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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깊은 밤, 어느 골목 어귀
불 꺼진 반 지층 창문을 본다
외등 아래 앙상한 몸통을 드러낸 플라타너스에게
무성했던 잎새의 기억을 물었지만 그네는 답이 없다
저만치 서서 나는 인적 없는 창가에 귀 기울인다
그늘에 젖은 시계도 숨죽여 눈시울 붉히는 시간
그녀는 벌써 들어와서 잠이 들었을 수도, 아니
들어오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수도 있다
나의 문은 공전의 속도로 열렸고
그녀의 문은 자전의 속도로 닫혔을 게다
한 쪽이 다 열렸을 때 다른 한 쪽은 끝내 닫히고 마는
푸르던 잎새를 다 떨구고 붉은 꽃을 기다리는 빈 꽃대의 시간
내 몸이 기억하는 그녀와
내 머리가 기억하는 그녀가,
더러는 비껴간 것들과 조금씩 늦은 것들이
쓸쓸하고 공허하고 아프게 뒤섞이는 텅 빈 골목
어른거리는 축축한 물기를 훔치고 등을 돌리는 순간
나는 세상의 가장 깊은 어둠에 남겨질 것이다
하여 이 골목 끝에서 다시 그녀를 마주쳤으면
아니 이 골목을 다 벗어날 때까지 끝내 마주치지 않았으면
이렇게 막막하고 이렇게 치명적인
내가 정말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 곽효환, ≪조금씩 늦거나 비껴간 골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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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8월 9일 경향그림마당
http://news.khan.co.kr/kh_cartoon/khan_index.html?code=361101
2013년 8월 9일 경향장도리
http://news.khan.co.kr/kh_cartoon/khan_index.html?code=361102
2013년 8월 9일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cartoon/hanicartoon/598923.html
2013년 8월 9일 한국일보
[하루빨리 한국일보가 정상화 되기를 기원합니다.]
그 때도 알고 있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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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보면 위험을 피하는 것은 위험에 맞서는 것보다 안전하지 않다.
인생은 대담한 모험이거나 아무 의미도 없는 것이거나 둘 중 하나다.”
- 헬렌 켈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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