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를 세 개나 만든 여주에는 이번 홍수로 세 명의 목숨을 앗아간 큰 물난리만 몰고 온 4대강. 낙동강에 발암성 녹조가 심해져서 식수로도 쓰기 어렵게 만들어버린 4대강. 정부가 대외적으로 공표한 예산만 22조원을 쏟아부어서 만든 4대강이 수질개선이나 홍수예방에 도움은커녕 오히려 방해만 된다는 사실이 명백히 드러났습니다. 더구나 자연을 거스르고 국민의 생명과 건강까지 위협하는 4대강 구조물을 유지하기 위해 매년 6천억원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돈먹는 재앙이 됐습니다.
그런데 이 4대강 사업이 이명박 전 대통령과 국토해양부가 온국민을 대상으로 저지른 거대한 사기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문서가 나왔습니다.
국토교통부의 전신인 국토해양부는 사실상 대운하 사업인 걸 알면서도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뜻을 받아 4대강 사업을 추진한 경위를 보여주는 국토부 내부 문건을 감사원이 확보했고 이것을 민주당 김현 의원이 어제 공개했습니다. 이 문건에 따르면 2009년 2월 13일 국토부의 ‘4대강 살리기 기획단’과 청와대 비서실은 4대강 사업의 주요 쟁점인 한반도대운하안과 국토부안을 놓고 협의한 결과 일단은 국토부안으로 추진하고 ‘경제가 좋아지고 경인운하 등으로 분위기가 성숙되면 대운하안으로 추진’한다는 것을 박영준 총리실 국무차장이 제안합니다. 박영준 전 차관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입니다. 대운하안은 최소 수심을 6.1미터로 하는 것이고 국토부안은 최소수심을 2.5미터에서 3미터 사이로 하는 것입니다.
이 회의 사흘 뒤 국토부 4대강살리기 기획단은 ‘기술적·경제적 어려움 없이 3내지 4미터추가 준설로 운하 추진이 가능하다’면서 ‘우선은 국토부안으로 추진하고 향후 여건이 조성되면 별도사업으로 운하를 추진함이 바람직하다’고 보고해서 사실상 박영준 전 차관의 말을 그대로 따라서 4대강 살리기를 구상합니다. 2010년 MBC 피디수첩이 보도한 ‘사대강 수심 6미터의 비밀’이 정확한 지적이었다는 것이 정부 공식문서와 함께 만천하에 드러난 것입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쪽은 집권 당시는 물론 가장 최근에는 지난 10일, 감사원이 ‘4대강 사업 주요계약 집행실태' 감사결과를 발표하면서 4대강 사업이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추진됐다고 발표했을 때도 "4대강 살리기는 대운하와 무관하다"고 반발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나온 문건 중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4대강을 몇 미터까지 파라고 여러 차례지시한 내용, 대통령실은 운하에 대비하라 지시하고 국토부는 운하 추진에 지장이 없도록 보의 위치와 준설을 계획하겠노라 대통령에게 보고한 내용, 2009년 10월에는 운하에 필수적인 갑문 설치를 감안해 보를 계획하라고 국토부가 5개 지방국토관리청에 지시한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심지어 4대강 사업과 대운하안의 ‘궁극적 목적은 동일하다’고 보고한 구절까지 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국토부 책임자들이 집권 당시는 물론이고 퇴임한 후에도 거짓말을 계속해온 것을 낱낱이 보여주는 자료입니다.
놀랍게도 이날 공개된 자료 중에는 수심과 보가 깊어지면 예산이 낭비되고 수질이 악화되며 생태계가 파괴될 위험이 있다는 국토부 내부 문건까지 있습니다. 국토부의 전문가들이 말리는 데에도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 대운하안으로 4대강 사업은 무리하게 조성됐다는 것이 확실합니다.
공직자가 국민이 낸 세금으로 월급을 받으면서 국가를 위해 일하다가 의도하지 않게 잘못될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잘못이 뻔히 보이는데도, 그 직역의 전문가들이 말리는 데에도 국민을 속이고 사업을 강행한 것은 사기라는 말로 밖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대통령과 정부 부처가 국민을 상대로 거대한 사기를 쳤다는 이 끔찍한 사실이 이제야 문건으로 공개된 것은 '4대강살리기 추진본부' 소속 일부 직원들이 비밀리에 파일 형태로 보유하고 있던 내부문건인데다 은밀히 파기하기까지 해서 과거 감사에서는 확인할 수 없었다고 감사원은 밝혔습니다. 감사원 감사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국토부가 자료가 없다, 관련 사무관이 사망했다는 핑계를 계속 대자 감사원이 아예 국토부 컴퓨터를 봉인해서 가져온 뒤 삭제된 문서를 복구하는 과정에서 문제의 문서를 찾았다고 노컷뉴스는 보도했습니다. 나쁜 짓도 고약하지만 감히 은폐하려고 하는 이 문제는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닙니다.
도대체 이명박 전 대통령과 국토해양부는 무슨 생각으로 이런 거대한 범죄를 저질렀을까요? 트위터러인 김빙삼옹 말대로 대운하 자체도 염두에 없고 그저 리베이트 많이 받을 수 있는 방법만 생각한 것일까요. 사실 사기꾼의 심리를 일반인이 어떻게 알겠습니까? 알 필요도 없고요. 오직 사기로 입은 피해를 복구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지요.
우선 4대강 사업이 국토에 위해를 몰고 올 것을 알면서도 국가예산 22조원을 들여 이 사업을 강행한 이명박 대통령과 정종환 전 국토부 장관, 권도엽 전 국토부 장관, 이 사태에 책임을 지십시오. 당신들이 이 돈을 물어내야 합니다.
정부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22조원을 물어내라는 구상권을 청구하십시오. 이 구상권을 청구하기 위해 국민들이 먼저 국가에 대해 배상을 요구해야 한다면 기꺼이 나서겠습니다. 낙동강 녹조로 인한 폐해, 여주에서의 물난리를 직접 겪은 이들 뿐 아니라 국민 한 사람 한사람이 피땀 흘려 낸 세금이 이렇게 쓸모없는 일에 쓰여졌다는 사실 자체로 국민 모두가 피해자입니다.
공무원이 열심히 해보려고 한 것이라면 따지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명백히 고의적인 국고남용입니다. 만일 이에 대한 법적 처리를 묻지 않는다면 앞으로 대통령 자리라는 게 매년 400조원 가까이 나오는 국가예산을 마음껏 유린하기 위한 놀음판이 될 수도 있습니다.
☞ 2013-7-31 서화숙의 3분칼럼 팟캐스트로 듣기
http://news.kukmin.tv/news/articleView.html?idxno=3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