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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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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 화해?는 뭘까요

깊은바다 조회수 : 1,486
작성일 : 2013-07-05 12:17:54

친정아버지얘기예요

살아오면서 느꼈던 마음들, 지금의 마음들 어찌 잘 표현하려나 싶은데

오늘은 글로라서 써보고 풀어볼래요.. 옳고 그름 판단하지마시고 그냥 들어주시면 위로가 될 거 같아요..

누군가 한명만 내 얘기들어봐주고 나 토닥거려줬음 좋겠다 싶을때 있잖아요..

 

사실은 아버지라고 부르고 싶지도 않다면 너무 못 된 건가

일단, 가장으로서 돈을 안 벌었어요. 노가다로 한 철 일하고 끝. 1년에 2~3달 일해요

단칸방에서 엄마가 밤새 옷 만들어 버는 돈으로 먹고 사는데 잠 못잔다며 시끄럽다며 큰소리.

쌀이 떨어지고 생활비가 없어도 아껴쓰면 된다며 큰소리(있어야 아껴쓰죠..)

인상 팍팍쓴 얼굴로 돈도 안벌고 집에만 있으면서 집안일에 시시콜콜 잔소리.. 숨막혀요

초등생 오빠와 저에게도 폭력과 폭언..

티비보느라 밥을 안 먹을때 젓가락으로 눈을 쑤셔버리겠다고하고

얼마전까지 성인인 오빠가 술 자주먹는다고 차에 치여 죽으라는 둥..

 

엄마가 작은 가게하며 늦게 들어오니 의처증 비스무리  생기면서 폭력시작..

저 중2때쯤 부부싸움하다 식칼들고 난리였었죠.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섬뜩하네요

그 이후로도 계속된 폭력.. 고등학교때 싸우는 소리가 들리면 공부는 해야하는데 불안해서 조마조마하다

엄마가 맞고 우는 소리나면 얼른 가서 말리기 바빴어요

그때 살벌한 아버지라는 사람의 눈빛과 저지하느라 잡았던 팔의 힘이 생생해요

엄마는 울고 있고 아버지는 씩씩거리며 분해하며 담배피우다  끄지 않은 담배를 엄마쪽으로 던지던 장면도..

오빠는 또 싸운다며 친구네 나가버리는데 전 맞는 엄마때매 그럴 수도 없었어요.

무서웠고 외로웠어요.. 울기도 많이 울었고..

그 와중에 걱정도 됐어요 내일 학교는 가야하는데 이 정도 울면 퉁퉁부어 다음날 쌍꺼풀이 풀리거든요

친구와 선생님은 어떻게 보나.. 아니나다를까 다음날 아침 눈이 반밖에 안떠져요 

얼음으로 마사지도 해보고 풀로 쌍꺼풀도 만들어봤지만 안되더라고요.ㅎㅎ

저의 사춘기는 가정불화로 심한 괴로움으로 얼룩졌어요

쾌쾌하고 컴컴한 화장실도 밖에 있는 반지하방에

엄마의 잘못으로 인한 폭력이니 난 잘못이 없고 아버지인 나를 잘 대접하라는 태도로

꽁하고 앉아있는 모습이 얼마나 우스운지요..

 

그러다 아버지가 쓰러졌어요 뇌에 혈관이 막혔대요

그동안 1년에 2~3달 반짝 돈 번게 다지만 이제는 돈을 안 벌 명목도 생겼고

아픈거로 얼마나 당당한지..물론 본인몸도 힘들겠지만 남은 가족은 쉬웠겠냐고요

몇년후 완치는 아니지만 관리가 잘 되서 일상생활정도는 가능해져서

노인정에서 잡일하고 모은돈은 행여나 들킬세라 본인 주머니에 꽁꽁 싸매고 저에게 용돈 한장 안주었지요

오빠는 군대가고 엄마는 엄마대로 빚에 쫒겨 다른데 가 있고

저는 친척들의 도움으로 입학금만 마련하여 대학을 들어갔으나 돈이 없으니 알바에 수업에 바빠도

아버지는 본인 먹고 사는 것 외에 관심도 없어요

대학 어느날 어찌어찌 학교는 갔고 올때는 어떻게 되겠지 했는데

정말 당시 버스비 6백원이 없어서 처참했던 적이 있었거든요

 

스무살 중반이 된 저에게 친척들앞에서 그러더군요

"이제 결혼은 니가 준비해서 가라" 

여태까지도 해준 것 없으면서 이런 말을 하다니 황당 그 자체..

 

어릴때 엄마가 계서서 정신적으로 버티고 클 수 있었던거 같거든요

아버지는 경제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아무런 도움이 안되서요. 상처뿐이예요

엄마에 대한 폭력도 저 어릴때였다면 엄마가 가출을 하지 않았을까 그럼 이상한 아버지밑에서 컸다면

정말 오늘의 제가 있다고 장담을 못했을 거 같아요

큰 아버지, 작은아버지 형제간에도 성격 이상한 걸로 인정한대요

 

요즘도 엄마는 미싱일을 하셔서 생활비로 써는데 식비가 좀 비싸나요..

식탐은어찌나 많은지 집에 먹을게 남아나질 않아요

그러고도 먹고 싶은 거 있음 엄마한테 돈 달라하고..

