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남편과 4세 아이와 박물관 나들이를 했어요.
휴게공간에 앉아서 설치된 화면으로 아이와 영상을 보고 있었는데
6세 아이 둘이 장난 치며 그 공간으로 들어왔어요.
제 아이는 형누나들에게 안녕~ 하고 인사했지만, 아이들은 장난치느라 못들었고요,
그 형누나들이 맘에 들었는지 다시 그 아이들에게로 다가가 뒤에서 안녕~ 하고 손을 흔들었어요.
그러다 반응이 없자 제 아이는 다시 제게로 돌아왔고요.
그제서야 제 아이 존재를 깨달은 아이들이 제게로 와서,
얘는 이름이 뭐냐, 나는 여섯살이고 우리는 친구다 어쩌고 말을 걸더라고요.
저도 아이들이 귀여워서 남자아이가 가진 장난감이 멋지다고 칭찬도 해주고 몇 마디를 나눴어요.
남자아이는 자기가 가진 장난감 이름이 ooo라고 가르쳐주었고요.
그 때 제 아이가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고, 장난감에 호기심도 가고, 형하고 말도 섞고 싶었는지,
"그 장난감 이름이 뭐야?" 라고 되물었어요.
그러자 남자아이가 "어휴, 내가 지금 말했잖아. ooo라고." 하고 대답했죠.
그러다가 아이들은 금방 뛰어나갔다가 잠시 후 엄마아빠 손을 잡고 다시 들어왔고요.
저희 아이가 그 형을 다시 본게 반가웠는지
또 그쪽으로 다가가서 "그 장난감 이름이 뭐야?" 라고 했죠.
그 남자아이는 친구랑 같이 신나게 놀고 있는데 쬐그만게 와서 알짱거리니 귀찮았을거에요.
"내가 몇 번을 얘기했냐. 아까 말할 때 잘 들었어야지. 아까 말했잖아. 어휴 도대체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
그러더니 부모님이랑 친구랑 놀이터에 가고 싶다고 다시 나가버렸어요.
제 아이는 형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다가, 혼자 남겨지자 제게로 왔어요.
그런데 표정을 보니 헉! 이 쪼그만게 입술을 꼭 다물고 울음을 참고 있는거에요.
사실 저는 내심 저희 아이가 그 형아한테 "모를 수도 있지~" 하고 함께 호통을 치거나,
그 형아가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 안쓰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얘는 생각보다 너무 여린 아이였던 거에요. ㅜㅜ
얼마나 서운했는지 한참이나 제게 얼굴을 파묻고, 흐느껴 우는 것도 아니고,
꼭 참으면서 어쩔 수 없이 흐르는 눈물을 계속 제 옷자락에 닦아내는데
가슴이 아파서 혼났어요.
좀 진정이 된 다음에 왜 울었냐고 물어보니 자기도 모르겠대요.
진짜 모르는 건지, 상처 받아서 말하고 싶지 않은 건지.
형누나 즐겁게 노는데 자기도 끼고 싶었지만 그게 안되어서 속상했는지,
형한테 꾸지람들은게 속상했는지...
아기를 꼭 안아 다독여주면서 제 마음을 달래는데 앞날이 캄캄해지더라고요.
벌써 어린이집 다니면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아이.
유치원 초중고 대학 사회생활 거치며 깊고 얕은 인간관계에서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을텐데,
그때마다 이렇게 쿵 내 가슴이 먼저 떨어져서야 어쩌나 싶고.
애가 이리 여린게 다 제 탓 같고...
우선은 아이를 달래기 위해
네가 잘못한 게 아니니 속상해하지 말아라.
넌 아직 어리니까 몰라서 물어볼 수도 있는건데, 그 형아는 너무 불친절하고 멋지지 못했다.
너라면 동생에게 안그랬을텐데. 다음에도 누가 그러면 "난 아직 어려서 모를수도 있어!"라고 대답해주렴.
이렇게 말해주었어요.
이 정도 다독여줬으면 된걸까요?
튼튼하고 강한 엄마가 되고싶습니다. ㅡ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