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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키즈까페 진풍경

진상의온상 조회수 : 3,461
작성일 : 2013-08-01 22:31:36
유치원이 방학인데 아직 남편은 야근크리중이고 뭘 하며 보낼까 하다가 아이둘 데리고 오늘은 키즈까페에 갔습니다.
저는 다들 휴가가서 사람이 그리 많기야 할까 했는데 오.마.이.갓.....
거기 몇번 갔지만 그만큼의 인원이 수용될 수 있는 걸 처음 알았어요. 정말 살다가 그렇게 많은 꼬맹이들을 한꺼번에 본 건 처음인 것 같습니다. 아, 어딘가에 올망졸망 앉아있거나 서있는 거 말고 하나같이 고삐풀린 망아지마냥 뛰어다니는 아이들이 한자리에 그렇게 많은건 정말 처음봤지 싶습니다. 제 아무리 키즈를 위한 까페라지만 질서라곤 찾아볼 수 없이 아비규환 그 자체인데 답답한 실내놀이터 미어터지는 걸 보니 우리나라 아이들 놀이부재가 불쌍하단 생각하다가 그래도 이건 좀 심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다가 그랬습니다.

큰애는 친구들과 놀고 둘째는 잠들어누워있어서 자리에서 내내 다른 테이블들 구경하며 앉아있었는데 그러고 있자니 차암 대다나다...싶은 엄마들 많더군요.


사람많으니 당연히 음식주문이 밀립니다.
누락도 되고 그랬나봐요.
이 테이블 저 테이블, 미간에 잔뜩 주름잡고 있는대로 인상쓴 엄마들이 알바들 하나씩 붙잡고 훈계를 합니다.
자기 아이는 그렇게나 귀하면서 남의집 귀한 아들딸들은 거기서 알바한답시고 젊은 엄마들에게 삿대질에 반말에 빈정에 다 먹습니다.
자식들 앞에서도 그래요. 귀한 그 자식들 앞에서 엄마의 드세고 짜증내는 모습 고스란히 보여주는데는 정말 아무 망설임이 없어요.
알바들이 뭘 아나요. 음식을 직접하는 것도 아닌데 눈에서 레이저쏘며 째려보면 갑자기 없던 음식이 뿅 나올 것도 아니고.... 알바들 하나같이 얼굴이 영혼이 없어요;;; 그냥 기계처럼 죄송하다고만 할 뿐이죠. 어떤 아가씨 한명은 결국 훌쩍훌쩍 울더군요; 애엄마인 제 눈에도 그러한데 이제 갓 20대초반의 알바들은 아마 어디가서 그럴겁니다.

내가 죽었다 깨나도 애 낳나 봐라.....ㄷㄷㄷㄷ
다짜고짜 삿대질에 큰소리에, 매니저를 불러오라고 호통치는 테이블이...
놀라운건 한두곳이 아니었단 점.

스스로는 정당한 항의라고 하겠죠. 몇몇은 꼭 해야하는 항의일 수도 있었겠죠 물론.
하지만 기세등등한 엄마의 모습뒤로 멎적게 그 상황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무표정이나
하루를 잡친 알바들의 고단함이 녹아있어서 좀 씁쓸했어요.


또 노는 와중의 아이들 붙잡아다 밥먹이는거요.
밥 먹고 놀아야지요, 그래야 힘도 나고 엄마 마음도 편한 건 맞는데 그래도 그걸로 기를 쓰고 안먹고 놀겠다는 아이팔을 빠질듯 잡아당기고 아이는 악다구니를 쓰고 ... 아시잖아요.
천사같던 아이들도 여러 사람 있으면 엄마가 내게 더이상의 공격은 할 수 없음을 아는 영악한 악마근성 튀어나오잖아요.
괴성을 지르며 반항합니다 안먹어~~~~~~~~~~~
그걸로 싸우는 테이블도 여럿이예요. 먹이려는 자와 먹지 않으려는 자. 미친 듯이 격돌하다가 밥 잘 먹으면 아이스크림 사주기라는 딜로 겨우 합의점을 찾아요.
결국 구슬아이스크림만 노나는 게임;;


