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지극히 이기적이며 모든 일에 자기가 우선입니다.
집안 일에 무관심한 것은 둘째치고 아이한테도 신경쓰지 않습니다.
주말에도 항상 친구들과 약속 잡아 나가거나 약속이 없으면 혼자 작은 방에서 영화 봅니다.
언제나 자기 취미생활이 우선인 사람이라, 이 문제로 무던히도 싸웠지만 사람 바뀌기 쉽지 않은 것 같네요.
시모가 저희 사는 곳에서 1시간 가량 떨어진 병원에 입원해 있는데 남편이 매주 병원에 갑니다.
가까이 있다는 이유로, 제가 막내 며느리이지만 자주 갔고 반찬도 매주 해서 보냅니다. 시어머니, 남편 행동을
생각하면 이럴 필요 없지만, 저희 친정어머니가 효부과라 보고 자란 게 있어서인지 이상하게 이렇게 하게 되네요.
맏동서는 지방에 있어서 2~3달에 한 번 정도 옵니다. 맏동서는 본인이 시어머니 보러 오는 것은 멀고 힘들어
자주 못오는 것이 당연하고, 제사나 명절 때 저희가 한번이라도 거르면 사람 도리 안한다고 합니다.
(평일 제사에 휴가 내고 안내려 온다고 전화로 퍼부어대곤 했죠)
이런 상황에서 남편이란 사람은, 저에게 고마워 하기는 커녕 뭐가 그리 당당한 지 모르겠습니다.
주말 아침부터 음식 장만하느라 땀을 빼고 있는데 남편은 웹 서핑에 영화 보면서 노닥거리고 있어 아이는
자연스레 방치 상태였습니다. '음식장만으로 바쁘지 않으면 아이에게 책이라도 읽어줄텐데.. 내가 지금
누구 때문에 이리 바쁜데...'하는 생각에 울컥해서, 남편에게 영화만 보지 말고 아이에게 책 좀 읽어주라고
잔소리했습니다. 그랬더니 자기에게 싫은 소리 했다고 삐졌습니다. 남편이 한 번 삐져서 냉전이 시작되면
1~2달 너끈하게 지속됩니다. 너무 자주 반복되는 상황이라 머리가 지끈거립니다.
저라고 취미생활이 없고, 노는 게 쉽고 편한지 모르겠습니까? 가족과 아이를 우선하다보니 저의 욕구는
억제하고 사는 거죠. 그런데 남편 하는 짓을 보니 저도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하기 싫은 거는 안하고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싶습니다.
이번 주말 제사에 차로 5시간 걸리는 큰 집에도 안가고, 앞으로 시어머니 음식도 안하려구요.
제가 잘못 생각한 건가요?
저희 친정 엄마는 제 할 도리를 해야 나중에 할 말이 있다고 하시지만, 남편 품성으로 봤을 때는 전혀
소용없는 말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