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화숙]예쁜 옷입고 방실방실 웃는 게 외교 아니다
기시다 장관은 약속된 시간보다 늦게 도착했는데 “참의원 선거 관련 일정 때문에 늦게 도착해서 미안하다”는 말로 인사를 했고, 김 차관은 여기에 “대승을 기대한다”는 말로 대답을 한 것입니다. 방송에 나온 발언은 정확히 이렇습니다.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크게 대승을 거두시길 기대해 마지 않습니다.”
한 나라의 외교관이 다른 나라의 특정 정당이 선거에서 대승을 거두라고 한 말은 명백한 내정간섭입니다. 외교차관의 말은 상대 외무장관만 듣는 친구끼리 수다가 아닙니다. 일본은 물론 전 세계가 듣는 공식적인 언어입니다. 그런데 한국의 외교관이 일본의 어느 한 정당의 압승을 바랐다? 외교적인 결례를 논하기도 부끄러운 수준입니다.
아시아나 항공기 사고가 나자 박근혜 대통령은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위로 전문을 보냈습니다. “대통령님, 지난번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항공기 사고가 발생한 것을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하며 피해를 입으신 분과 그 가족들께 위로의 뜻을 전합니다.” 이게 무슨 말입니까? 이번 항공기 사고가 미국에서 발생했을 뿐 피해 사망자는 중국인입니다. 그 중 한 명은 항공기 사고 자체가 아니라 화재 수습을 위해 달려온 미국의 소방대 차에 깔렸다고 합니다.
그런데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왜 위로를 받아야 합니까? 사고 원인에서도 한국측 조종사 과실이나 미국측 관제사 잘못이냐, 비행기를 만든 미국 보잉사의 문제이냐가 현재 확인중입니다. 그런 와중에 한국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에게 석연치 않은 이유로 위로 전문을 보냈다는 것은 한국이 잘못을 사죄한다는 의미로밖에 더 해석이 됩니까?
박근혜 대통령은 미국을 찾았고 중국을 찾았고 아마 일본도 갈 모양입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도 그 밑의 외교관들도 기본을 알지 못하면 계속 사고는 터집니다. 예쁜 옷 입고 방실방실 웃는 게 외교가 아닙니다. 한국의 주체성을 지키고 상대방을 존중하면서 우리의 이익을 따내 오는 것, 이건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박근혜 정부, 제발 기본 정도는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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