그러셨어요.
한동안 할머니랑 자고 언니들방에서 자고 그러다 기억만 남고 비슷한 일은 대학생 되고나서도 없었어요.
2.대학 3학년 여름방학이 끝나가는 8월 말이 다 되가는 이른 아침이었어요.
6시는 안된것 같은데 해는 안떴고 어슴푸레한 시간이었어요.
고3때 그 터에 새로 지은 양옥집에서 저는 현관앞 동향으로 창이난 방을 썼어요
새벽에 추워서 깼는데 창문을 안닫고 자버렸더라구요.
졸린데 창문 닫고 좀더 자야지 하고 일어나 창문앞에 섰어요.
방안에서 봤을 때 바깥쪽 창문이 투명창,방안쪽 창문이 불투명창문이예요.
바깥쪽 창문을 닫으려고 하는데 누군가 지나가네요.
키가 엄청 크구나,빨랫줄에 닿겠네? 우리 동네 저런 사람 없는데 누구지?이 이른 시각에 부지런한 사람이네.
이런 생각이 들면서 창문을 잡아 당기는데 그가 고개를 돌려 눈이 마주칩니다.
키가 크고 전체 검은 옷을 입었는데 얼굴이 하옜어요.눈초리를 돌려가며 저를 쳐다보는데 나한테로 다가갈까 말까하는건지,
급하게 가야 해서 시간이 없어 그냥 가는데 너 운좋은줄 알아, 이러는 것 같았어요.
너무무섭고 놀라면 얼어버리는 걸 알았어요.창문을 닫아 잠그겠다는 본능은 감지하는데 그가 고개 돌려가며 날 보던 눈을 계속 마주 봤어요.
빨랫줄 너머로 가는 길이 뒷산일까,동네로 가는 걸까,동네로 지나가는 사람일거야, 억지로 생각하면서 창문을 닫았네요.
그 후 며칠을 혼자서만 너무 춥고 오한이 들어 밥도 못먹고 앓았어요
여름이 끝나도록 학교 근처 언니집에서 조카랑 지내다 언니한테 말했는데 언니가 그러는데 제 얼굴이 넋빠지 애처럼 해쓱하고 아파보여
걱정했답니다.
한동안 언니들이 번갈아가며 제 방에서 같이 자고,제방에 난 창문은 해 넘어가기 전엔 꼭 닫는 습관이 생겼어요.
제가 본 그 둘을 생각하면 지금도 오싹하고 기억은 너무 선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