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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09월 26일 (금) 00:00:00 성숙진 jay@upkorea.net
보편적으로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사는 것이 절대 더 쉬운 것이 아닐텐데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 어디서든 특히 불특정 다수를 향한 살인 등 강력범죄는 완전 '남성 전용' 이라고 말해도 될 정도로 남자들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한다. .
미국에서도 학교, 공공 기관 등 사람 많은 곳에 총기 들고 나타나서 무차별 대량 살인을 시도한 사람들은 모두 '남자'들이라는 거다. 이것이 의문의 화두가 되어 미국의 권위있는 아동 심리치료사 두 사람인 Dan Kindlon 과 Michael Thompson이 Raising Cain 이란 책을 출판하게 되었는데 나오자마자 금세 New York Times의 베스트 셀러로 뛰어올랐던 책인데
이 책은 남자에 대한 이해뿐 아니라 한국 사회의 남, 녀 모두에 대해 다른 각도로 깊이 생각해보게 만드는데 너무 큰 도움이 되는 책이었다.
이 책의 핵심 개념은 정서적 문맹 (emotional illiteracy) 으로서 이것은 자신과 타인의 감정을 읽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의 부재를 의미하는데 미국의 경우 어릴 때부터 아들 딸 키울 때 분명 주변 사람들의 반응 형태가 좀 다르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엄마랑 어린 딸이 어디 지나가다가 길에서 우는 아이를 보고, 딸이 엄마보고 “쟤가 왜 울어요?” 라고 물으면 엄마는 어떤 식으로든 나름대로 추정을 하면서 설명을 해주려한다는 것이다. “글쎄 엄마를 잃어버렸나?” 이런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같은 상황에서 어린 아들이 엄마에게 같은 질문을 하면 '남이 우는 것 보는 것 아냐.. 빨리 가자' 이러면서 다른 사람들의 정서 상태에 대한 추정, 설명 같은 것을 별로 해주지 않는다고 하는데 이러한 사소한 행동이 아이에게는 인간 감정에 대한 논의나 관심을 갖는 행동 자체가 바람직한 것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주게 된다는 것이다.
또 어떤 무서운 공포 상황에서... 부모가 그러한 공포심을 먼저 인정하고 표현하면서 그런 행동이 괜찮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는데 특히 아버지들의 경우 아들에게 별로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한다.
바람직한 상황의 사례로 소개된 경우를 보자면 한 아버지가 아들을 자동차에 태우고 운전해 하는 중에 엄청나게 천둥번개가 치는 지역을 지난 후 아들보고 '얘... 조금 전에 좀 무서웠지?' 이렇게 말하니까 아들이 '아니요, 아버지, 조금이 아니라 너무 무서웠어요' 이렇게 말했다는데 아버지가 자신의 감정을 읽고 표현하니까 아들도 편안하게 더 솔직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면서 장단을 맞추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교류의 결과는 아버지와 아들과의 정서적 연결 (emotional connection)의 강화이고 이런 정서적 연결이 일생동안 살아가는 과정 중에 사람들 간의 친밀성의 가장 근본적 토대가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많은 아버지들은 위와 같은 상황에서 아들이 먼저 '아버지 천둥쳐서 너무 무서웠어요' 라고 말하면 속으로는 자신도 무서웠을지언정 '야! 이 넘아 사내자식이 그딴 일에 뭐가 무섭다고 그래?' 이런 식으로 아들의 정서에 전혀 반응을 못한다는데 이러한 것이 아들로 하여금 정서적 문맹 상태로 가게 만드는 아주 작은 일상의 체험들이라고 하는데..
정서적 문맹 상태로 성장한 사람들은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슬픔인지, 두려움인지, 공포인지, 무력감인지, 불안감인지, 열등감인지, 분노인지, 질투인지, 좌절감인지, 절망감인지, 안절부절감인지, 상처에 취약한 느낌 (vulnerable feelings)인지... 자신의 감정의 성분조차 잘 모를 때가 많다고 하고...
그러한 힘들고 싫은 막연하게 느껴지는 감정들이 견디기 힘든 상황으로 도달하면 그냥 답답함에 공격적 행동이나 자기 파괴적 행동으로 해소를 하는 경향이 크다는 것이다. 또한 자신의 감정의 성분조차 파악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다른 사람의 말과 행동에서 그 저변에 깔린 감정의 정체를 파악하고 이해해주는 것은 더욱더 힘든 것임은 자명한 일일 것이다.
미국의 경우 위의 저자들에 의하면 보편적으로 남자들이 여자들에 비해 정서적 문맹 정도가 더 심하고 따라서 남녀가 만날 경우, 남자들은 본인 스스로의 감정 성분도 잘 모르는데 여자가 무엇을 느끼는지 정확히 파악을 못하니 맨 날 사오정 같은 반응을 하거나 아니면 아예 반응 자체가 없는 경우가 허다하고 이런 연유로 정서적 이해 면에서 훨씬 더 진화된 여자들에게 정말 내 마음을 이해 못하는 미개한 인간이란 취급을 받기 일수라는 것. 남자들은 자신의 정서적 문맹상태로 이런 사태가 발생하는지 모르고, 도대체 여자라는 인간들은 뭘 생각하고 사는지 모르겠다 라는 소리가 자주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일텐데..
