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우리 아이 담임선생님 이야기예요

감사해요 조회수 : 2,718
작성일 : 2013-07-13 13:15:57

날씨도 꿉꿉하고 다들 힘드시지요?

저도 빨래 안 말라서 지금 선풍기를 건조대에 향하게 해 놓고 잠시 차 마시는데요.

우리 아이 담임 선생님 생각이 나서 잠시 써 봐요.

초등 6학년이구요. 30대 중반 미혼 여교사세요.

우리 아이 말로는 편식이 엄청 심하시대요. 급식 반찬 중에서 나물은 대놓고 안 드시고 과일만 좋다고 하시고

우유 먹기 싫으면 먹지 말라고 그러신대요.

처음에는 교사로서 좀 경솔하신 거 아닌가 싶었는데요.

1학기 동안 지켜보니..그건 그 선생님이 그만큼 아이들을 믿고 그야말로 "자율"에 맡기시는 거라는 것을 알았어요.

6학년 쯤 되었으면 이제 자신의 행동에는 책임을 지되, 자율과 방종을 구별할 수 있게 키우시는 거 같아요.

아침에 7시 40분이 출근하세요(집이 좀 멀어서 차 안 막힐 때 일찍 나오신대요.). 그리고 가끔 학교에 가보면 청소 시간에 아이들은 도망 가고 몇 명 없어도 선생님은 열심히 청소하고 계시더라구요. 정말 부지런하고 말씀하시는 것도 아주 야무지셔서 정말 똑똑해 보이세요.

녹색 어머니 하면서 제가 교통지도 하면서 서 있을 때 아침 시간 1시간 동안 계속 학교 주위 돌아보시면서 감독하시더라구요(이런 선생님은 저는 처음 봤어요, 대개 안 나오시던데). 그리고 녹색 지도 끝난 후에 선생님께서 먼저 시간 난다고 하시면서 차 한잔 하시자고..일부러 시간 내서 저희 엄마들 데리고 아이들 이야기 이런 저런 이야기 다 해 주시더라구요. 참 고마웠어요.

그리고 저희 반에 어떤 남자애 하나가 엄청 개구지고 아이들을 때리고 다녀서 저희 아이도 스트레스가 심해서 제가 한번 찾아가뵈었는데...선생님 말씀이 그 남자애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고 저를 잘 설득하시는데 제가 느끼기에도 선생님이 옳다는 생각이 들게 되는 설득 방법이었어요. 믿고 맡겨봤는데 요즘에는 그 남자애가 친구들 안 때린다네요. 선생님 교화 방법이 통했나봐요.

무엇보다 감동적인 것은.......

청와대, 법원 등에서 운영하는 견학 프로그램 같은 거 있잖아요. 와서 보고 직접 설명도 들을 수 있게 해 주는 거요.

그거 경쟁이 엄청 치열해서 엄마인 저도 매번 놓치는데..우리 선생님은 그런 프로그램 운영하는 사이트를 틀어놓고 광틀릭으로 그걸 신청해서 아이들 전체를 데리고 다녀와 주세요. 미리 교장선생님께 말해서 우리반만 체험학습 간다는 허가 받아 두신 후에 가정통신문으로 알려주세요. 사실 6학년 아이들 스무 명 이상 데리고 지하철 타고 그런 곳 다녀오시려면 엄청 번거로우실 테고..일부러 그런 고생을 하실 필요도 없는데, 아이들에게 "국영수사과만 공부하는 아이'로 자라게 하고 싶지 않다"면서 그런 프로그램을 신청하신대요. 그리고 그런 데 가시면 꼭 아이들 전체 사진 찍어서 학부모 전체 메일로 보내 주세요. 그뿐 아니라 선생님 지인 중에서 어느 분야에 정통하신 분이 있으면 그 분을 모셔와서 교실에서 특강을 듣게 해 주신다네요. 얼마전에는 금융에 관련된 특강을 듣고 와서 우리 아이가 아주 재미있었대요.

지금 기말고사 기간인데요. 기말고사 안 보신대요.^^ 그 동안 공부한 내용으로 충분히 평가하실 수 있대요. 아이들을 지필식 교육, 주입식 교육만 시키고 싶지 않다는 의지가 충분히 전해져요.

저보다 10살 이상 나이 어린 분이시지만 참 존경스럽고..진정 초등 교사로서의 자질이 충분하고 넘치시는 분, 아이들을 진정 사랑하시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저도 살짝 들러서 커피나 쿠키 같은 간식(집이 멀어서 너무 일찍 아침을 드시다보니 점심 시간 되기 전에 배고프시대요)을 가끔 드리고 오고 싶어져요.

서울 **초등학교 6학년 1반 ###선생님~!! 정말 고맙습니다~!!!

 

IP : 218.239.xxx.244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3.7.13 1:26 PM (125.178.xxx.132)

    우리 아이가 고3인데,
    여기저기 듣던 이상 한 선생님은 한번도 없었고
    정말 감사한 선생님은 계셨어요.

