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우리 아이 담임선생님 이야기예요

감사해요 조회수 : 2,709
작성일 : 2013-07-13 13:15:57

날씨도 꿉꿉하고 다들 힘드시지요?

저도 빨래 안 말라서 지금 선풍기를 건조대에 향하게 해 놓고 잠시 차 마시는데요.

우리 아이 담임 선생님 생각이 나서 잠시 써 봐요.

초등 6학년이구요. 30대 중반 미혼 여교사세요.

우리 아이 말로는 편식이 엄청 심하시대요. 급식 반찬 중에서 나물은 대놓고 안 드시고 과일만 좋다고 하시고

우유 먹기 싫으면 먹지 말라고 그러신대요.

처음에는 교사로서 좀 경솔하신 거 아닌가 싶었는데요.

1학기 동안 지켜보니..그건 그 선생님이 그만큼 아이들을 믿고 그야말로 "자율"에 맡기시는 거라는 것을 알았어요.

6학년 쯤 되었으면 이제 자신의 행동에는 책임을 지되, 자율과 방종을 구별할 수 있게 키우시는 거 같아요.

아침에 7시 40분이 출근하세요(집이 좀 멀어서 차 안 막힐 때 일찍 나오신대요.). 그리고 가끔 학교에 가보면 청소 시간에 아이들은 도망 가고 몇 명 없어도 선생님은 열심히 청소하고 계시더라구요. 정말 부지런하고 말씀하시는 것도 아주 야무지셔서 정말 똑똑해 보이세요.

녹색 어머니 하면서 제가 교통지도 하면서 서 있을 때 아침 시간 1시간 동안 계속 학교 주위 돌아보시면서 감독하시더라구요(이런 선생님은 저는 처음 봤어요, 대개 안 나오시던데). 그리고 녹색 지도 끝난 후에 선생님께서 먼저 시간 난다고 하시면서 차 한잔 하시자고..일부러 시간 내서 저희 엄마들 데리고 아이들 이야기 이런 저런 이야기 다 해 주시더라구요. 참 고마웠어요.

그리고 저희 반에 어떤 남자애 하나가 엄청 개구지고 아이들을 때리고 다녀서 저희 아이도 스트레스가 심해서 제가 한번 찾아가뵈었는데...선생님 말씀이 그 남자애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고 저를 잘 설득하시는데 제가 느끼기에도 선생님이 옳다는 생각이 들게 되는 설득 방법이었어요. 믿고 맡겨봤는데 요즘에는 그 남자애가 친구들 안 때린다네요. 선생님 교화 방법이 통했나봐요.

무엇보다 감동적인 것은.......

청와대, 법원 등에서 운영하는 견학 프로그램 같은 거 있잖아요. 와서 보고 직접 설명도 들을 수 있게 해 주는 거요.

그거 경쟁이 엄청 치열해서 엄마인 저도 매번 놓치는데..우리 선생님은 그런 프로그램 운영하는 사이트를 틀어놓고 광틀릭으로 그걸 신청해서 아이들 전체를 데리고 다녀와 주세요. 미리 교장선생님께 말해서 우리반만 체험학습 간다는 허가 받아 두신 후에 가정통신문으로 알려주세요. 사실 6학년 아이들 스무 명 이상 데리고 지하철 타고 그런 곳 다녀오시려면 엄청 번거로우실 테고..일부러 그런 고생을 하실 필요도 없는데, 아이들에게 "국영수사과만 공부하는 아이'로 자라게 하고 싶지 않다"면서 그런 프로그램을 신청하신대요. 그리고 그런 데 가시면 꼭 아이들 전체 사진 찍어서 학부모 전체 메일로 보내 주세요. 그뿐 아니라 선생님 지인 중에서 어느 분야에 정통하신 분이 있으면 그 분을 모셔와서 교실에서 특강을 듣게 해 주신다네요. 얼마전에는 금융에 관련된 특강을 듣고 와서 우리 아이가 아주 재미있었대요.

지금 기말고사 기간인데요. 기말고사 안 보신대요.^^ 그 동안 공부한 내용으로 충분히 평가하실 수 있대요. 아이들을 지필식 교육, 주입식 교육만 시키고 싶지 않다는 의지가 충분히 전해져요.

저보다 10살 이상 나이 어린 분이시지만 참 존경스럽고..진정 초등 교사로서의 자질이 충분하고 넘치시는 분, 아이들을 진정 사랑하시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저도 살짝 들러서 커피나 쿠키 같은 간식(집이 멀어서 너무 일찍 아침을 드시다보니 점심 시간 되기 전에 배고프시대요)을 가끔 드리고 오고 싶어져요.

서울 **초등학교 6학년 1반 ###선생님~!! 정말 고맙습니다~!!!

 

IP : 218.239.xxx.244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3.7.13 1:26 PM (125.178.xxx.132)

    우리 아이가 고3인데,
    여기저기 듣던 이상 한 선생님은 한번도 없었고
    정말 감사한 선생님은 계셨어요.

