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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첫 레드카펫이었습니다. 제가 출연한 영화 <가자, 장미여관으로>가 올해 부천판타스틱영화제에 초청되면서 저도 '배우' 자격으로 처음 레드카펫에 섰습니다. 데뷔 3년차, 처음으로 주어진 자리에 얼마나 가슴이 설렜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소속사도, 무엇도 없는 무명 신인입니다. 남들처럼 몸에 맞춘 예쁜 드레스를 만들어 입고 싶었지만, 가격을 알아보곤 그럴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결국 혼자 서울 아현동 웨딩타운을 돌며 레드카펫에서 입을 드레스를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몇 군데를 돌아 다녔습니다. 어떤 곳은 제가 이야기를 꺼내자 다짜고짜 '회사는 어디냐'고 물어봤고, 또 어떤 곳은 제가 연기자로 보이지 않았는지 '누구 입힐 드레스냐'고 물어 보시더군요. 하필 남들에게 보이기 창피한 상태로 돌아다닌 바람에 어디서는 제대로 입도 열지 못한 채 구석에서 드레스만 눈대중으로 바라보다 돌아서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 한 6번째로 들른 가게에서 괜찮은 드레스를 발견했습니다. 어렵게 제 이야기를 털어놓고, "무명이고 신인이지만 이번에 도와주시면 나중에 잘 돼서 꼭 드레스를 맞추러 오겠다"는 말씀도 드렸습니다. 사정을 이해해 주셨는지 주인 아주머니께서 드레스를 빌려주겠다고 하셨습니다. 옷을 뜯고 사이즈를 수선하려니 그 가격도 만만치 않았지만, 아주머니께서 배려해 주신 덕분에 수중에 있는 돈으로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레드카펫 노출사고, 사실은 이랬습니다
그리고 레드카펫에 서는 17일. 저는 아침부터 설렘과 걱정이 뒤섞인 복잡한 심경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귀걸이도 드레스를 빌린 곳과 같은 가게에서 빌렸고, 남들처럼 좋은 헤어숍에 가지는 못했지만 동네 미용실에서 머리도 했습니다. 그런데 드레스가 말썽이었습니다. 사진에서 보셨듯 한 쪽 어깨 끈이 없다 보니 흘러내리지 않게 고정을 해야 하는데, 아무리 양면테이프로 고정을 해도 떨어지는 겁니다.
원래 이 드레스는 등 쪽에 지퍼가 있어 그것으로 옷을 고정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 사이즈에 맞추다 보니 지퍼가 잠기지 않아 아예 다 뜯어낸 상태였고, 드레스도 '만세' 자세로 위에서 입어야 할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아침부터 한바탕 난리를 치고, 결국 어머니께서 가느다란 하얀 실로 한 쪽 어깨끈을 만들어 주셨습니다. 한 번은 조금 여유가 있게 매듭을 지어 봤다가 끊어져서, 다시 끈을 꽉 당겨서 매듭을 지었습니다.
그래도 불안한 마음은 지울 수 없었지만, 일정상 다른 수가 없었습니다. 레드카펫에 오를 시간이 되자 함께 선 한국영화배우협회 회장님께서 걸음을 옮기기 전 '정면의 먼 곳을 보고 천천히 걸으라'고 조언해 주시더군요. 그 말씀대로 복잡한 마음은 감춘 채 걷는 데만 온 신경을 쏟던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침에 고정했던 실이 어깨와 가슴 사이의 생살을 파고들어 불편했습니다. 그걸 좀 정리해 보겠다고 어깨에 손을 올린 순간, '뚝' 하는 느낌이 어쩐지 이상했습니다. 하지만 당장 그 곳을 벗어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서있는 곳은 레드카펫 위였으니까요. 잘 정리한다고 했는데, 다시 드레스가 흘러내렸습니다. 아니, 흘러내렸다고 합니다. 정신이 없는 상황에서 앞만 보고 걷느라 옷이 흘러내리는지도 느끼지 못했거든요.
---> 어차피 천편일률적인 옷차림인데, 청바지에 면티로 통일함이 맞을 듯. 해당 인물이 아니더라도 이런 사고는 예정된 것인 듯 싶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