한국 사회에서도 남자들이 여자들에 비해 솔직한 감정 표현을 잘 하지 않는 (아니 못하는 ?) 경우가 많고 남자들이 주축이 되는 술자리 등을 보면 개인적인 마음속의 깊은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고 함께 술이나 퍼마시면서 그날 그날의 막연한 답답함을 배출해내면서 하루 하루 버텨간다는 인상을 자주 받게 된다. 돈도 없고 함께 술 퍼마실 술친구도 사라지면 무슨 힘으로 삶을 버텨갈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특정 자리에 사람들이 모여있을 때 분명 그들의 신체적 존재는 있는데 그들의 정서적 존재 (emotional presence)들은 어디에 있는가 싶은 생각도 많이 든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에서 여자들의 경우는 정서적 문맹 상태에서 많이 벗어났다고 말할 수 있을까? 여자들은 모여서 수다를 통해 정서적 배출을 자주 한다는 면에서는 미국과 유사한 듯 하지만, 인간 심리 이해에 대한 토대가 사회전반에 걸쳐 아주 취약한 우리 사회에서 여자들끼리 이야기를 더 많이 한다는 것이 반드시 자신과 상대의 감정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해한다는 뜻은 아닌 것이다. 과도한 일반화를 시켜 말하자면, 어쩌면 우리 사회에서 남자들은 아예 감정에 대한 표현을 거의 하지 않는 것 같고, 여자들은 감정 표현을 주고 받지만 많은 경우 부적절하게 이해하고 표현하는 것이 아닐까 싶은 것이다.
정서적 연결이 되는 친밀한 관계의 부재는 외로움, 공허감의 근본이 되는 것이고 그러한 공허감이 심해질 경우는 광신적 집착, 중독적인 행동이나 자살, 타인에 대한 공격적 행동의 큰 원인이 되는 것인데 최근 우리 사회에서 그리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는 사람들의 이념, 주의, 종교, 취미생활, 소비, 명품, 외모 치장, 일류에 대한 광신적 추구, 도박, 마약 중독, 게다가 최근 급증하는 자살과 늘어나는 살인 범죄 등...
얼마 전 이혼한 후 딸아이를 데리고 재혼했던 한 아버지. 아이가 엄마를 보고 싶어한다고 심하게 때려 아이가 사망했던 사건이었다. 아이가 엄마를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것을 아이의 심리적 손상으로 생각하고 전문가 상담이라도 받게 해야하는 것 아닌가 라고 고민하는 것이 정서적 이해를 하는 사람의 태도일텐데 아이가 엄마를 보고 싶어한다고 때려서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상황... 정서적 문맹의 극단의 사례이다.
아이가 엄마가 보고 싶다는 말은 안 해도 가끔 시무룩한 표정으로 있다면 다가가서 아이를 껴안으면서.. 엄마가 보고 싶은가보지? 그래 엄마가 너를 그렇게 사랑했는데 네가 많이 보고 싶겠지.. 엄마, 아빠가 따로 살게 되어 네가 힘들게 되어 참 미안하다... 이렇게 감정을 읽고 표현해주면 그 아이는 분명 이혼의 상처 속에서도 정서적 문맹의 인간으로 성장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회 곳곳에 정서적 문맹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람들간의 심리적 상처가 너무 많은 것이 요새 우리가 처한 많은 문제들의 근본 원인 아닐지?
/성숙진(한신대교수)
1. 저장
'13.8.3 4:07 PM (121.200.xxx.97)좋은 글 입니다
저장하고 보고싶어요2. 정말 정말
'13.8.3 4:16 PM (125.186.xxx.64) - 삭제된댓글한국사회는 정신적 문맹 상태인 것 같아요!
그러한 사회 속에서 자란 기성세대가 기득권이 되어
이 나라를 다스리니 ... 뭐 한가지 제대로 돌아갈까요,
사회 전반적으로도 감정의 소통부재가 되어버려
엉망진창으로 굴러가는 것 같아요!3. 글쎄요
'13.8.3 4:21 PM (203.248.xxx.70)남자들을 정서적 문맹상태에서 벗어나게 해준다는건
남자들에게 저런 약한 면을 드러내는 것을 받아들이고 허용한다는 것인데
우리사회는 아직 그런 것들을 인정하지 않지요.
여기만해도 아직 남자들은 여자들을 보호해줘야하고
결혼하면 무엇보다 처자식을 부양해야한다는 전통적 사고방식이 지배적이니까요.
성적 고정관념을 깨고 남자들의 연약함을 인정하려면
반대로 여자들도 여자다움에서 벗어나서 성숙한 강인함을 길러야하는데
우리사회는 아직도 남자와 여자라는 틀에 갇혀있는 것 같아요.
아니 요즘 점점 상업화되는 언제까지고 동안이고 여리여리한 여자와
돈많고 강인한 남자라는 전형적인 이상형 구도를 보면 더 부정적으로 강화되는 듯.
그래서 유명한 말이 있죠.
'가장 억압받는 여성은 남성 속의 여성이다' 라고.4. 좋은글올려주면
'13.8.3 6:15 PM (182.215.xxx.17)또 꼬아서 댓글 다는 윗님같은분도
정서적으로 안정적이지 못한듯
여기 게시판만 봐도
많은듯해요5. 크림치즈
'13.8.3 8:47 PM (121.188.xxx.144)소중한 글 감사합니다
좋..올님
글쎄요님은
꼬아서 댓글 다는 거 아닙니다
두세번 읽어보세요
왜 원글님이 자식 키우는 분들 보고 보라 했을까요6. 크림치즈
'13.8.3 8:48 PM (121.188.xxx.144)글쎄요님
가장 억압..여성이다
정확히 이해가 되지 않네요
이 문구
설명 부탁드려도 될까요7. .....
'13.8.3 10:33 PM (97.65.xxx.94)이런 글이 베스트에 올라가야하는데,,,안타깝네요
8. 나거티브
'13.11.10 10:02 PM (110.70.xxx.178)좋은 글 감사합니다. 번역이 되었는지 찾아봐야겠어요.
9. ..
'14.10.3 10:50 PM (221.165.xxx.224) - 삭제된댓글정서적 문맹...너무 좋은 글이네요. 저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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