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읽기만 하다가 오늘은 너무 답답해 글을 남겨보네요.
결혼한지 2년 되었고 2살된 딸이 있어요.
저희 남편은 평소에는 정말정말 자상합니다.
세심하게 챙겨주고 저에게 음식 해주는것 좋아하고, 딸 아이도 정말 사랑해주구요.
연애 때 그런 자상함에 이사람이라면 결혼해도 좋겠다 결정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결혼을 하자마자, 남편에게 남탓을 하고 욱 하는 성격과
아무것도 아닌일에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는 버릇이 있다는걸 알았어요.
연애때는 그런 모습을 보인 적이 한번도 없어서 너무 놀랐죠.
친정아빠가 어렸을때부터 술만 드시면 엄마와 저희에게 말도 안되는 트집을 잡으며 밤새 소리지르고 괴롭혀서
저는 아빠가 그럴때마다 방에 들어가 이불을 덮어쓰고 귀를 막고 울었었어요.
그래서 그런것에 약간 노이로제 같은 것이 있었는데, 세상에,, 신랑에게 그런모습이 있다니 정말 놀랐습니다.
몇가지 예를 말씀드리자면.
친정 사촌오빠 결혼식이 있어서 아이를 데리고 참석하게 되었었어요.
그리고 결혼식 후에 친정에 가서 저녁을 먹기로 했었구요.
결혼식이 끝나고 엄마 형제분들이 지방에서 올라와 오랜만에 모인 자리라 얘기가 좀 나누고 계셨어요.
그때까진 괜찮았죠. 제가 엄마 용돈 드리기로했는데 인출기가 없어서 미리 못찾아놨으니 은행에 잠시 다녀오겠다.
했더니 평소와 같이 너무나 자상하게 자기가 다녀올테니 아기랑 앉아있으라 합니다.
그러라고 하고 앉아있는데 한참을 안오더라구요.
그러더니 잔뜩 짜증이 나서 들어오더니(날씨도 덥고 은행이 생각보다 멀리에 있었나봐요)
갑자기 화를 내며 소리를 지릅니다. 용돈 드리기로 되어있으면 미리 준비를 했어야지 왜 돈을 안찾아놨냐
장모님은 도대체 몇시까지 여기 계신다는거냐,, 미리 장모님이랑 얘기해서 결혼식장에서 몇시에는 나가고
몇시쯤엔 저녁을 먹고 몇시쯤엔 집으로 돌아오겠다 얘기를 맞춰놨어야하는거 아니냐! 하며
온갖 꼬투리를 잡으며 화를 냅니다. 들어보면 또 딱히 틀린말은 아니라 저는 그럴때마다 아 내가 그렇게 했어야했는데
미안하다 아주 머리를 조아리며 사과하면서 기분을 풀어줘야합니다.
결국엔 형제분들이랑 얘기 나누고 있는 엄마에게 말하고 엄마는 얘기중에 나오셔야했죠..
그게 크게 오래 기다린것도 아니였는데, 식구들 오랜만에 만나서 좋아하시는 엄마한테 너무 죄송하더라구요..
세상에 누가 친정집에 가는데 엄마한테 나 몇시엔 저녁을 먹고 몇시엔 집에서 나와야해 라고 시간 짜놓고 갑니까?
시댁에 갈때 언제 우리가 시간 정하고 갔었냐
따져봐도 이렇게 짜증이 나있을땐 통하지가 않아요. 그저 제가 사과하는 수 밖에요..
또 한번은, 같은 회사에 다니고 있어서 항상 같이 출근을 하는데
지하철 역에 들어서는데 지하철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더라구요.. 신랑과 제가 뛰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힐을 신고 있어서 빨리 뛸수가 없었어요.
그리고 도착했을때 막 지하철 문이 닫혔고 하필이면 그 지하철에 자리가 아주 많이 남아있었어요.
그리고 다음 지하철이 왔는데 그 지하철은 사람이 아주 많았어요..하필이면..
그때부터 저를 탓하며 소리지르기 시작합니다.
왜 높은구두를 신어가지고 잘 뛰지도 못해서 지하철을 놓치게 만드냐..
너 아니였음 앉아서 갈 수 있지 않았냐..
저는 너무 황당해서 난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뛰었다 이미 신고 나온 구두를 어쩌라는거냐 아니면 신을때부터 신지말라고 말을 하던가.. 하고 답을 하였지만
그래도 화는 풀리지 않는지 계속 씩씩거립니다.
저 같으면 아 아깝다~ 하며 높은 구두 신었는데 뛰느라고 고생했지? 했을꺼같은데.. 제가 너무 큰걸 바라는건가요?
제가 임신했을때는 이런일도 있었어요.
태교여행으로 금요일 저녁 퇴근 후 제주도에 가기로 되어있었죠.
7시에는 회사에서 출발을 해야 비행기를 탈수있었기 때문에 마음이 급했어요
1층에서 기다리는데 7시 10분이 되어도 신랑이 내려오지 않기에 전화를 해서 재촉을 했어요.
그리고 신랑과 같은팀 사람들은 다 퇴근해서 내려오길래 물었더니
같은팀 여직원이 자리를 옮기는데 그거 도와주고 있답니다. 정말 화가 너무 났어요.
그리고 신랑이 내려오고 늦었는데 그걸 도와주고 있냐며 다른사람들한테 부탁을 하던지
다른사람들은 다 퇴근하는데 다른날도 아니고 그걸 도와주다 비행기를 놓치면 어떻게 할꺼냐고 따졌습니다.