그나마 여긴 아이들 먹여보려고 용쓰는거니 참는다지만 자기 애는 나몰라라하고 수다떨기 바쁜 엄마들도 한창입니다.
어떤 알바 한명이 너댓살쯤 된 아이를 안고 까페안을 몇바퀴를 돌았어요. 아이는 징징거리며 울고 있고 엄마는 없고....
한참을 그러고 있자니 저기 어디 구석에서 엄마가 뛰어나오며 깔깔 웃대요;;; 엄마 앉아있었는데 못 봤냐구요 ㅡㅡ;
키즈까페라며 맥주까지 파니 다들 한잔씩 걸치며 이게 키즈까페인지 호프집인지 모르겠는 테이블이었어요. 땀을 뻘뻘 흘린 알바에게 고맙다 한마디없이 애만 달랑 들춰매고 갑니다.


여하간 그렇더군요.
그 어떤 곳보다 애엄마가 많은, 아니 애엄마들뿐인 장소에 가니 왜 애엄마 많은 곳이 진상의 온상이고 욕먹는 중심에 있는지 아; 하게 되는 듯 했습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엄마들도 많았지만요.


무엇보다 좀 인상펴고 기분좋게 놀다가면 좋은데요,
복잡하고 시끄럽고 음식도 늦게 나오고 아이들이 말도 안들으니 힘든 건 알지만 그런 줄 알고 오는거잖아요.
인상 좀 펴고~ 이해와 배려 하며~ 예의 좀 지키는 애엄마들 되십시다~~~~ 저도 애엄마니깐 어디가서 비슷한 실수 분명 했겠지만요,

애 키우니깐 좀 더 너그러운 마음 가져야 하는데
애 키우니깐 더 까탈스럽고 예민해지는 듯 하여 안타까운 마음 적어봅니다.


IP : 211.234.xxx.135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와우
    '13.8.1 10:35 PM (118.36.xxx.23)

    글을 읽기만 했는데도
    장면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요..

    알바생들 지못미..

  • 2. 도지사
    '13.8.1 10:36 PM (223.62.xxx.51)

    거기가 어느 동네요?

  • 3. 곰3마리제주에
    '13.8.1 10:38 PM (211.186.xxx.85)

    안그래도 저도 작년에 키즈까페라는 곳 동네엄마따라 처음 가봤다가 진짜 혼이 나갔었죠
    그때도 어린이집 방학 기간이라 그 엄마가 가자던 거 였더라고요

    저도 지금 아이 어린이집 방학이고 너무 더워 실내 놀이밖에는 할 수가 없어 내일 아침 키즈까페 문 열자마지 사람없을 때 잠깐 놀고 점심 시간 전에 나와야겠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겁나네요 갑자기 ㅜㅜ

  • 4. 진상의온상
    '13.8.1 10:40 PM (211.234.xxx.135)

    내일도 위험합니다;;; 문열자마자 갔어요 저도 ㅜㅜ
    저희 동네 문제일까요?...

  • 5. qk
    '13.8.1 10:42 PM (183.109.xxx.239)

    위험하고 질서없는거 고쳐야해요. 얼마전 키즈까페에서 아이사망한 사건이 저희동네더군요. 애부모도 불쌍하지만 사고후 간판내리는 작업하는 인부들보니 왠지모르게 씁쓸

  • 6. 혹시..
    '13.8.1 10:49 PM (220.78.xxx.126)

    혹시 거기 도자기 축제 하는 여주, 이천, 광주 중 한 군데 아닌가요??

  • 7. 곰3마리제주에
    '13.8.1 10:50 PM (211.186.xxx.85)

    문 열자마자 가셨다고요? 근데도 그런 아비규환 상태를 겪고 오신건가요? 옴마야...
    가지 말아야겠네요 정말 ㅠㅠ

  • 8. //
    '13.8.2 12:18 AM (124.56.xxx.130)

    글쎄요 모든곳이 그러진않지만 위험하긴 하네요

  • 9. ㅋㅋㅋㅋㅋㅋ
    '13.8.2 10:08 AM (220.120.xxx.143)

    저도 도지사님 댓글에 막 웃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 웃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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