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전 초겨울밤 12시 넘어서 자려고 누웠는데
난데 없이 초인종이 울리는 겁니다.
애아빠도 일찌감치 들어와 옆에서 코골고 자고 있는데
그 시간에 올 사람도 없고 해서 놀라서 가만 있다가
'누구세요~?' 했더니
밖에서도 좀 멈칫,하더니
'.. 아.. 치킨 안 시키셨어요?' 하는 겁니다.
잘못 온 거구나 싶어 안심하고
'안 시켰는데요~' 하고 다시 누워서
잠이 깬 남편한테 누가 이 시간에 치킨을 시켜먹냐.. 하고 얘기했더니
그러게.. 하고 한참 있다가는
내가 아까 환기하려고 열어둔 베란다 밖 창문 닫았냐는 겁니다.
아 맞다 안닫았다~ 하고 일어나 닫고 왔더니
낮부터 열어놓고 밤까지 놔두니 빈집인 줄 알고 도둑이 온거야,
하고는 다시 쿨쿨 자는 겁니다.
머리 쭈뼛하고 소름이 끼쳐서 나는 잠도 안 오는데.. ㅜㅜㅜ
생각해 보니 치킨 배달이면 내가 누구냐 물었을 때
'치킨이요~' 하지
'.. 치킨 안 시키셨어요?' 하고 안 시켰다고 하니 두말 없이 가진 않았을 거잖아요.
저희 집 빌라 4층이라 꼭대기까지 올라온 건데
'여기 000호 아니예요?' 하고 한번 물어보기라도 하고 가지..
한참 지나도 그 생각이 나면 자려고 누웠다가도 일어나서
온 창문 단속하고 잔답니다.
한밤중에 도어락 만지다가 가는 사람들..
술 취한 사람도 있고 층을 착각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빈집인 줄 알고 간보는 사람들도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