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재구성은 이렇다. 대선 당시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회 종합상황실장 권영세 현 주중대사가 한 음식점에서 동행한 이들에게 “원세훈으로 원장이 바뀐 이후로 기억을 하는데 내용을 다시 끼워 맞췄거든요. 아마 그 내용을 가지고…청와대에…요약보고를 한 거지”라고 말했다. 권 대사는 대화록을 ‘재조정’한 후 이를 요약해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취지다.
만약 그 대화록이 지난달 국정원이 만든 발췌본이라면 아귀는 더 들어맞는다. 단적인 예로 노 전 대통령은 전문에서 ‘나’라고 칭하지만, 발췌본에는 2곳에서 ‘저’로 바뀌어 있다.
원세훈은 2009년 2월 국정원장에 취임했다. 그해 3월 회의록 비밀등급을 1급에서 2급으로 강등시켰다. 비슷한 시기 청와대 통일비서관으로 들어간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8년 10·4 정상회담 1주년에 즈음해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하자 이 전 대통령이 회의록 내용을 보고하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이 전 대통령은 ‘열폭’ 상태였다.
박범계 의원은 “국정원의 댓글을 통한 여론조작 사건과 이를 시발점으로 한 NLL 대화록 불법유출 사건은 일란성 쌍둥이다. 정권 유지, 더 나아가 장기 집권을 꾀하기 위한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이 있었다”며 “컨틴전시 플랜에는 집권 후에도 유력한 수권정당을 적으로 돌리는 민주주의 파괴 공작 시나리오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어처구니 없는 것은 의혹의 당사자 권 대사다.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없는 내용을 보태거나 원뜻을 왜곡시키는 등의 비열한 조작을 하지 말라”고 박범계 의원에게 말했다. 누가 누구에게 할 소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