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진씨 얘기도 그렇고...
문자나 전화로 이별통보하는 거 = 비매너, 라고 하는데요.
전 정말 최악 이별로 기억되는 게 그 '만나서 차인' 경험이었어요.
물론 전부터 조짐이 있긴했죠.
남자친구가 부쩍 고민하는 모습을 비췄고.. 연락도 뜸했고.
근데 전 그래도 우리가 함께해온 시간이나, 약속했던 미래 같은 거에 믿음이 있었거든요.
그냥 남자친구가 많이 힘든 시기인가보다,그래 나도 잠시 떨어져있으면서 머리를 식히고
이번 고비를 우리 사이를 더 단단히 만드는 계기로 만들어야겠다.. 뭐 그러고 있었네요.
몇주만에 갑자기 전화가 와서, 차분한 목소리로 집앞이라고 나오라고 하더군요.
전 안도하면서 나갔어요. 그래, 역시 그렇게 연락이 끊겨버리진 않는구나.
이렇게 짠하고 다시 나타나주는구나. 헤헤헤.
근데. 그렇게 무방비 상태에서, 그것도 내가 매일같이 지나다니는 우리집 앞 커피숖에서,
다닥다닥 사람들이 채 30cm도 안 떨어져 앉아있는 그 작고 조용한 공간 안에서,
자기가 자신이 없어졌다더군요. 그만하고 싶다고요.
뭘 어떻게 반응을 해야할지 모르겠대요.
아마 전화나 문자로 통보를 받았다면, 진짜 얼굴 안 보이는 건너편에서
나름 객관적으로 가장 내 모습을 덜 흉하게 보존하면서 이성적으로 대처하는 방법이 뭘까,
고민하고 행동으로 옮길 일말의 여유라도 있었을지 모르겠어요.
근데 정말 쌩으로 그 장소에서 그 사람 앞에서 다른 사람들 앞에서
폐기처분의 현장에 노출됐는데. 전 이 상황이 납득도 안 가고 더 잡아보고 싶지만,
내 모습이 너무 초라하고 또 그 사람의 태도가 너무 단호하고
뭘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알겠다고 하고 돌아서 나왔어요.
그리곤 오늘이때까지도. 내 집 앞의 거 커피숖 앞을 지날때마다 그날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저도 그 전에 만나던 사람들과 뭐 전화로 된통 싸우다가 헤어져본적도,
장문의 문자나 이메일을 받아본 적도 있고 그때마다 '예의, 매너'를 운운했던적 많지만요.
실제로 겪어보니 가장 잔인했어요. 면대면 일방적 차임이라는 건요.
전 그 사람이 날 그렇게 정석으로 차준 게 원망스럽기까지했어요.
그런 소리를 하려고 나로하여금 기대를 갖고, 머리를 감고, 화장을 하고 이 자리에 나오게 했나.
사형선고 내릴 준비하고, 목 치려고 나 불러내서, 너는 머리속에 대사 다 생각해놓고선
'이별의 순간에까지 최선을 다해 예의를 지킨 전 남자친구'역할까지 해내니 뿌듯하더나.
영화에서 보듯이 드라마에 나오듯이
얼굴보고 마주 앉아서 헤어짐 당한다고 무슨 "그래.. 그게 맞겠지. 행복해야해"
이성적으로 아름답고 은은하게 서로의 행복을 빌면서 헤어지게 되지, 않더라고요.
정신없고 머리속이 웅웅 울리고 피가 확 몰리고... 공개처형 당하는 기분이었어요.
그 이후로는 차라리 통화끝내자마자 우와앙 울어버릴 수 있게
내 방안에 나 혼자있을때 차주는 전화나 문자 이별이 낫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