    그런 분들은 촌지도 안받으시는 데
    전 정말 뭐든 해드리고 싶더라구요.
    아이에게 나중에 커서 꼭 찾아뵈라고 해요.
    선생님께서 내가 이일을 잘 했구나 하는 맘이 들게
    꼭 표현 해 드리라구요.

    지나고 나니 참 복이 많다 싶어요.
    님 아이도 복이 많은 가봐요.

  • 2.
    '13.7.13 1:26 PM (222.237.xxx.152)

    부럽네요 제 담임은 애들 등짝을 그렇게 친다네요
    담임 좋다는 애들이 아무도 없어요 어제도 한 아이 등짝을
    열대나 쳤다는데 보는 애들은 웃고있다는데 어이가
    없더라구요 교원평가날만 기다리고있어요
    원글님 선생님 같은 분들만 계시다면 애들에게
    학교는 천국일텐데

  • 3. 감동
    '13.7.13 2:15 PM (58.236.xxx.74)

    아이들 전체 사진 찍어서 학부모 전체 메일로 보내 주세요. 그뿐 아니라 선생님 지인 중에서 어느 분야에 정통하신 분이 있으면 그 분을 모셔와서 교실에서 특강을 듣게 해 주신다네요. 얼마전에는 금융에 관련된 특강을 듣고 와서 우리 아이가 아주 재미있었대요. ---> 정말 좋은 분이네요.

  • 4. ..
    '13.7.13 2:17 PM (39.118.xxx.74)

    정말 훌륭한 선생님이시네요.
    이런분 밑에서 교육받는 아이들은 당연히 훌륭한 제자가 될수밖에 없을것같아요.
    저희아이 담임선생님께서 이글좀 읽으셨으면 좋겠어요.

  • 5. 쓰레기
    '13.7.13 3:45 PM (222.102.xxx.10)

    쓰레기같은 선생님도 많지만 정말 성실하게 최선을 다하는 훌륭한 샘도 많습니다.
    우리 아이한테 좋은 선생님 만나게되는 것도 사실 큰 행운이겠죠.
    교사들 인격은 정말 중요한테 채용할 때는 그런 것 보지 못하죠.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75937 안철수 "정치 실종 책임은 새누리당에 있다&am.. 14 탱자 2013/07/19 954
275936 중3딸아이 사춘기 우울증 같아요 14 사춘기 2013/07/19 6,237
275935 워드스케치 사도 괜찮은가요? 3 영단어 2013/07/19 891
275934 다이어트 안 하시는 분 계실까요? 17 평생다이어트.. 2013/07/19 2,096
275933 8월 말 중국여행 어떤가요? 2 여행 2013/07/19 1,441
275932 로봇만들기 몇 살쯤 해주면 이해할까요?(8051같은걸로 동작하는.. 2 ㄱㅅㄱ 2013/07/19 661
275931 소소하고 찌질하지만 큰 고민 한선생 2013/07/19 872
275930 조·중·동 유감 2 샬랄라 2013/07/19 598
275929 다리 갈색으로 이쁘게 태우려면 꼭 태닝오일 발라야 하나요? 5 썬탠 2013/07/19 2,339
275928 아들이 잘 운다고 반성문 썼네요 19 울보엄마 2013/07/19 2,472
275927 국정원 선거부정 12 화가난다 2013/07/19 961
275926 갤노트에 뮤직플레이어 1 뮤직플레이어.. 2013/07/19 1,030
275925 여름휴가 어디가세요? 5 맨날휴가였으.. 2013/07/19 1,537
275924 다이어리 고르다가 머리에 쥐나겠어요 2 다이어리 2013/07/19 793
275923 신문이요~ 3 sara 2013/07/19 574
275922 전두환 이xx 비자금세탁.. 노숙자계좌까지 동원됐네요 8 ,,, 2013/07/19 3,182
275921 맑은구름의 주식전망 태양 발전 애프터 1 맑은구름 2013/07/19 668
275920 사설해병대캠프... 26 내일 2013/07/19 3,721
275919 중1 영어 수학 공부 방법 문의 드립니다 6 아이공부 2013/07/19 1,588
275918 딸아이 친구 문제.. 심리문제 도움 절실해요 12 ... 2013/07/19 1,506
275917 롯데백화점 강남점 근처에 맛있게 먹을 만한 곳이 있을까요~? 4 ㅎㅎ 2013/07/19 1,572
275916 이런 시어머니는 왜 그럴까요 25 ... 2013/07/19 4,468
275915 투룸에 들여놓을 전기렌지 2구, 쓰시는분들 조언절실해요. 전기렌지 2013/07/19 622
275914 에어컨 없는 집에서 여름에 손님초대하면 실례인가요?^^ 31 에어컨 2013/07/19 3,839
275913 한솔교육 읽기그림책 애들이 정말 좋아하나요. 1 육아질문 2013/07/19 1,2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