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일기처럼...

씩씩하게 내리는 비 조회수 : 688
작성일 : 2013-07-11 13:23:25

병원을 다녀봐도 나아지는 기미가 보이지 않는 팔꿈치 통증이 요즘 나를 괴롭힌다..

팔을 무조건 쓰지 말라고 해서... 거의 모든일을 내팽개치고 무작정 빈둥거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왼팔에도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내손으로 자유롭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이 상황들이 못견디다 못해... 두렵기까지 하다...

정형외과, 신경외과를 다녀보다가 아는분이 권해주신 한의원에를 간다...

웬일로 아침 일곱시에 저절로 눈이 떠진 아침이다... 이런날이 별로 많지 않음으로.. 갑자기 행복해진다

한의원의 한약냄새... 뜸뜨는 냄새... 이런 것들이 나는 참 좋다.

침을 맞을때 배에 올려주는 핫팩의 따뜻한 기운...

간호사들의 소근거림은 잘마른 이불호청처럼 귓가에서 뱅뱅돈다...

뜸이 뜨거우면 말씀하세요... 사그락사그락

소독해드릴게요... 사그락

게다가 여기 의사선생님은 보통의 의사들처럼 가녀리거나 창백하지 않다...

대개의 의사들은 영양분이 적절하게 배합된 물에서 키워진 식물처럼... 희고 가늘고, 청결하고 냉정하다...

그런데 이분은 튼튼한 어깨에 아주 다부진 운동선수같은 체격을 지녔다...

운동을 아주 열심히 하는 모양이다...  이런 의사선생이 나의 양팔을 만져보고 두드려보고..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를

묻고 또 묻고... 아주 심각한 표정을 침을 놓고...

나는 이 분이 나를 어떤 어려움과 위험에서 지켜주고야 말 것 같은 착각에 빠져버렸다...

아무도 나의 아픔이나 어려움에 이토록 진지하게 마음과 귀를 열어주지 않았는데 말이다...

심지어 의사들 조차도...말이다..

하마트면 너무 감격하여 눈물을 쏟을 뻔 하였다...

하긴 나처럼 심한 상처도 없고... 사지 멀쩡해 보이는 환자에게...(그것이 누구일지라도)

난들 얼마나 더 따뜻한 태도를 보일 수 있을랴..

하여튼 나는 나이와 비례하여 내 속에 충만한 주책이 시도때도 없이 밖으로 표출되려함이 몹시

당황스러울 뿐이다...

감격스러운 치료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비가 내린다...

나는 아주 커다란 골프우산에 장화를 신었다...

비오는 날 장화를 신으면 마음이 안온해진다...

어떤 물구덩이도 두려움없이 내딛을 수 있는 자신감이 나를 당당하게 해준다...

아주 튼튼한 안전막을 치고 있는 느낌이랄까...ㅎㅎ

시퍼렇다못해 시커멓게 보이는 나무들이 비바람에 흔들린다...

마치 시비를 걸어오는 동네 건달패마냥... 그렇게 껄렁껄렁 흔들린다..

 

 

 

 

IP : 124.50.xxx.18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3.7.11 1:37 PM (59.28.xxx.116)

    참 글 잘 쓰시네요 .
    글이 찬찬하고 좋습니다.
    원글님 따라 한의원 건강한 의사도 만나고
    장화 신고 빗길에 나선 것처럼 느껴져요.^^
    종종 이런 일기 엿보고 싶네요~

    좋은 글인데 댓글이 없어 조회수가 적은가 하여
    댓글 달아봅니다.

  • 2. ...
    '13.7.11 1:38 PM (59.28.xxx.116)

    참, 통증은 어서 나아지시길 바랍니다~

  • 3. oops
    '13.7.11 1:41 PM (121.175.xxx.80)

    간호사들의 소근거림은 잘마른 이불호청처럼 귓가에서 뱅뱅돈다...

    시퍼렇다못해 시커멓게 보이는 나무들이 비바람에 흔들린다...
    마치 시비를 걸어오는 동네 건달패마냥... 그렇게 껄렁껄렁 흔들린다..

    우와~~~~....!! 혹시 수필? 시? 그쪽 프로세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83350 혹시 바누아투 가보신분 계신가요? 2 ... 2013/08/08 995
283349 벽돌공과 의사의 실수입이 비슷하다면 21 이옥현 2013/08/08 4,289
283348 오로라.. 작정하고 먹방 하네요. 7 .. 2013/08/08 2,927
283347 윗집 개 너무짖는다고 아랫집에서 때려죽였대요.. 16 -_-;; 2013/08/08 3,928
283346 갑자기 혈압이 오르면 어째해야하나요 응급법 2 혈압 2013/08/08 1,607
283345 오늘의 종합선물세트 tods 2013/08/08 342
283344 벽걸이 에어컨 어느 브랜드가 좋은가요?? 5 더워요 2013/08/08 2,036
283343 노인분들 모시는 집 무더위 어떻게 나세요 5 무더위 2013/08/08 1,989
283342 인현왕후의 남자 보다가 나인 복습하니 6 . 2013/08/08 2,372
283341 즉석국 괜찮은거 알려주세요. 5 즉석국 2013/08/08 1,328
283340 근로소득자에 1조3천억 세금추가…재벌은 감면효과 1 MB보다 더.. 2013/08/08 645
283339 박그네정부, 애를 낳으라는 겁니까? 9 빛나는무지개.. 2013/08/08 2,262
283338 김용민 서영석의 정치토크 국민티비 2013/08/08 423
283337 식품방사능수치 동해바다 2013/08/08 619
283336 올해 마흔이면 무슨띠 인가요 제가 좀 급해서요 부탁드립니다^.. 5 소망 2013/08/08 3,873
283335 남자나이 47에 애 낳는 건 좀 부담되나요? 23 궁금해서 2013/08/08 5,147
283334 생중계 - 49일차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촛불집회 lowsim.. 2013/08/08 500
283333 북극곰 굶어죽은사진보고 9 ^^ 2013/08/08 2,152
283332 어제 짝 여자2호랑 닮았대요. 6 헌신짝 2013/08/08 1,127
283331 파리 4인 기준 집세가 어느 정도 인가요? 1 만학 2013/08/08 1,014
283330 저처럼 방학이 좋은분들 계시나요? 7 방학 2013/08/08 1,525
283329 우울증약 5 맘 다스리기.. 2013/08/08 1,996
283328 제겐 중매를 참 많이 부탁해요.. 3 살짝 부담 2013/08/08 1,293
283327 이마트 태국 카레 천원이래요. 2 떨이 2013/08/08 2,217
283326 담배 한대를 갈망하지만 평생 안피우기 vs. 절대 금연않고 살아.. 비흡연자 2013/08/08 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