    그런 분들은 촌지도 안받으시는 데
    전 정말 뭐든 해드리고 싶더라구요.
    아이에게 나중에 커서 꼭 찾아뵈라고 해요.
    선생님께서 내가 이일을 잘 했구나 하는 맘이 들게
    꼭 표현 해 드리라구요.

    지나고 나니 참 복이 많다 싶어요.
    님 아이도 복이 많은 가봐요.

  • 2.
    '13.7.13 1:26 PM (222.237.xxx.152)

    부럽네요 제 담임은 애들 등짝을 그렇게 친다네요
    담임 좋다는 애들이 아무도 없어요 어제도 한 아이 등짝을
    열대나 쳤다는데 보는 애들은 웃고있다는데 어이가
    없더라구요 교원평가날만 기다리고있어요
    원글님 선생님 같은 분들만 계시다면 애들에게
    학교는 천국일텐데

  • 3. 감동
    '13.7.13 2:15 PM (58.236.xxx.74)

    아이들 전체 사진 찍어서 학부모 전체 메일로 보내 주세요. 그뿐 아니라 선생님 지인 중에서 어느 분야에 정통하신 분이 있으면 그 분을 모셔와서 교실에서 특강을 듣게 해 주신다네요. 얼마전에는 금융에 관련된 특강을 듣고 와서 우리 아이가 아주 재미있었대요. ---> 정말 좋은 분이네요.

  • 4. ..
    '13.7.13 2:17 PM (39.118.xxx.74)

    정말 훌륭한 선생님이시네요.
    이런분 밑에서 교육받는 아이들은 당연히 훌륭한 제자가 될수밖에 없을것같아요.
    저희아이 담임선생님께서 이글좀 읽으셨으면 좋겠어요.

  • 5. 쓰레기
    '13.7.13 3:45 PM (222.102.xxx.10)

    쓰레기같은 선생님도 많지만 정말 성실하게 최선을 다하는 훌륭한 샘도 많습니다.
    우리 아이한테 좋은 선생님 만나게되는 것도 사실 큰 행운이겠죠.
    교사들 인격은 정말 중요한테 채용할 때는 그런 것 보지 못하죠.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06722 두 시간 걸었는데 밥을 두 그릇... 3 다이어트 2013/10/12 1,833
306721 강아지와 헤어지고 7 ㅎㅎㅎ 2013/10/12 1,502
306720 가사조사관은 공무원인가요 1 궁금 2013/10/12 3,119
306719 애키우기 힘드네요... 2 에고 2013/10/12 1,173
306718 고2아들이 밤에 10 고2 2013/10/12 4,515
306717 상대가 나를 좋아하는 느낌 어느정도 맞을까요? 7 궁금 2013/10/12 7,854
306716 디스크 도움을주세요 4 디스크 2013/10/12 961
306715 출산후 아랫배가 콕콕 쑤시는거 정상인가요? 6 아랫배 콕콕.. 2013/10/12 5,462
306714 내연녀 살해한 경찰관요 32 2013/10/12 13,144
306713 레지던트 핸드크림올린 작성자인데요 - 2013/10/12 1,204
306712 제발 편한 브라 좀 추천해주세요 8 노브라녀 2013/10/12 2,995
306711 백지영씨 고소 절대 용서하지 마세요. 3 바다의여신 2013/10/12 1,709
306710 펌> 이거보고 한밤에 팡 터졌어요.ㅋㅋㅋ 8 이거 2013/10/12 3,620
306709 2000년도에 공유가 활동했었나요? 11 ㅋㅋ 2013/10/12 1,678
306708 서른살 남자가 여고생이랑 같이 사는데... 21 동동 2013/10/12 18,395
306707 성균관대의 over the sky 는 이미 예견 되었던 일 31 샤론수통 2013/10/12 12,504
306706 밥 먹을때 씹는 소리내는 남자 4 문의 2013/10/12 2,243
306705 구두상품권이 유효기간이 지났는데ㅠㅠ 2 ... 2013/10/12 3,770
306704 요즘 흰색티셔츠는 별로죠? 6 속옷같아요... 2013/10/12 1,739
306703 소풍 나왔다가 동심 파괴 우꼬살자 2013/10/12 1,018
306702 초2 남아 머리에 땀흘리면 냄새 나나요? ㅇㅇㅇ 2013/10/12 1,557
306701 이게 권태기인지, 이혼위기인지 알려주세요.. 5 ........ 2013/10/12 4,515
306700 내가 만난 40대 노총각들의 특징 11 밀빵 2013/10/12 29,219
306699 스케치북 보고 계세요? 1 토이 2013/10/12 1,548
306698 77사이즈 나오는 20대 후반 여성브랜드 아시나요!?? 3 77 2013/10/12 5,4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