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현듯 돌아가신 친정어머님이 생각납니다.
제가 4남매의 막내로 바로 위 오빠랑 7살 차이 났었지요.
그러다 보니 친정 어머님은 제가 중학교에 다닐 때 이미 할머니 소리를 들으실 정도로 나이
있으셨구요.
친정어머님이 늘 절 보면서 하신 이야기가 저걸 언제 키우나 였습니다.
당신은 하루가 다르게 늙어가는데 앞에서 철딱서니 없는 말이나 행동을 해대는 어린 제가
참으로 안타까우셨던가 봅니다.
늦게 난 막둥이 공부는 다 마칠 수 있을까, 결혼은 시킬 수 있을까.
당신 나이를 생각하면 그리고 그 당시 집안 형편을 생각하면 저를 키우는게 꿈같이 아득하게 느껴지셨나봐요.
다른 자식은 다 커서 직장이다 학교다 해서 다 나가고 없고 당신 옆에서
혼자 놀고있는 저를 말끄러미 보시곤 하셨지요.
그리곤 저를 가만히 끌어 안아 주셨어요.
나이 차는 언니나 오빠 보다 제 형제가 되어주고, 친구도 되고 장난감이 되어주셨던 늙고 힘없는 엄마.
그래도 한번도 너를 왜 낳았는지 하는 말씀은 하지 않으셨어요.
한번도 너 같은 자식 낳아봐야 내 속을 안단 말씀도 하지 않으셨어요.
제가 똑똑한 딸도 아니고 그다지 예쁜 딸도 아니었고 그저 적당히 부모님 속도 썩이는 자식이었는데두요.
대신 늘 우리 막둥이가 우리 집안의 복덩어리다, 그래서 우리집 형편이 점점 나아지고 있다.라는 말을 하셨지요.
저는 자라는 동안 제가 복덩어리라는 그말이 진리인줄 알았어요.
지금은 단지 제가 우리나라 경제가 좋아지던 시기에 태어났을 뿐이란 걸 알지만요.
경제가 안좋던 시절 4남매를 대학 공부시키고 시집장가 다 보내신 친정부모님.
그리고 다른 부모님을 생각하며 다시 한번 감사하는 마음이 생기네요.
나이 오십이 넘어도 그런 글을 보니 울컥 부모님이 그리워지는 시간입니다.
자식이 다 자라고 보니 품안의 자식이라는 말처럼 그래도 자식들이 작은 말썽거리라도 피우며 내 눈 앞에 있었던
시절이 너무너무 소중하고 그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