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우리집에서 새끼 고양이가 여섯마리 태어났어요.
한 마리만 놔두고 나머지는 다 분양했어요. 다들 좋은 주인 만나서 행복하게 살고 있었는데
수컷 한녀석만 연락이 닿지 않아 소식이 궁금하긴 했었어요.
근데 사흘전에 그 집에서 연락이 왔어요. 잘 키우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민을 가게 되었다구요.
이민은 급하게 가야하는데 동물을 데려가려니 절차가 너무 복잡해서 포기했다 합니다.
고양이를 어찌해야 할지 몰라서 고민하다가 최초 분양한 저희한테 전화한거라구요.
이미 우리집에는 두 마리나 있고 페르시안 친칠라라서 털과의 전쟁을 하고 있었지만
우리가 받아주지 않으면 버려질 수도 있겠다 싶어서 데리러 가겠다 했어요.
생명을 탄생시킨 책임감이랄까요. 이 세상의 모든 고양이를 내가 키울 수는 없지만 이 아이들만이라도
잘 되었음하는 바램이 생겼어요.
이틀전 빗속을 뚫고 남편과 아이가 고양이를 데리고 왔어요.
어머나 세상에! 너무 이쁜 거예요. 미용을 시켜서 털은 없었는데 꼬리 부분만 남겨놓으니 참 이쁘더라구요.
귀하게 이쁘게 키워 주신것 같았어요.
오자마자 캐리어에서 꺼내 놓으니 바닥에 납작 엎드려서 벌벌 떨어요.
아이 침대 이불속에 숨겨주었어요.
이불을 들치고 보면 녀석과 눈이 마주치고 서로 한참을 쳐다보곤 했어요.
널 놔두고 먼 나라로 가야하던 집도 발길이 안 떨어지겠구나 싶었었요.
기존에 있던 녀석들(엄마고양이와 누나고양이)은 냄새를 맡고 침대 주위로 슬금슬금 모여드는데
서로 다 소심한지라 하악질도 약하게 하면서 눈치만 살피네요.
가족인데 서로 못알아보는 비극....
고양이 녀석들은 그렇다치고 새로운 입양처를 알아봐야 해서 분주하게 보내던 중
고민하던 지인이 입양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전화가 왔어요
털 때문에 자신이 없대요. 이해한다 했어요.
실망도 잠시 하기로 하고 이녀석이 계속 이불속에서 굶고 있기에 새로운 가정을 찾아야만 했는데
아이가 카스에 올리겠대요. 저는 사실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카스에 올린지 십분만에 아이 친구 가정에서
키우겠다고 연락이 왔어요.안 그래도 고양이 키우려고 준비하고 있었고 아빠가 고양이 많이 키워봤대요.
엄마도 강아지 많이 키워보신 분이라고 하더라구요. 소식듣고 너무 기쁘기도 한데 왜 이렇게 한 편으로는 서운한지 모르겠더라구요.
어차피 그 집에 빨리 가서 적응해야 해서 어제 데려다 주고 오는데 어찌나 허전한지 지금까지도
허한 마음이 사라지지 않아요. 우리 집에서 이틀 있으면서 아무것도 안 먹고 굶어서 그런가봐요.
그 녀석 그 집에 가서도 이불속에 숨어있대요. 또 한 이틀 굶겠지요ㅠㅠ
빨리 적응해서 활기찬 모습되기를... 사랑많이 받고 살아가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