또 버럭 화를 내네요. 그럼 여직원이 들지도 못하는 짐들이 있는데 그걸 무시하고 퇴근해버리는게 맞는거냐고 되물으면서
지하철역에서 배가 부른 저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네요
그러더니 여행 안간다며 제자리에 서서는 계속 화를 내더라구요.
저는 그래도 예약한 돈이 아까우니 가야겠다며 신랑을 끌고 가려는데 손을 뿌리치며 계속 소리를 지릅니다.
퇴근시간 지하철역에서요.. 정말 치욕스러웠습니다. 결국 배부른 몸으로 계속 달려서 비행기를 타긴했어요.
그리고는 비행기에서도 계속 울었습니다. 그제서야 이성이 돌아왔는지 미안하다며 달래주더라구요.
어제는 신랑과 제가 둘다 회식이 있었는데, 비슷한 시간에 마쳐서 함께 집에 가기로했습니다.
신랑은 지하철을 타고 오고있고 제가 중간 역에서 타기로했어요.
근데 제가 지하철 역에 도착하니 신랑이 탄 지하철이 들어오고 있더라구요.
신랑은 2번칸에 타고있었고 저는 10번에서 올라가고있었습니다. 뛰어서 2번칸으로 가고 있는데
4번칸정도 갔을때 지하철이 도착해서 문이 닫히려고 하더라구요.
일단 타야겠다 하고 신랑에게 전화를 하며 탔어요. 근데 신랑은 제가 없으니 내린거죠..
신랑도 저에게 전화를 걸고 있어서 둘이 계속 통화중이 되었구요.
몇분후 통화가 되었는데 전화에 대고 소리를 또 지릅니다.
지금 뭐하는거냐고, 탈꺼면 미리 전화를 줘야하는거 아니냐고!!똥개 훈련시키는거냐고!!
저는 더운데 지하철 오기 전에 미리 전화를 할껄 미안한마음이 들어
다음역에서 만나자마자 정말 계속 사과했습니다. 더운데 짜증 많이 났지? 미안해 미안해 하며
주변 사람들이 다 쳐다보더라구요..그런데도 자기는 미리 전화를 안한것이 이해가 안되고 짜증이 안풀린다면서 계속 화를 냅니다.
물론 이번 상황은 신랑이 짜증날 수도 있겠다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너무 서운하더라구요..
제가 원인제공은 했지만 이건 서로 웃고 넘길 수 있는 에피소드 아닌가..
내가 이렇게 까지 빌어야할 일인가 하구요.
이럴때마다 신랑을 진정시키고 매번 얘기했었어요.
나는 오빠가 나를 막 대하는거같아 너무 싫고, 어렸을때부터 아빠 때문에 누가 나에게 소리지르는것에 정말 민감하다
조심해달라..
그리고 내가 만약 여자친구나 남이였다면 이상황에서 그렇게까지 소리를 지르지 않았을꺼 아니냐. 참고 넘어갔을꺼 아니냐.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맞대요.
기가 막혀서 제가 오히려 평생 같이 살 가족에게 더 말 조심하고 해야하는것 아니냐 반문했더니
오히려 가족이니까 자기 상황이나 입장에 대해 이해를 더 바랄 수 있는거 아니냐 답하네요.
할말이 없었습니다.
암튼 이 외에도 제 생각에는 그냥 그럴수도 있지 하고 넘길 수 있는 일에 버럭버럭 할 때가 평소에도 수도 없이 많아요.
무슨 일이 잘못되기라도 하면 전부 제 탓이 되고 그걸로 꼬투리 잡아대면 저는 마음이 너무 힘들면서도
매번 사과하게 되구요..
더군다나 더 감당이 안되는 것은 제가 예상을 할 수 없다는거에요.
같은 일도 자기 기분이 괜찮을땐 아주 친절하게 넘어가다가도, 한번 기분이 뒤틀릴땐 아주 난리가 나요.
제가 어떻게 맞춰줘야할지 모르겠고. 자꾸만 신랑 눈치를 보게돼요. 오늘 또 이랬다고 버럭하는거 아닌가? 하고요.
그래, 사람 성격인데 화가 나는걸 화나지말라고 말할 수도 없지 않나..싶어 제가 맞추어주려고 노력해도
한번씩 내가 이런일에도 이렇게 눈치보고 사과하고 살아야하나 너무 억울하고.
내가 이제는 신랑에게 있어서 막대해도 되는 사람이 된건가 서러울 때가 많아요.
조금 전에도, 제가 힘들때 상담을 자주 하는 친구가 있는데 면세점에서 향수를 사고싶다 하여,
이번 해외여행때 향수를 내가 사다주겠다고 하니 친구가 손사레를 치며 괜찮다합니다.
혹시라도 자기 면세 물건 찾으러 가다가 무슨 일이라도 잘못되면
왜 친구껄 사다준다고 해서 이렇게 일을 만드냐며 너네 오빠가 니 탓하며 화낼것같다고...
정말 상상해보니 그렇습니다. 정말 이런일 하나하나 이렇게 겁내면서 살아야한다니 너무 힘들고 피곤하네요..
두서없이 써내려갔는데 어떤가요..
조금이라도 제가 이상하다는 댓글이 있으면 반성하고 신랑에게 더 맞추도록 노력하려고 해요.
평소엔 아주 사이가 좋다가도 이런일이 있을때, 마음이 너무 힘드네요.
자꾸만 제가 사과하는것도 지치구요..(신랑은 고집이 있어 사과도 먼저 잘 안합니다 제가 풀어줘야해요)
남탓하고 버럭버럭 하는 성격..고치신분들 있나요? 조언 받고 싶네요 ..
연애때는 그러지 않았는데 결혼후 이런 성격을 보이는건.. 제가 신랑에게 막대해도 되는 존재가 되어서 그런걸까요?
답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