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예전에 근무했던 곳은 좀 정확한 곳이었어요.
출퇴근 시간도 칼같지만 무엇보다 일처리도 다들 정확했죠.
자기 할일 딱딱 하고 일 미루지 않고
일을 하다 잘못되면 바로 보고해서 조치 취하는 식으로요.
그런데 지금 일하는 곳은 뭐라고 해야할까?
다들 오래 근무해서 그런지(10년씩 근무하신 분도 계시고
가장 짧게 근무하신 분이 3년 근무하셨대요.)
서로 편의를 너무 봐주다못해 되는대로 하는 분위기에요.
개인적으로 일 생기면 10시에 출근하기도 하고
11시에 출근하기도 하구요.
그래도 서로 눈감아주고 덮어주는 식이고 담당자가 상주하는
곳이 아니다보니 위에서는 잘 모르고 넘어가는 것들이 많아요.
일 크게 터지면 그제서야 좀 바꾸고 그러다 또 예전에 하던 식으로
돌아가고 그럽니다.
저만 정시에 출근해서 퇴근하고 제 할일 찾아서 하는 편이에요.
그러다보니 다들 불편해했어요.
뭘 그렇게까지 하냐면서 그냥 좀 적당히 넘어가라고 합니다.
제가 보기엔 그건 적당히가 아니던걸요.
마시다 남긴 커피잔 정리도 안해서 날파리가 꼬이고
바닥청소 한번 제대로 안해서 먼지투성이구요.
여하튼 서류작업도 그렇고 맨날 다들 밀려서 밀려서 합니다.
전 그게 싫더라구요.
매일매일 꼬박꼬박 하면 별것도 아닌 일인데 왜 그걸 모아놨다가 하는건지...
여하튼 이런 성향때문에 윗사람과 크게 부딪혔어요.
절더러 너무 피곤하게 군다면서 시키는 거나 하고 가만히 있을 것이지
왜 자꾸 나대냐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그만두겠다고 했어요.
이렇게 게으른 환경도 싫고 이렇게 게으른 사람들과 일하고 싶지도 않았거든요.
다른 사람 구하라고 했더니 갑자기 절 막 붙잡아요.
그 뒤로 다들 청소도 깨끗이 하고 일도 예전보다는 덜 밀리고(아주 안밀리지는 못하나봐요.)
처음 왔을때보다는 많이 부지런해졌어요.
그런데 전 이런 생각이 들어요.
제가 나가고 그 사람들도 예전처럼 지내면 더 좋은거 아닌가요?
왜 저를 붙잡고 다들 노력하는지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