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겐 오래된 친구가 있어요.. 고교때부터 잘 지냈고, 예전처럼 자주는 아니어도 한달에 한번은 꼭 보는.
친구는 패션쪽일을 하고 전 경제학전공 대학원생이구요.
아.. 그런데 20대초반과 달리 중반이 되면서부터 점점 친구와 코드가 안맞는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ㅜㅜ
일단 가장 큰건 저랑 사람보는 눈이 좀 다른 것 같아요.
제가 친구를 편견을 가지고 가려사귀는 편은 절대 아니지만.. '밤문화를 좋아하는' 유형의 사람만은 기피하는 편입니다.
남자든 여자든지요. 특히 여자의 경우 남자들과 문란하고, 술이나 클럽등 유흥에 돈을 많이 쓰고,
지적인 활동과는 거리가 멀고, 그냥저냥 감정에 충실에 사는 타입은 친해지려고 하지 않아요.
그런 타입이 나쁘다는것 보단, 저랑 맞지가 않아요. 노는스타일도, 사고방식도요.
살면서 그런 사람들 마주칠 기회도 있었지만 실제로 친해지기도 어려웠구요.
근데 제 친구가 어느순간부터 위에설명한 부류의 사람들을 많이 사귀더니, 저에게 그런 친구들을 하나 둘 소개했습니다.
예전에 크리스마스였나, 가족들과 시간보내다 저녁에 잠시 친구가 보자고 해서 맥주나 한잔 하자고 만났어요.
근데 그 자리에 친한언니라며 누군가를 데려왔는데.. 같이 클럽에 가자고 하더라구요.
제가 옷을 예쁘게 입은것도 아니요.. 클럽에 생전 가서 놀아본적도 없는데 가자고 가자고 해서 그래 한번 가보자
하고 갔더니만. 그 언니란 사람은 온갖 남자들하고 인사하고, 허리두르는게 자연스럽고.. 줄담배에.. 옷도 야하게 입고.
친구가 그런 언니랑 어울린다는게 의아하게 느껴졌어요.
당시엔 어려서(22살), 친구에게 "a야, 저 언니는 너랑 안어울리는거 같아. 기도 세보이고.. 놀기 좋아하고.. 너한테 도움 안될거같은데" 라고 어줍잖게 조언을 했는데.. 친구는 아니라고, 의외로 여리고, 착하다며 저를 오히려 못놀고,
답답한 애로 이야기하며 살짝 삐치더라구요. 그 뒤로 저는 그런 얘기는 안하는게 낫겠다 싶어
그냥 어쩌다 저런 언니 만나게 된거겠지 하고 넘겼어요.
근데 그 일 이후로 저에게 가끔가끔 하는말이, "넌 어릴때 즐겨야지 뭐하냐. 세월 다간다. 난 잘 놀고있다." 부터 시작해서 틈만나면 좀 놀아라 타령. 저는 제 나름대로의 노는방법으로 잘 놀고 있는데..
자꾸만 고급클럽과 술문화를 즐기는 유흥을 세련되고 멋진 놀음의 모범처럼 세뇌하려는 태도를 보이는 겁니다.
저는 그걸 알고 대충 맞장구는 쳐주면서도그 냥저냥 이 친구를 만나게되면 그때그때 적당히 놀고 헤어지고 하며
저만의 방법으로 우정을 유지해왔습니다. 밤늦게까지 놀지는 않는 선에서.
그런데 이번에 정말 확실히 코드가 안맞는다 생각한 사건이 생겼습니다.
이번에 고교졸업후 처음으로 둘이 제주도로여행을 갔습니다.
짧게 가는거라 저는 관광명소 위주로 타이트하게 시간표를 짰어요. 원래 계획을 잘 짜서 가는 여행을 좋아하기도 하구요. 근데 친구는 가기 전날까지도 태평.. 전혀 계획을 짜지도 않고, 그냥 "가서 바다에서놀면돼" 라는 말만 반복.
저는 같이 여행가서 내내 마치 가이드라도 된양 여기가 맛있대, 저기가 가볼만하대 라며 데리고 다니기 바빴고..
친구는 여기저기 다니는데 지친다는듯이 빨리 숙소갔다가 바다나 가자고하고.
저녁때되어 짐풀고 잠시 바다로 나왔는데, 친구가 갑자기 아는 애가 근처 술집에서 일한다며 같이 가자는 겁니다.
둘이 온 여행인데 갑자기 모르는 사람 만나자는게 약간 부담스러웠고, 원래 제가 알아놓은 곳에 가기로 했던터라
계획이 틀어져야 했지만.. 놀러온건데 기분 나쁘게 하지말자 싶어 그냥갔습니다.
근데 이번에도 소개시켜 주는 동생이란 애가.. 참 이런말하기 뭐하지만,
멀쩡히 집이 일산인데 제주도까지 와서 특급호텔에 장기투숙을 하며 술집에서 일을 한다는 애인데..
돈벌러왔다면서 돈을 물처럼 쓰는.. 알다가도모를 여자아이..;;; 줄담배는 기본에.. 도통 깊이가 없어보이고
외모만 반지르르한 전형적으로 제가 좋아하지 않는 타입의 여자였어요.
하지만 친구는 이러나저러나 여자애 칭찬.. 이쁘고 착한애라며 나보고 친하게 지내라고.
하지만 제가 보기엔 집이 버젓이 경기도인데 제주도까지 내려와 밤일 알바를 한다는게 제대로 된 앤가 싶고..
믿음이 잘 안갔어요. 하지만 친구에게 지난번처럼 조언하지는 않고, 그냥 대충 인사나누고 술 한잔 하고 헤어졌습니다.
결국 우리 둘이 가기로한 곳은 못갔구요. 친구가 하도 가자고 가자고 해서 처음으로 같이 여행와봤지만,
여행와보니 더 확실히 알았어요. 둘이 코드가 이젠 안맞아도 너무 안맞는다는 것을..
적당히 술마시면서, 처음 본 곳 열심히 구경하고 바다도 천천히 보며 오길 기대했던것과 달리
친구는 역시나 저를 데리고 "유흥"을 즐기고 싶었나봅니다.
20대 극초반만 해도 둘이 만나면 술이나 유흥은 커녕 카페에서 수다만 떨면서도 오래 잘놀았어요.
근데 왜 점점 이런 쪽의 사람들을 만나고, 좋아하게 된건지 모르겠습니다.
저도모르게 제가 사람에대해 편견이 심한건지 모르겠지만, 저는 짧은 인생에 어느정도 사람을 가려사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제 진로나 인생에 필요한 친구는 유흥을 잘 즐기는 친구가 아니기도 하구요.
그런데 친구는 어느순간부터 저에게 유흥을 강요하는듯 보이고..
은연중에 저를 답답한 대학원생 취급하며 잘놀고 예쁜 애들을 선망하는 허세스러운 태도를 보이네요.
오랜친구라는 이유로 그 친구를 이해하려고 해왔지만, 착하고 순수했던 친구가 어찌 날티나고 여우같은
여자애들만 주위에 바글하게됐는지도 의문이고..
그것만 빼면 참 섬세하고 잘 챙겨주는 친구인데 코드가 안맞으면 어쩔수 없는건가 싶고..
이런 경험을 원래 20대를 지나며 한번씩 하는건가요?.ㅜㅜ 언니들께 고견을 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