본인 돈은 차곡차곡 모아 저금합니다(국가에서 나오는 연금 조금 있어요)

 

완치되지 않은 아버지의 병은 계속되어서 20년이 지난 지금도 아프다고 해요

아침에 엄마가 전화하셨네요

"아버지가 요 며칠 날이 흐려서 안 좋다고 하는데 오늘도 식사도 잘 못하고 병원에서 약이나 타달라고 하는데

엄마는 지금 일감 가지러  나와있는데 니가 좀 병원 모시러갈 수 있겠니?"

 

저도 고집있어서 가기싫다고 하고 전화 끊었어요

 

그런데 다시 엄마께 전화 걸었어요 "어떻게 하면 되냐고.."

 

제가 태어나기 위해 생물학적 재료를 제공한 거 외에 아무것도 안한 아버지, 상처만 준 사람을 위해 해야될까요

폭력과 울음이 가득한 반지하방에서, 곰팡이와 너저분한 집에서 편안함이라고 찾아볼 수 없는 곳에서 몇십년을 살게 한

상처뿐인 아버지에게 난 왜 도움을 줘야하고

또 아들인 오빠를 더 좋아했으면서 이제와서는 왜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걸까

저는 딜레마..

태어나게 해준 것 만으로도 자식할 도리가 있고 이유가 되나요

근데요 또 사실 제가 태어나고 싶다고 했나요

아버지의 미안하단 말 한마디면 되는데, 아님 미안한 내색이라도 하면 되요

근데 지금도 본인은 내가 뭘 잘못했냐며 내가 못해준게 뭐있냐고 여전히 잘났거든요..

한 사람으로 인해 엄마, 오빠, 저는 괴로운 삶을 살았는데 말이예요

이젠 아버지로 내 삶이 좌지우지 하진 않지만 마음이 좋진 않네요

IP : 39.117.xxx.8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용서는 망각 222222
    '13.7.5 12:38 PM (61.106.xxx.201)

    저도 그걸 쓰고 싶었어요.
    용서는님이 먼저 잘 써주셨네요.
    "나는 진정으로 용서했노라!!!"
    주장하는 것은 진정으로 용서가 가능할만큼 상처가 크지 않았거나 용서 코스프레에 빠진 자아도취일 뿐입니다.
    상처로 얼룩진 길을 걸어온 사람들이라면, 망각없이는 진정한 용서도 화해도 없다는 것을 잘 알 것입니다.

  • 2. ...
    '13.7.5 12:43 PM (1.232.xxx.90)

    아버지를 용서하기 전에 먼저 본인을 용서하세요. 어느 가족이나 공동체에 다 아픈사람이나 못난 사람은 정도의 차이지 있기 마련입니다. 시간은 계속 흐릅니다. 언젠가는 이별하게 될 것이고요. 그렇다고 너무 의무감에 잘하려고만 하지 마세요.

  • 3. 쿨잡
    '13.7.5 1:04 PM (121.129.xxx.176)

    제가 생각하는 용서는 불쌍히 여기는 마음입니다. 나에게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불쌍해 보이면 그게 용서라는 거지요. 용서하고 나면 밉다는 마음이 들지 않습니다. 밉다는 것은 내가 미워하는 만큼 상대에게 얽매여 있다는 뜻입니다. 밖에서 연인을 만나도 어느 순간 아버지가 밉다는 마음이 들면 화가 나고, 화가 나면 연인과 보내는 시간도 즐겁지 않고, 연인 또한 화난 나와 보내는 시간이 즐겁지 않을 겁니다. 미움 때문에 내가 불행해지는 거죠. 용서하면 행복해집니다.

    화해는 다릅니다. 나에게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앞으로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겠다고 진정으로 다짐하고 약속할 때 비로소 화해를 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뉘우치지 않는데 앞으로 잘 지내자고 한다면 그것은 화해가 아닌 다른 것입니다.

    이 글만 가지고 판단하자면 아버지와의 관계를 끊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러자면 독립해 나가야겠지요. 그리고 어머니도 어쩌면 아들딸 때문에도 참고 사셨는지도 모릅니다. (아마도 순전히 자식 때문만은 아니겠지요. 하지만 자식과 전혀 무관하지도 않을 겁니다.) 원글님이 아버지와의 관계를 끊으면 어머니도 자신의 행복을 조금은 더 잘 추구할 수 있게 될지도 모릅니다.

    아버지와 관계를 끊는다는 말은 아버지와 직접 관련된 모든 일에서 손을 떼는 것입니다. 어머니와 살고 있는 남자 정도로 생각하시고, 그 점을 어머니에게도 밝히고 아버지가 관련된 어떤 일에 대해서도 부탁도 언급도 하지 말라고 못박아두세요.

  • 4. 쿨잡
    '13.7.5 1:06 PM (121.129.xxx.176)

    아... 결혼을 하셨나 보군요. 그러면 관계를 끊기가 좀 더 쉽겠군요.

  • 5. 새우튀김
    '13.7.5 1:12 PM (117.111.xxx.105) - 삭제된댓글

    글을읽다가 우리언니 인줄알았어요. 에휴~~힘대라는말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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