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좋은 시(詩) 아시는 분 추천 해 주세요.
외국인들 대상 예쁜글씨 쓰기 대회를 하려고 합니다.
한국어를 막 배우는 외국인들인데 다시말해 한국어를 잘 모르는 외국인들 대상이에요.
혹여 이들이 쓸 만한 좋은 시 알고 계심 좀 풀어주세요.
이 참에 저두 시두 좀 읽어보구싶구요. :)
미리 감사드립니다.
1. 이성복
'13.7.5 9:52 PM (115.138.xxx.75)남해 금산
한 여자 돌 속에 묻혀 있었네
그 여자 사랑에 나도 돌 속에 들어갔네
어느 여름 비 많이 오고
그 여자 울면서 돌 속에서 떠나갔네
떠나가는 그 여자 해와 달이 끌어 주었네
남해 금산 푸른 하늘가에 나 혼자 있네
남해 금산 푸른 바닷물 속에 나 혼자 잠기네
-이성복2. 이성복
'13.7.5 9:56 PM (115.138.xxx.75)아들에게
아들아 詩를 쓰면서 나는 사랑을 배웠다 폭력이 없는 나라,
그곳에 조금씩 다가갔다 폭력이 없는 나라, 머리카락에
머리카락 눕듯 사람들 어울리는 곳, 아들아 네 마음 속이었다
아들아 詩를 쓰면서 나는 眉鈍의 감칠맛을 알게 되었다
지겹고 지겨운 일이다 가슴이 콩콩 뛰어도 쥐새끼 한 마리
나타나지 않는다 지겹고 지겹고 무덥다 그러나 늦게 오는 사람이
안 온다는 보장은 없다 늦게 오는 사람이 드디어 오면
나는 그와 함께 네 마음 속에 입장할 것이다 발가락마다
싹이 돋을 것이다 손가락마다 이파리 돋을 것이다 다알리아 球根 같은
내 아들아 네가 내 말을 믿으면 다알리아 꽃이 될 것이다
틀림없이 된다 믿음으로 세운 天國을 믿음으로 부술 수도 있다
믿음으로 안 되는 일은 없다 아들아 詩를 쓰면서 나는
내 나이 또래의 작부들과 작부들의 물수건과 속쓰림을 만끽하였다
詩로 쓰고 쓰고 쓰고서도 남는 작부들, 물수건, 속쓰럼 ·······
사랑은 응시하는 것이다 빈말이라도 따뜻히 말해 주는 것이다 아들아
빈말이 따뜻한 시대가 왔으니 만끽하여라 시대의 어리석음과
또 한 시대의 송구스러움을 마셔라 마음껏 마시고 나서 토하지 마라
아들아 詩를 쓰면서 나는 故鄕을 버렸다 꿈엔들 네 고향을 묻지 마라
생각지도 마라 지금은 고향 대신 물이 흐르고 고향 대신 재가 뿌려진다
우리는 누구나 性器 끝에서 왔고 칼 끝을 향해 간다
성기로 칼을 찌를 수는 없다 찌르기 전에 한 번 더 깊이 찔려라
찔리고 나서도 피를 부르지 마라 아들아 길게 찔리고 피 안 흘리는 순간,
고요한 詩, 고요한 사랑을 받아라 네게 준다 받아라
-이성복3. ᆢ
'13.7.5 10:04 PM (112.153.xxx.16)천상병시인의 귀천
4. 이성복
'13.7.5 10:05 PM (115.138.xxx.75)검색해서 바로 긁어오다보니 오타가 있네요
眉鈍 -> 遲鈍(지둔)5. 그런이유라면
'13.7.5 10:24 PM (221.158.xxx.60)윤동주의 서시 어떤가요
인종 국적 시대를 초월한 인류의 공감을 얻을 명시 같아서요.. 길이도 길지도 짧지도 않고
외국인이 이해하기에 국어적 표현도 비교적 쉬운 것 같아요.6. 함민복
'13.7.5 10:34 PM (1.225.xxx.212)사람 그리워 당신을 품에 안았더니
당신의 심장은 나의 오른 쪽 가슴에서 뛰고
끝내 심장을 포갤 수 없는
우리 선천성 그리움이여
하늘과 땅 사이를
날아오르는 새떼여
내리치는 번개여
-선천성 그리움7. 복효근
'13.7.5 10:35 PM (1.225.xxx.212)그걸 내 마음이라 부르면 안 되나
토란잎이 간지럽다고 흔들어 대면
궁글궁글 투명한 리듬을 빚어 내는 물방울의 둥근 표정
토란잎이 잠자면 그 배꼽 위에
하늘 빛깔로 함께 자고선
토란잎이 물방울을 털어내기도 전에
먼저 알고 흔적 없어 지는 그 자취를
그 마음을 사랑이라 부르면 안 되나
-토란잎에 궁그는 물방울같이는8. 정현종
'13.7.5 10:39 PM (1.225.xxx.212)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 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그 때 그 사람이
그 때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더 열심히 파고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 걸......
반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럼
보내지는 않았는가,
우두커니처럼.....
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할 것을......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인 것을!9. 안도현
'13.7.5 10:41 PM (1.225.xxx.212)우리가 눈발이라면
허공에서 쭈빗쭈빗 흩날리는
진눈깨비는 되지 말자.
세상이 바람 불고 춥고 어둡다 해도
사람이 사는 마을
가장 낮은 곳으로
따뜻한 함박눈이 되어 내리자.
우리가 눈발이라면
잠 못 든 이의 창문가에서는
편지가 되고
그이의 깊고 붉은 상처 위에 돋는
새살이 되자.
-우리가 눈발이라면10. 도종환
'13.7.5 10:46 PM (1.225.xxx.212)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흔들리며 피는 꽃11. 황지우
'13.7.5 10:50 PM (1.225.xxx.212)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다가온다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12. //
'13.7.5 11:12 PM (124.49.xxx.19) - 삭제된댓글외국인이면 시가 좀 쉽고 짧아야 좋지 않나요?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이런시 짧고 괜찮을듯 싶어요,
노래로 가르쳐줘도 되구요,13. 감사
'13.7.6 12:24 AM (116.41.xxx.74)시 너무 좋아요.
비오는 날 감상에 젖네요.
감사합니다.14. 동시
'13.7.6 1:18 AM (118.34.xxx.172)동시, 동요 찾아보세요~~
15. 작성자.
'13.7.6 6:42 AM (95.33.xxx.29)글 올려주신분들 감사해요. 좋은 참고로 이용하겠습니다. !
16. 시가 좋아
'13.7.6 10:19 AM (222.114.xxx.78)좋은시 저장하고 읽어볼게요
17. 좋은 시들
'13.7.7 9:46 AM (72.190.xxx.205)덕분에 저도 알게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