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 부산의 추억.
너무 추억이 많아서 부산이라는 단어만 나와도 온갖 그리움이 몰려온다.
동래, 광안리, 영도, UN묘지, 자갈치, 초량, 송도, 해운대, 범일동, 좌천동, 대연동 등 동네 이름을 들으면 친척들, 그리고 사건들, 이야기들이 떠오른다.
대학 때 가보고 한 참 후 20년 만에 가보았더니 해운대가 완전히 신도시로 탈바꿈을 하였다. 그리고 이번에 부산에 가게 되었다. 남편은 아무 것도 모르겠지만 나는 버스를 타고 주위를 둘러보면서 추억의 장소들을 꺼내보려고 관찰력을 동원하였다. 어디가 어딘지 분간이 안되지만 그냥 그 때 일들을 기억해 보았다.
결혼식, 죽음, 탄생, 재혼, 싸움, 이간질, 그리고 또 죽음.
많은 친척들 가운데서 우리만 서울로 이사를 와서 비극의 진흙탕에 섞이지 않았지만 들려오는 소식의 대부분은 좋은 않은 것이었다. 사촌오빠에게 어여쁜 두 딸이 있는데 큰 딸은 사촌언니를 빼박은 듯이 닮았다. 두 아이가 훌륭히 성장한 것만으로도 다른 나쁜 일들을 간과하고 싶다.
아, 부산. 나의 뿌리. 남들은 거칠다고 하지만 정이 가득한 사투리. 무뚝뚝하지만 진솔한 그 내면을 나는 잘 이해할 수 있다. 단점도 익히 잘 알지만 소란해진 2013부산은 아련한 아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