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복더위에 식구들 안 나가고 모두 집에 있는 날 >
먹어야지 치워야지
집안 일 여러 배로 늘어나는데
온 집안에 널어진 컵들, 접시들, 나동그라진 양말, 수북한 식탁 위 잡동사니에다 빨래통은 폭발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못하지
도움 청하는 인간은 많지
건조대에 가득히 걸린 빨래만 봐도 더 더워
종종거리면 얼릉 빨래 접어 장에 집어넣노라면 등줄기에 땀투성이
이런 일, 저런 일에 진도 나가는 일도 되는 일도 없이 하루가 간다.
<집에 아무도 없는 날>
밤은 묵어야지 반찬은 없지
(그런 중에도 허기질 때 매운 김치 한 가지에다 밥 먹는 데 왤케 맛있냐!)
부엌에서 냄새 나기 시작하니 손이 닳아지게 문질러 닦아야 하고
냉장고는혼자 자기 속 차갑게 하느라 겉은 쩔쩔 끓는다.
쓰레기통은 버려주쇼! 닦아주쇼! 노래를 부르는 것 같고
변기는 매일 닦아도 지린내가 나고 눈에 보이는 치솔은 왜 솔이 다 누워있는지!
습기 충만한 집에 10장이 넘는 수건 드립다 빨아 선풍기에 의지해 말리고
읽고 싶은 책은 모두 책상에 누워서 먼지만 쐬고 있는데
내 손은 TV리모컨을 이리저리 눌러 되지도 못한 프로그램 보다 꺼버리고
이 한 몸만 움직이면 되는갑다 싶어 열을 내며 일해보지만
한 가지 청소하면 벌써 배터리가 방전되어 쉬어야 한다.
근데 아무도 없이 종일 혼자만 있으면 그 징그러운 식구들이 한 명이라도 들어와 무슨 말이라도 하며 살았으면 싶다.
있을 때는 귀찮고 없으면 아쉬운 이 딜레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