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정조사에서 국가정보원 보고를 비공개로 하자는 새누리당의 고집이 결국 이겼습니다. 국회의 국정원 국정조사특위는 여름 휴가로 잠시 쉬고 8월 5일에 재개해서 국정원의 기관보고를 듣되, 회의 시작할 때 하는 ‘모두발언’을 제외하고는 전면 비공개한다는 원칙에 어제(28일) 합의했습니다. 새누리당이 국정원 보고는 비공개로 해야 한다, 민주당은 공개로 해야 한다로 맞서면서 국정조사가 공전한 지 이틀만의 일입니다. 국정원 국정조사가 공개된 상태에서도 알려져야 할 사실이 반쪽보도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정조사의 핵심인 국정원에 대한 조사가 비공개로 이뤄지면 하나마나한 국정조사입니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거기에 합의를 해줬습니다.
새누리당이 원하는 걸 따내는 대신 민주당은 뭘 따냈냐,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래놓고는 한다는 소리가 ‘국정조사라는 옥동자를 지키기’ 위해 ‘솔로몬의 선택에 나오는 어머니’처럼 했답니다. 어이가 없습니다. 하나마나한 국정조사를 하려고 그렇게 애를 썼다니 차라리 특위 수당 받고 싶어 알바 자리 뭇 던졌다고 말하시던지요.
국정원 국정조사에서 새누리당은 원하는 것을 얻어내고 민주당은 들어주기만 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귀태’ 발언으로 홍익표 원내 대변인이 지난 12일 사퇴했습니다. 홍익표 민주당 전 원내대변인의 발언은 국정원 비행을 담은 민주당 정책홍보물을 배포하는 것을 선관위가 방해하자 그것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입니다. 박정희 정권을 묘사한 귀태라는 말은 야당의원으로 못할 말도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말꼬리를 잡은 새누리의 기세에 눌려 민주당은 원내 대변인을 물러나게 했습니다. 반대로 얻은 것은? 물론 없습니다. 국정원의 비행을 담은 공당의 정책홍보물을 왜 선관위까지 나서서 배포를 중지시키려고 했느냐, 한마디 따지지도 못했습니다.
야당 원내대변인을 주저앉힌 새누리당이 되려 더 기세등등해져서 민주당의 국정원 정치개입 전문가인 김현 진선미 의원을 국정조사 특위에서 빼라는 압박을 더 거세게 했습니다. 두 사람이 국정원 정치개입과 관련해서 고발된 상태라는 점이 이유였습니다. 그런데 그 고발을 한 사람들이 바로 새누리당이자 국정원 직원들입니다. 사건 당사자들이 고발한 것을 핑계로 국정조사에서 빠져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습니까? 누군가의 손발을 자르고 입을 막고 싶다면 고발만 해놓으면 된다는 말인데요. 그런데도 민주당은 들어줬습니다. 진선미 의원이 17일 특위를 사퇴하면서 ‘새누리당 떼 쓰는 거 사탕으로 달래드리는 건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그런데 어제 또 새누리당이 사탕 받았습니다. 뭡니까?
국정원 정치개입, 누가 잘못한 것입니까? 민주당이 잘못했습니까? 새누리당이 잘못했습니까? 지난 대선에서 국정원 비밀문서를 몰래 빼내서 선거에 이용해 먹은 정당이 어디입니까? 경찰이 진상을 밝혀내고도 사실을 은폐하게 만든 것이 새누리당입니까? 민주당입니까? 국정원과 경찰의 국기문란 행위의 책임이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에 있습니까? 민주당에 있습니까? 당연히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에 있습니다. 그런데도 새누리는 계속 전진하고 민주당은 뒷걸음질만 치는 이유가 뭡니까? 역대 야당 중에 이런 핫바지 정당이 있었습니까?
지금 민주당 의원 수가 전체 국회의원 300명 가운데 127명입니다. 적은 수가 아닙니다. 더구나 상대방인 새누리당은 친이 친박계 양대 계파로 나뉘어 있습니다. 그런데도 싸우는 족족 민주당이 지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민주당 지도부는 혹시 국민에게 들켜서는 안되는 엄청난 약점을 국정원에 잡혀 있습니까?
그래놓고는 한다는 소리가 국민 핑계나 대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소망인 국정조사를 성사시키기 위해…’ 착각하지 마십시오. 국민은 허울뿐인 국정조사를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국정원의 정치개입, 경찰청의 범죄행위 은폐, 새누리당의 국정원 야합, 박근혜 정부의 불법 방관을 낱낱이 파헤치는 일은 원할 뿐입니다. 이게 민주국가의 근본을 흔들기 때문에 그냥 넘어갈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냥 국정조사라는 이름 걸고 싸우는 시늉이나 보자고 국정조사 바라는 것이 아닙니다.
1985년에 제1야당은 민한당이었습니다. 전두환이 1981년 여당인 민정당을 창당한지 이틀만에 돈줘서 창당한, 이름만 야당인 여당 2중대였습니다. 그런데 이 정당이 1985년 2월 12일 총선에서 사실상 공중분해됐습니다. 총선이 있기 불과 24일 전에 생긴, 한달도 안된 신생정당 신민당에 국민들이 표를 몰아줬기 때문입니다. 왜냐? 전두환 독재와 싸우지 못하는 야당은 필요없다는 것이 국민의 뜻이었습니다. 그 살벌한 독재시절에도 국민들은 진짜 야당을 원했습니다.
민주당, 입으로만 야당인척 하지 마십시오. 불의와 불법에 맞서 싸울줄도 모르는 야당, 국민들은 필요없습니다.
☞ 2013-7-29 서화숙의 3분칼럼 팟캐스트로 듣기
http://news.kukmin.tv/news/articleView.html?idxno=3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